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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리자(글귀)

정신없이 바빠도 좋고 게을러도 좋아 하지만 정신은 붙잡고 바쁘거나 게을러

by 이동영 글쓰기



시간이 달아나고 있다

내가 아는 것을 잘 정리해서 세상에 내놓을 시간이
놓치는 것들을 고요하게 발견하고 함께 할 시간이
고유한 내 목소리를 낼 시간이
무모하게 도전을 거듭해 아프게 성숙할 시간이
하나의 외부세계라도 더 스며들어
새로운 자극과 충돌할 놓칠 수 없는 시간이

이 하루라는 내 작은 인생이 달아나고 있단 말이다 #이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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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대부분 혼자서 창가에 앉는다. 창가 쪽 테이블에 앉을 때에는 창가를 바라보지 않고 등지고 앉는다. 예전엔 테이블 배치가 옆으로 창밖을 보게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공간의 효율성을 고려했는지 테이블을 하나씩 놓았다. 손님이 그 자리에 앉으면 카페 매장 안 쪽을 바라보거나, 창 밖을 바라보게 배치했다.
나는 창 밖을 바라보는 것이 좋아 보통 사람들과는 반대로 앉는 편이다. 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는 너무 멀리 있어 아쉽지만 움직이는 차와 서있거나 걷거나 뛰는 사람들, 낡거나 새로 리모델링한 건물 등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여긴 2층 카페. 지금 2층 카페의 큰 유리문 차창 밖으로 가장 반짝여 보이는 건 다름 아닌 시계다. 불과 얼마 전 셀프 떡볶이집 체인점에서 치과로 리모델링한 맞은편 건물의 2층에 하얗게 빛나는 전광판 시계가 보인다.

글쓰기 노하우 중 하나가 '멍 때리기'인데, 이런 문장이 딱 하고 떠오른다.
시계는 멈출 수 있어도
시간은 멈출 수가 없다.


그다지 기발한 문장은 아니다. 하나 의미는 있다. 시계는 그곳에 있고 시간은 1초씩 1분씩 1시간씩 끊김 없이 달아난다. 시간은 시계와 다르다. 인간은 단지 더 효율적인 삶을 위해 시계를 발명했고 그것이 '인간답다'라고 생각하며 진화해왔다.
그러나 시간을 잰다는 것도 한 편으로는 얽매이는 일이다. 얽매인다는 것은 본성을 거스르는 일이다. 효율을 따지다 보면 놓치는 사람 냄새. 효율이 사람을 향해 있을 때 비로소 인간답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알지만 그것마저 자본의 계산기가 두드려진다.
한 가지를 더 생각해서 이 문장의 의미를 확장해 보면 우리는 이제 '시계'도 멈추지 못하는 인간이 되었다. 과감히 시계를 멈춘 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진정 자기 본성을 존중하는 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혼자 그렇게 평생을 살 수는 없다. 결국 우리는 시계도 멈추지 못한 채 시간 노예가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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