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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Nov 05. 2017

책쓰기와 글쓰기의 차이(강좌를 중심으로)

책쓰기 강좌 후기 겸 저의 생각입니다.

서론 ; 수강동기

며칠 전 책쓰기 일일특강을 수강했다. 그 특강을 연 강사가 불과 얼마 전 실제 베스트셀러를 배출하기도 하여 궁금했다(무엇보다 특강비 할인을 한 점이 제일 컸다). 프로필에 나이를 대놓고 홍보하는 30대 중반 연령대(2017년 기준)의 이 강사가 돈을 어떻게 버는지, 책을 쓰러 오는 사람은 누구인지, 비결은 무엇인지, 강의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를 보러 갔다. 좋은 점이 있다면 나도 강사로서 벤치마킹할 것이고, 개선점이 있다면 나 스스로 방향을 잡기 위해서였다.


요약: 책쓰기 강좌는 한마디로?

들어보면 별 게 있는 건 아니었다. 목차와 본문을 잘 짜서 글쓴이의 내공을 더한 자료조사를 집약적으로 실시해 3~4개월간 책에 담아낸 후 출판사에 투고하고 계약을 성사시켜주는 정규과정 플랫폼이었다. 특이점을 찾자면 이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돈을 꽤 많이 내놓는 중년층이며, 엘리트들인 경우(대학교수, 그룹 간부급 등)가 있다는 점 정도였다.


본론; 차이점

가장 먼저 내가 하는 글쓰기 강좌와 이 책쓰기 강좌의 차이가 있다면 신청할 때 ‘나이, 학력, 직업’의 노출 여부이다.

내가 하는 글쓰기 강좌의 경우 나이, 학력, 직업을 전혀 묻지 않는다. 왜?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런 질문조차 안 한다. 다만 먼저 말하는 중년 층의 수강생이 있을 뿐이다.

그에 반해 책쓰기 강좌는 처음부터 나이, 학력, 직업을 신청 시에 받았고, 구체적인 에피소드나 책을 쓰고자 하는 분야 등에 대해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물론 책을 쓰기 위해선 저자가 중요하니까 그렇다.

이 책쓰기 강좌는 수강생 개인이 강사에게 의존도가 매우 높아 보였다. 스스로 시스템의 부재를 아는 책쓰기 강사에게는 수강생과의 밀접한 관계의 고리가 끊기 어려운 딜레마로 작용할 것이다.

참고로 필자가 직접 운영하는 글쓰기 강좌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수강생들이 팀이 되어 서로 넛지 역할을 해준다. 수강생들이 각각 역할이 되어 주며 활동하게 된다.


사실 책쓰기 강좌는 ‘책 출간’이라는 기본 목적과 ‘베스트셀러’라는 상업적 최종 목표가 명확히 과제처럼 주어진다. 이는 곧 성과와 경쟁의 속성이 뼛속까지 묻어있다는 방증이다. 독자에게 (자기계발적) 이익을 주거나 마음의 평안을 주거나 둘 중 하나의 메시지가 담긴, 나만 보는 일기장이 아니라, 남이 보는 ‘책’을 만들라는 강사의 말, 여기까진 아주 좋다.

그러나 이 말은 곧, 책쓰기 강좌를 수강하면 그것으로 저자(정규과정 수강생) 역시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도와주겠다는 메시지였다. 반년도 안 되는 단기간 바짝 몰입해서 책을 낸다면, 소위 ‘대중에게 먹히는 내용으로’ 승부하겠다는 거다. 더 엄밀하게 따진다면 ‘기획 콘셉트’에 올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출판사에서 교정•교열 편집을 알아서 해주니까, 따라서 저자의 문체와 같은 글쓰기 역량은 별개다. 이 책쓰기 강좌의 강사 역할은 ‘스승’보다는 ‘책 기획자’에 더 가까워 보였다.


실제 이 강좌(정규과정)를 통해서 ‘방법론’에 대한 책(독서법, 교육법, 합격 노하우 등)이 많이 출간되었다. 혹은 고전강독이나 기존 작품에서 발췌 요약한 콘셉트도 많은 편이다. 시장에서 잘 통하는, 먹히는 콘셉트다.

자기계발서로 성공하는 사람은 자기계발서 저자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책쓰기 강좌의 성과도 ‘책 출간’ 자체, 나아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뜨는 순간 명확해진다. 이후 스타작가가 되어 강연을 나가거나 그 책 분야의 명예를 얻는 건 덤이다. 전문가이기에 책을 내기도 하지만, 비전문가가 자료조사를 통해 책을 내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길을 걷기도 한다.


