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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Aug 02. 2020

매일 공개 글쓰기가 더뎌진 이유(f. 고급스러운 변명)

'매일 공개 글쓰기'를 지난 7월 1일부터 시작했는데, 제 23일 차 글이네요. 네, 8월도 이틀이 지났으니 매일 올리지 못한 것이죠. 이동영 작가는 거짓말을 한 걸까요? 독자와 약속을 꼭꼭 해놓고서 괘씸하군요. 그럼 도대체 '' 글이 안 올라온 걸까요? 속사정이 있었다면 그 이유 뭘까요?


'매일 공개 글쓰기'에서 보통 사람들은 '매일'을 어려워합니다. 근데 솔직히 저는 이제 자동화된 습관 덕분에 매일 글쓰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저에게 문제는 '매일'이 아니라, '공개'에 있었던 거죠. 글쓰기 습관을 만드는 방법은 이동영 작가의 글쓰기 책 <<너도 작가가 될 수 있어>>를 참조해주세요 :)


그렇다면 진짜로 매일 썼느냐?


네, 메모장에 쓰고- 한글 파일에 쓰고- 작가의 서랍에 저장해 두고 매일 글쓰기는 하루도 빠진 적이 없습니다. '작가란, 글쓰기가 어려운 사람이다'라는 명언을 저는 자주 인용하는데요. 이 말에서 리키는 글쓰기란, 그 자체가 아닌 '공개'에 더 무게가 있는 개념이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공개가 망설여지는 이유를 몇 가지로 추려볼 수 있는데요. 그 기준이 되는 원칙, 즉 쓴 글의 공개를 결정하기 전 저만의 고려 사항을 공개해 보겠습니다.


1.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는 이야기인가.

실컷 길게 써 놓고 퇴고까지 거듭하는데, 의미 있는 메시지 있지만 누군가에겐 작가 개인의 자기 자랑에 불과한 글로 읽힐 여지가 있는 글. 아무리 글을 잘 분량 많고 그날 올릴 글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더라도, 과감히 올리지 않는 결단을 했습니다.


요즘처럼 이미지와 영상으로 빠르게 소비하는 시대에 굳이 시간을 내어 텍스트를 찾아 읽는 독자들은 글맛을 음미하며 느린 속도를 받아들입니다. 당연히 더 곱씹고 천천히 소비를 하니 오래 남을 수밖에 없죠. 그래서 무의식에 소소한 영향을 끼치는 것도 이미지나 영상보다 더 의식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유할 여지와 뒷맛의 여운이 있으니 쉬이 흘려버리는 정도가 아니란 거죠.


그래서 저는 돈 자랑, 집 자랑, 차 자랑 이 세 가지는 SNS상에서 의식적으로 배제합니다. 가족 이야기도 선을 넘는 자랑이 될 만한 이야기는 가능하면 뺍니다. 나에겐 당연한 일이 사실은 엄청난 행운이고 누군가에게는 강한 결핍일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사실 이걸 빼면 무슨 인증할 게 있을까 싶은데, '인증'이 우선순위가 되어선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적 박탈감을 저도 모르게 줄 수 있기에 희망이 되거나 도움이 되거나 공감이 되는 게 아니라면 조심스러운 겁니다. 이걸 누구나 의무적으로 지키자고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절제가 필요하다는 의식은 가지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저는 '#먹방 #먹스타그램'도 되도록 절제합니다. 세상에는 나를 살찌우려는 유혹들이 차고 넘치니까요. 나까지 껴서 일조할 필요는 없다고 느낍니다. 제가 그 자극을 받아서 밤에 너무 많이 먹었거든요. 그렇다고 먹스타그램을 탓하기엔 다 내 탓이니, 먹스타그램 자체가 문제라고 하기도 어렵죠. 그런데도 저는 글을 올릴 때 이점을 유의하고 싶습니다. 제가 받았던 자극적 영향을 염두에 두고 싶어서요. 선한 영향인지 그 반대인지 몇번이고 내 글을 반복해 읽어보며 나의도와 파급력을 돌아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2. 편견을 심어 줄 수 있는 이야기인가.

아 다르고 어 다르죠. 내 의도와는 무관하게 편견을 심어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저와 함께 지내는 다행이(고양이)는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데요. 많은 경우 '나만 고양이 없어'를 외치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린 고양이에 대한 환상, 즉 편견을 SNS로부터 얻게 됩니다. 래서 저는 다행이의 귀여운 사진을 최근 몇 년간 거의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 폰 사진첩에는 넘쳐납니다.)


고양이와 함께 살기 위해선 고양이 털, 고양이 배설물 냄새, 고양이 특성, 고양이 동선, 고양이 건강 상태 등을 다 이해해야 합니다. 인간의 관점이 아니라, 고양이의 관점에서요. 특히 고양이를 들이기 전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고양이 평균 수명을 15년으로 보았을 때,  10년 후로 인간과 똑같이 노화가 옵니다. 눈이 잘 안 보이고 움직임도 적어지고, 치매가 오기도 . 끝까지 감당하지 않고 노화가 온 고양이•강아지를 장난감처럼 내다 버리는(유기) 한심한 인간들이 많습니다. 짐승만도 못한 거죠.


