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영 글쓰기 May 01. 2018

필사는 정말 효과적일까?

시를 잊은 그대에게, 책을 잊은 그대에게 권하는 깊은 독서 글쓰기 방법

(2018년 기준) 독서모임 9년 차, 필사 모임 주관 3년 차 이동영 작가의 생각


글쓰기 강좌를 4주 이상 진행하면 마지막 수업시간에 꼭 하는 것이 있습니다. 글쓰기 '꿀팁 특강(이동영 작가 영업비밀 공개)'과 더불어 '필사 모임'이라는 걸 하지요. '글쓰 입문자'에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 글자씩 꾹꾹 좋은 문장을 눌러쓰게 되면 무의식에라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감각적으로 좋은 문장을 익힌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쓰기는 이론이 뛰어나도 소용없지요. 콘텐츠 보유력과 더불어, 쓰는 '감각'으로만이 향상할 수 있는 기능적 표현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글'은 예술이어도 '글쓰기'는 기능의 영역이니까요.


필사 모임과 독서모임을 글쓰기 강의 [이동영의 글쓰기 클래스]와는 별개로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브런치 독자가 7,000명인데, 처음 필사 모임을 시작할 때가 아마 3,000명 쯔음 됐을 겁니다. 그럼에도 브런치를 보고 참여한 필사 모임 멤버가 첫 회부터 23명 내외 정도 되었으니 브런치의 영향력도 상당했지요. 여담은 여기까지로 하고.

이동영 작가 주관 필사모임 중 단체샷

이 필사 모임을 하면 참가 멤버나 수강생 여러분께 꼭 설명을 드립니다. 마음이 급해서 '필사 효과는 무엇이냐' 질문하는 분도 더러 계시지요. 그때마다 제가 간략히 설명해드리는데요. 좀 더 상세히 풀어보겠습니다^^


필사 모임의 효과?

먼저 '필사의 효과'를 말씀드리기 위해 필사란 무엇인가부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필사(筆寫)는 '베껴 쓰기'의 한자말입니다. 붓 필, 베낄 사- 말 그대로 '글을 베끼어 씀'을 말하지요. 여기서 베낀다는 말은 창조하지 않고 본뜨는 모방입니다. 즉, '그대로 따라 쓰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누군가의 글을 필사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글을 그대로 옮겨 적는다는 말이지요. 그러니 반드시 출처를 함께 새겨야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고, 자신의 창작물과도 혼동하지 않습니다.

아리랑TV에서 취재하여 방영한 필사모임 현장

필사라는 행위는 본래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입니다. 혼자인 시간에 집중해서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갈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키보드에 익숙하기 때문에 노트북 자판을 활용해도 좋지만, 필사의 효과 중 하나인 '힐링 효과'는 직접 손으로 꾹꾹 눌러쓰는 자필(손글씨)로 할 때 나타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또한 필사의 효과로 '깊이 있는 독서(느리게 읽기)'가 있습니다. 저는 '필사 모임'에서는 필사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즐겨하지 않는데요. '빠름'의 기능이 탑재된 키보드로 글쓰기가 익숙한 저라서 그렇습니다. 이 필사 특유의 '느림'이 혼자 있을 때 어색하고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함께 하는 '필사 모임'에서도 마찬가지로 혼자 집중해 베껴 쓰는 시간을 갖지만, 차이가 있지요. 이후에 왜 이 문장을 필사했는지, 특별히 와 닿은 이유가 있는지 혹은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들었는지에 대해 책 구절을 소개한다는 점입니다. 이 '느림'이라는 낯섦이 혼자일 때보다 훨씬 강력한 동기부여를 통해 이루어지죠.


요즘은 특히나 명확한 자기표현을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내성적인 성향상 발표불안이 있거나 자기표현이 서툰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스피치 학원이나 글쓰기 강좌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근데 비싼 돈 주고 할 필요 있나요? 가성비 갑(저렴하고 고퀄리티인) 필사 모임을 통해 자연스레 익숙해지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바로 제가 그랬으니까요.

매년 봄•가을에는 야외에서 필사모임을 진행하기도 하지요

효과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저 '인지'하는 것과 '메타인지'를 하는 건 다른데요. 필사 모임은 메타인지 효과도 있습니다. 메타인지는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 동시에 아는 것을 제대로 구사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혼자 필사를 할 때에는 놓치기 쉬운 것들이 있지요.


1. '나 이거 읽어봤어, 필사도 해봤어.'
/어땠는데?
뭐, 괜찮았어. 너도 읽어봐.
2. '제가 필사한 구절은 ~~ 인데, 이건 ~~ 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경험사례 혹은 제가 아는 이야기로 비추어 보면 이건 ~~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라고 느꼈습니다'

두 사례를 비교해보면 명확해지죠. 내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내 것입니다.


'기분을 내고 끝내면' 그건 잠시 동안에 신경물질을 자극한 쾌락에 불과하고, '확실히 알면' 하나를 얻어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강의나 모임, 개인 공부를 할 때에도 부디 이점을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 클래스 마지막 수업에 하는 필사모임

또한 제가 운영하는 필사 모임은 각자 같은 책뿐 아니라, 다른 책- 자신이 끌리는 책-을 자유롭게 가져와서 약 50분 동안 묵독(조용히 읽기)하며 필사합니다. '취향 독서'와 '의무 독서'를 함께 이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필사하기 좋은 책을 물어보시는 분이 많은데요. 아무래도 글쓰기 강연과 필사 모임을 3년째 하고 있으니 대답해드려야 할 전문가로서의 의무(?) 감이 들기도 합니다. 저의 대답은 늘 같습니다.