물론 단시간(3~4개월) 커리큘럼에 미쳐서 따라야 하고, 그 많은 수강생들 중 베스트셀러 작가가 배출될 확률은 출판사가 마케팅을 해주는 몫도 크게 차지하기에 무조건 높다고만 볼 수는 없는 현실이다. 괜찮은 미래와 환상을 제시하는 것이 동기부여는 되어도 수강생 개인의 인내와 쌓인 내공이 없다면 확률은 극도로 낮아질 것이 자명하다. 개인의 수행역량과 운에 따라 성과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글쓰기 강좌는 개인이 얻는 이익이라고는 성숙해가는 과정(글쓰기의 즐거움 만끽, 유익함, 힐링, 에피소드 화하여 긍정적 관점 갖기, 발상•발견 메모 습관, 글쓰기 실력 향상, 매일 글을 쓰며 나 점검하기)에 집중하다 보니 단기간 자극적인(눈에 띄게 매력적인) 성과라며 보이는 거라곤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글쓰기 강좌에 ‘속성’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개인의 일상이 조금 더 풍요로워진다는 변화와 자신이 쓴 글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는 점, 누군가에게 내 글을 용기 있게 보여줄 수 있게 된다는 점 등이 글쓰기 강좌의 성과라면 성과이다. 이는 왠지 전 국민이 다 아는 베스트셀러 차트에 오르는 꿈(?)과 이익(인세, 강연료, 명예 등)을 기대할 수 있는 책쓰기 강좌 수강의 보상 기대치에 비해서는 순수하지만 동시에 매우 추상적으로만 비칠 뿐이다. 그러다 보니 강사 입장에서도 이른바 ‘돈이 되는’ 강좌는 당연히 책쓰기 강좌 쪽이다. 수강생 입장에서도 눈에 보이는 미래의 기대이익으로 자극받아서 더 명확한 편을 선택하는 건 어쩌면 본능이다.


또한 ‘강의’의 특성상 강사가 강의를 진행하면서 처음 준비했던 것을 반복하기보다는 누적 콘텐츠(수강생과의 에피소드 등의 경험으로)로 업그레이드되는 면이 크게 차지한다. 그 때문에 만약 어떤 강좌를 열고자 한다면 가장 좋은 건 당장 시작하는 것일 테다.


결론; 당장의 이익이냐, 철학의 고수냐

내가 지금 주저하는 이유는 이게 자칫 글쓰기의 기본을 무시한 채로 책 출판의 조장질 정도로(돈만 벌면 장땡으로) 끝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수강생(즉 일정량의 돈이 도는 시장이 순환되는 클라이언트)의 니즈는 책을 내는 것이 글쓰기보다 훨씬 많고 강하다.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적고, 책을 내는 사람만 많은 이 바닥에서 지금 가지고 있는 철학으로 책쓰기 강좌를 여는 것이 맞는 길인 걸까? 또한 현재 내 책이 베스트셀러 차트에 반짝 뜨지 못했기에 만약 책쓰기 강좌를 연다면 하나의 숙제로 남을 수 있다. 불행하게도 ‘베스트셀러를 목표로’ 책을 내어야 하는 숙제 말이다. 마치 ‘노벨문학상을 목표로’ 소설 쓰기를 시작하는 어리석음과 같아 보인다. 그저 자연스럽게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다행이겠지만.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시장에 진입하는 기본이라 해도 장기적 관점에서 나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시장에서 순환되는 인기 사업(소위 장사가 되는 것)중에 몇 가지 철학이 결여된 지점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대중의 니즈에만 맞춰진 사업은 마치 '운전면허 간소화 정책'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당장 면허를 취득하는 사람은 많아질지 모르겠지만, 기초없이 면허취득을 한 사회적 여파는 악순환의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고민도 있다.

남의 인정을 받으며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서 돈을 벌고 강좌를 할 것인가, 아니면 나의 주체적 글을 쓰도록 하는 강좌로 누군가의 만족보다 글쓴이의 정신을 공유하라는 철학을 밀고 나갈 것인가. 그렇게 당장은 가난해도 꾸준히 일할 것인가, 돈을 버는 쪽을 선택하여 철학을 저버릴 것인가. 어떻게 하면 건강한 작가(저자) 생태계를 만들면서 동시에 강사로서 보상도 받을 수 있을까? 하나 분명한 것은- 무릇 선생(스승)이란, 직업이 아니라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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