사실은 강아지나 고양이나 '종'을 따져 펫샵에서 '구입'하는 행위, 그리고 유기묘가 아닌 상업적 교배종이 한데 모여 매일 잠깐의 정만 주고 떠나는 사람에 치이고, 잠만 자고양이들이 수두룩한 고양이 카페 같은 곳에 가는 것 등이 동물의 입장에선 특성상 폭력적일 수 있는 환경이란 걸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과거에는 펫샵 앞에서 '귀엽다'라고 구경도 하고, 고양이 카페를 가서 사진도 찍어 SNS에 올리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을 따지거나 묻지 않고, 다행이의 사진도 입양 결정 후에 받았던 이유는 그것(생명 쇼핑)이 옳지 않다는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사지 말고 입양해야 하고요. 고양이는 늙어서 병이 들고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끝날까지 책임져야 하는 게 마땅하고요. 고양이가 영역 동물이라는 특성, 깔끔하다는 특성, 기본적으로 낯선 존재를 경계하는 특성, 움직임이 적고 귀찮아하는 아이도 있는 반면, 움직임이 많은 활발한 아이도 있다는 특성이나 외로움을 의외로 많이 타서 오래 함께 있어야 한다는 특성을 고려야 합니다. 


고양이에 관해 충분히 숙지가 되고서도 인간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폭력적이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독일처럼 반려동물을 입양할 자격시험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공부는 필수로 해야 합니다. 아무리 공부하더라도 직접 함께 살며 겪어야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더 많다는 것도요.


이 모든 것에 대한 사유없이 그저 어린 고양이의 귀여운 사진과 글을 올리는 건 편견을 심어주는 좋지 못한 공개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비단 고양이에 관한 편견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겠지요.


3. 최초의 감정만을 배설한 날것의 이야기인가

글을 쓰다 보면 감정이 차올라서 누군가를 시원하게 원망하는 글도 써지고요. 상처를 줄 수 있는 말도 끄적이게 됩니다. 충분 확인이 되지 않은 채 오해로 사실이 아닌 말도 하게 되고 목소리를 크게 내듯 글에도 그런 감정을 실을 때가 더러 있지요. 적인 감정 쓰레기 글은 일기장에 적어놓고 그것마저 다시 안 보고 다 태워버리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과 대리만족을 주는 (공개)감성 글귀는 마구 내뱉어 낙서 같은 혼잣말이나 개인 일기에 불과한 글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있어야 합니다. 공개글은 언제나 글에 담긴 그 감정 날것이 아니도록 다듬어 정제한 완성본으로 세상에 내놓아야 합니다. 독자가 있는 글은 혼자 감정에 취해서 끄적이며 쓰는 글과 같아선 곤란하거든요. 최초의 감정이 아무리 차올라도 그럴듯한 문장이어도 그것이 정리된 마음인지 점검하고 또 점검한 후에 후 하 후 하 심호흡을 하고 한참 시간이 지나고서 다시 퇴고하는 걸 권장합니다.


특정한 고상함이 작가의 자격이 아니라, 이러한 치열함이 작가의 최소 자격이라고 저는 감히 생각합니다.


글쓰기의 과정에서 카타르시스가 있는 건 좋지만, 독자가 본다는 걸 완전히 배제하고서 퇴고하지 않는 글은 위험할 테니까요. 저 역시 감정에 예민한 사람입니다. 소심하기 짝이 없는 순간을 상황에 따라선 겪기도 하다 보니, 어디 말할 데도 마땅히 없을 때 글을 쓰곤 하죠.


그리고 확 공개하고픈 충동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줌으로써 감정이 풀린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그래서 자기 비평, 자기 객관화는 글 공개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입니다. 내가 '감정에 취하진 않았는가', 혹 '여유를 잃진 않았는가', 늘 성찰하고서 글을 옮겨 공개합니다.



제 작가의 서랍에 있는 글 중에도, 뒤늦게 발행 취소를 한 글 중에도 위 세 가지에 해당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글은 누굴 가르치려는 목적보다는 제 과거 글에 대한 반성문임을 밝힙니다. 이상 고급스러운 변명으로, 오늘은 매일 공개 글쓰기를 미룬 사연 자체를 이렇게 써보았습니다.


앞으로도 너무 무겁지 않게, 또 너무 편안하지 않게. 조금은 무게를 덜고, 조금은 불편함을 가지고 매일 공개 글쓰기를 이어가는 이동영 작가가 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http://pf.kakao.com/_abhVd




매일 공개 글쓰기 23일 차 no.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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