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장 안경을 제대로 쓸 수도 없는 지경에서 새로 안경을 살 돈조차 여의치 않았었다. 참으로 애석했던 기억이 난다.
그 안경사의 답변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누구라도 그렇게 나오는 걸 마땅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이니까.
"아, 네, 네...."
이 사소한 에피소드 하나로 느낀 바가 있다.
'나도 똑같이 행동해야지'가 아니었다. 내가 식당을 하면 배고파서 굶주린 사람을, 내가 옷을 팔면 입을 옷이 없는 사람을, 내가 강사를 하면 가난해서 배우고 싶어도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을 보듬어 일하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들이 날 필요로 해 먼저 찾아왔을 때 외면하거나 적어도 문전박대하진 않겠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난 안경이 삐뚤어진 채로 어지러운 거리를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 홈플러스 안경점은 원망하지 않으련다. 다만 그 일을 계기로 내 삶의 태도를 돌아보았고, 직업 가치관을 정립해보았다. 나는 직장인이 아니라 직업인으로, 그전에 하나의 공동체적 인간, 이 우주에서 한 명의 같은 인간으로 역할을 해내며 살고 싶다고. 날 외면한 그 사람과 나는 좀 다르게 살아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