'자신이 지금 끌리는 책'이 가장 좋은 필사 책입니다. 시집이나 에세이도 좋고, 소설도 좋고, 다양한 분야의 비문학, 논픽션도 다 좋습니다. 특정 책이 읽히는 시기를 놓치지 마세요. 평소에 읽히지 않던 책도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끌림이 다르지요? 예를 들어 치열하게 사랑한 후에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눈에 들어오는 건 인간의 본성이니까요.


또한, 이러한 '취향 독서'는 내가 읽고 싶은 분야나 작가, 작품 등을 골라 읽는데 반해 '의무 독서'는 학습을 위해서 읽거나 필요해서 의무로 읽는 반강제 독서입니다. 어느 쪽 하나만 치우쳐지면 책을 편식할 수 있습니다. 고른 영양을 섭취하려면 의무 독서도 병행해야 하겠지요. 필사하기 좋은 책 << 이동영 작가 추천 목록


필사 모임에서 보면 가져온 책을 첫 장부터 필사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금세 지치거나 초반부이다 보니 문장에 대해 할 말이 그다지 많이 없을 수 있더라고요.

<책볼래 필사모임>은 그래서 마음에 와 닿는 글귀나 어떤 영감을 준 문장, 생각을 자극하는 문장 등을 자유롭게 베껴 쓰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으로 채워집니다.


여기에 더해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책을 골라와서 다양한 관점이나 생각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책을 읽으면 새로운 사람이 되지요. 그 새로운 사람이 다시 새로운 책을 탄생시킵니다. 한 개인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모여서  새로운 책과 다양한 생각을 접하니 흥미롭지요. 아이든 어른이든 타자를 존중할 수 있는 인문학 감수성을 키우는 인성교육 및 자기 계발로는 이런 독서모임이 참 좋습니다.


자부할 수 있는데요. 유익한 면으로는 이 '책볼래 필사 모임'만 한 독서모임 포맷도 없습니다. 몇 년째 꾸준하게 이어진 데에는 다 그만한 장점과 이유가 있지 않나요? 이동영 작가가 하는 필사 모임이 특히 그렇지요(참고로 2018년 5월 기준 책볼래 필사 모임의 차수는 28회 차입니다.)

필사는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행위입니다. 괜히 어설프게 하는 모임이나 개인, 혹은 이미 독서를 알아서 잘하는 사람도 그렇고요. 글 역시 어떤 주제에도 능숙하게 쓰는 프로 작가 수준인데 필사에 흥미를 못 느낀다면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필사를 하는 것도 다 자신이 '즐기기 나름'겠죠? 

아리랑TV 촬영기사님이 찍어주신 <책볼래 필사모임>

필사 모임에서는 또 '낭독'을 합니다. '낭독'의 효과도 갖추고 있는 셈이지요. 누군가가 다른 목소리로 읽는 책의 구절을 '듣는다'는 행위는 학창 시절에 '몇 번 일어나 읽어봐'하는 교과서 읽기와는 사뭇 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곧 밤새워서 진행하는 낭독 모임도 진행할 생각인데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누군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고, 또 나의 목소리를 누군가 귀 기울여 주는 경험은 단순히 독서 효과나 커뮤니티의 효과를 넘어서 개인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등 긍정적인 심리 작용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낭독은 새로운 해석이기도 합니다. 같은 구절을 읽어도 어떻게 읽느냐 누가 읽느냐에 따라 의미는 다르게 해석됩니다. 이렇게 낭독과 베껴 쓰기가 함께 이루어질 때, 글쓰기 역량 향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상 필사 모임의 효과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필사(모임) 효과,
한눈에 보시라고 정리해볼까요?
- 이동영 작가

문장력 향상 효과: 감각적 글쓰기에 도움

힐링 효과: 손글씨를 쓰며 심리 치유에 도움

깊이 있는 독서능력 함양 효과: 느리게 읽으며 책을 곱씹으며 읽기에 도움

메타인지 효과: 문장이나 내용을 보다 제대로 이해하고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도움

취향 독서와 의무 독서 효과: 좋아하는 책도 읽고 필요한 책도 골고루 읽는데 도움

독서모임 (감수성 훈련) 효과: 새로운 책과 타인의 다양한 생각을 접하며 인문학 감수성을 키우는데 도움

낭독의 경험 및 경청하는 자세를 기르고 자존감 향상되는 효과

5월 둘째 주 토요일 저녁부터 격주로 대학로에서 '필사 모임'을 엽니다. 저 이동영 작가가 직접 주관하는 제28회 차 <책볼래 필사 모임>은 예전에 진행했던 <필사적으로>에 후속으로 이름만 바꿔 진행하게 됩니다.



책볼래 필사모임
마감되기 전에 지금 바로 신청하세요
문의 전화: 010-8687-3335(이동영 작가)



소수정예인 관계로
매번 마감이 빨리 되니 서두르세요!
신청 알림 >>
http://pf.kakao.com/_abhVd

https://brunch.co.kr/@dong02/2071

https://linktr.ee/leedongyoung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글 공감) 인생 7대 요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