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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Feb 29. 2016

나는 금수저다

미래의 연인에게

과거에 사주를 보러가면 부모님은 꼭 '재벌사주'라는 풀이를 받곤 했는데, 그럼 자연스레 난 '재벌2세'여야 하는 게 마땅할 터, 부모님의 최선으로 좀처럼 부족함을 느낀 적은 거의 없어도 물질적 풍족함이 '금수저'라고 일컫는 흔한(?)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그런 지금에 와서 서른이 넘어 생각해보니 나에겐 가난하지 않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물려주신 유전자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부모님 특히 어머니는 생명에 대하여 마음으로 교감하는 눈을 가지셨다. 여러 동식물을 키우는 마음은 가족 친척을 대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았고, 이 때문인지 많은 주변 사람들은 부모님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것은 어떤 대상이라 할 지라도 각별한 애정으로 대하는 하나의 마음이었다.


이 유전자는 내가 휴가를 내고도 방구석에서 인스타그램 친구들의 여행스타그램을 보면서 부러워하지 않게 만드는 강력한 기운을 지니고 있다. 그저 길 하나 건너면 나오는 산책길의 풍경 속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매일의 특별함을 깨달아 기록할 줄 아는 내가 자랑스럽다. 이는 분명 훈련이나 연습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부모님으로부터 유전자로 물려받은 타고남이다.


나는 올해 이러한 자존감으로 무엇이든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연애도. 한편으론 막연하지만 확신으로도 가득차 있다. 외면의 아름다움은 꾸미기를 귀찮아해서 그리 뛰어나보이지 않지만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이가 내게 진심을 전제로 살짝 언지를 주기만 한다면 어리석었던 만남으로 끝나는 과거와 같은 일은 없을 거란 거다.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기적을 꿈꾼다. 집 앞 거리에 심어진 나무 한 그루에도 우주를 발견하는 마음, 어떤 대상에게 빠지기라도 하면 나는 이 우주를 보여줄 자신이 있다.


함께 유영하자. 미래의 연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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