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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Apr 21. 2017

내가 카페 사장이라면

흔한 백수의 단골카페 정복기

나는 단골카페를 오면서 늘 생각하는 게 하나 있다.

단골고객에게는
'노래 선곡표' 바꿀 권한을 줘야 한다.


지겹다. 늘 답답한 게, 같은 노래를 무한 반복해서 어제도 오늘도 아마 내일도 들어야만 하는 강제성이다. 나처럼 직업이 프리(?)한 사람이 카페에 자주 오면 포인트 엄청 쌓거나 음료쿠폰을 쌓으니 다 좋은데, 오래 죽치고 앉아 있기엔 이 기쁨과 슬픔이 반복되고 사랑과 이별이 반복되는 노래선곡은 영 거슬린다.

이 곳은 꽤 괜찮은 베이커리 카페이다. 다행히 난 빵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혹자는 내가 이어폰을 꽂으면 그만이라 하겠다. 실제 그런 사람들도 꽤 있으니까. 근데 귀에 이어폰을 계속 꽂고 있거나 머리에 모자를 쓰는 게 내 스타일이 아니라 그렇다. 가끔은 그럴 수 있어도 매일같이 오는 카페에서 매번 그러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글을 쓸 때에는 적당한 백색소음과 사람이 풍경이 되는 것으로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내 인생의 BGM은 이 순간에도 지겹지 않고 적절하게. 흐르고 있어야 한다.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나의 단골 카페 - 구로디지털단지역 부근의 베이커리 카페. 24시간 운영된다. 요즘은 주로 여기에서 글쓰기 강좌 준비 및 원고집필에 열중한다.


물론 직원들이 교대를 하는 시간대에는 직원의 취향에 따라 노래가 바뀌기도 한다. 또 체인점이 아닌 개인 카페를 단골로 다닐 때는 그 직원과 친해져서 신청곡을 바꾸기도 했다. 나는 일단 가사가 귀에 거슬리지 않는 영어 팝송이 제일 좋다. 느린 한국 발라드나 힙합 비트는 집중을 흐트러뜨리기 일쑤이다. 만약에, 그래 이 만약에가 아주 중요하다.


만약에 내가 카페 사장이라면


내가 카페를 운영한다면? 하고 상상을 많이 해본다. 막상 사장이 되면 이런 거 신경 쓸 틈 없다는 거, 나도 안다. 자영업이 말이 자영업이지. 근데 지금 이렇게 단상을 쌓아두면 사업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거 당분간(?) 아이디어 특허 안 낼 테니까 누가 카페 차리면 이것 좀 적용 시켜주시길 바란다. 어차피 당장 카페를 차릴 수도 없는 주머니 사정이니.


만약에 내가 카페 사장이라면, 나는 저기 왼쪽에 보이는 중형 스크린에 노래 선곡표를 띄울 것이다. 공통 와이파이나 앱을 통해 프로그램에 접속하게 할 것이다. 고객이 영수증에 부여받은 고유번호로 접속해서 노래를 선곡할 수 있도록 하는 야심찬 기획이다. (창가 쪽 VIP 좌석은 1인 헤드폰도 제공한다)1분 미리듣기도 가능하도록 하고, 카페 사장이 몇 백곡을 추려놓고선 거기에서 선택하게 할 것이다. 공공장소에서는 저작권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뭐 기꺼이 지불할 것이다. 난 사장이니까^^


나는 고객과 소통하며 실시간으로 사연과 신청곡에 따라 멘트하는 DJ박스까지 두고 싶지만(팟캐스트 라이브와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라이브, 아프리카TV 연결 등). 일단은 그건 나중으로 미루고. 선곡표의 우선권은 결제한 가격과 시간 순환에 따른다. 선곡은 3시간에 5곡까지 유효하며, 고객들의 중복된 선곡이 우선순위가 된다. 스크린에는 짧은 사연도 올릴 수 있고, 쿠폰당첨 등의 이벤트도 가능하다. 어떤가? 아이디어 괜찮지 않은가? 실행? 내가 못 할 것 같은가? 아마도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에 하고 있을 지 모른다. 누군가 저 아이디어 특허만 내지 않았다면ㅋ(특허가 가능한 지는 모르겠지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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