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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Nov 01. 2020

당신이 글쓰기가 어려운 결정적 이유(이동영 작가 특강)

글쓰기책 ≪너도 작가가 될 수 있어≫ 저자이자 글쓰기 강사 7년 차의 말

이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오래전부터 내 강의안에 삽입했던 내용이다. 이제는 이 주제로 검색이 많이 된다. 꽤 비슷하지만 추상적으로 나열한 글이 많아서 브런치를 켰다.


글쓰기 강사 7년 차이자 글쓰기책 베스트셀러 저자, 에세이 작가인 이동영이 강의에서 말한 이야기를 이번 기회에 요약정리해본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지만 영 익숙지 않은 초보 입문자 분들에게 특별히 이 글을 올린다.

대학교 글쓰기 강의 중인 이동영 글쓰기 강사
글쓰기는 원래 어렵다. 작가가 되면 더 어려운 게 글쓰기다. 글을 잘 쓰면 쓸수록 자기 비평은 심해지고 퇴고는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그 경지에 이르기 전에 지레 포기한다면 평생 유용하게 써먹을 글쓰기를 포기하는 셈이다. 한 번만 익혀두면 돈도 안 들고 계속 써먹으면서 동시에 자가 훈련이 되는 아주 좋은 도구. 돈이 안 드는데 돈을 벌어다 주는 기반이 되는 훌륭한 도구. 글쓰기 사랑에 빠지고 싶은데 막막한 분들이 이 글을 읽고 동기부여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썼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


1. 내가 드러나기 때문에
(나를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글은 자신의 바닥이 드러날 수 있다. 개인의 글에는 가치관, 신념, 사고 수준, 이념과 상식, 센스, 실제 사연 등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자신감이 없거나 오버하는 경향을 보인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라고 말했다. 내 언어를 통해 드러나는데, 말과는 또 다른 도구가 글쓰기다.


즉흥성을 띤 말과 달리, 정제(필터링)할 수 있는 '시간'이 글쓰기에는 있다. 말하기와 닮아있지만, 토론의 장이 아니고서야 상대에게 비언어(표정, 제스처, 목소리 등)로만 60% 이상 전달되는 말과 텍스트인 글은 명확히 다르다. 평상시에도 텍스트 덩어리로써 논리적 맥락(콘텍스트)과 단어 선택이 주요한 글은 글쓴이의 수준이 드러나기 딱 좋다.


글은 비언어가 없기 때문에 연기도 불가능하다. 요즘 유행하는 ‘부캐’처럼 글 속에 페르소나를 하나 두는 건 나쁘지 않겠지만, 문학적 글쓰기가 아닌 에세이라면 그 역시 쉽지 않다.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에는 그래서 자기 철학을 수반하는 솔직함, 담백함, 당당함이 들어 있어야 한다.     

기자단 블로그 글쓰기 강의 중인 이동영 글쓰기 강사
2. 흥미롭게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했던 적이 있다. 학교에서 하는 ‘글쓰기 수업이 너무 싫다'며 투덜대는 아이들이 귀엽고도 안쓰러웠던 그때 기억이 난다. 매주 수요일 한 달 동안 글쓰기 강사인 나에게, 학교에서 하는 글쓰기 시간처럼 했다간 가만두지 않겠다(?)는 엄포로 느껴졌다. 나는 바로 ‘놀이’를 생각해냈다. 글쓰기에 관한 이론을 익히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일이 ‘흥미’를 느껴서 글쓰기에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라 판단했다.

초등학생 대상 도서관 글쓰기 강의 중인 이동영 글쓰기 강사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는 자체도 문제였지만, 어떤 방식으로 배웠냐는 것이 더 문제가 크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속담 맞히기, 이야기 꼬리물기, 단어 설명하고 맞히기, 이미지만 보고 캐릭터와 이야기 상상하기, 진짜 내 생각 쓰기 등등을 적용했다. 아이들은 이런 말까지 했다.


“선생님, 글쓰기 하는 수요일만 기다렸어요!”     


놀이를 적용한 글쓰기 시간을 기획할 수 있었던 건, 첫 시간에 낯선 선생님 눈치만 보는 아이들의 본색을 알고 싶은 내 호기심이 주효했다. 글쓰기 수업 첫날, 아이들에게 내가 물었다.      


“왜 학교에서 하는 글쓰기 시간이 싫다고 느꼈어요?”     


아이들이 답했다.      

“그냥요. 글쓰기 선생님이요. 칠판에 글쓰기 주제라고 딱 써놓고 시간 안에 쓰래요~ 아 정말 싫어요!”     


내가 성인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방식이었다. 아이들이 글쓰기를 배우긴 배우는데, 이런 식이라면 평생 필요한 도구인 글쓰기에 진저리가 날 게 뻔했다. 글쓰기가 그저 숙제나 노동을 떠올리게 하는 데 그친 학교 글쓰기 교육에 아쉬움이 들었다.


성인들은 아이들에 비해 활용할 수 있는 단어의 양이 더 많다. 아무래도 지적으로 더 많은 어휘를 접하고 통용하기 때문일 테다. 그런데 아이들 수준에 어휘의 양은 너무 제한적이라, 잘 쓸 자신이 없는 거다. 아는 어휘만큼만 사고할 수 있는데 어찌 아이들에게 좋은 글을 기대할 수 있을까.  대부분 아이들은 웬만한 건 말로 다 풀어내니 글쓰기란 도구에 절실한 동기가 없었다.


다만 몇몇 감각적으로 재능이 있거나 책을 많이 읽고 토론을 즐긴 친구들만이 글쓰기에 특화된 능력을 눈에 띄게 선보일 뿐이다. 들 소수만이 글쓰기에 흥미를 느끼고 글쓰기의 특권을 누리지만 특권이라 생각하지 못한다. 성적에 별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다이내믹한 피드백은 부모나 선생님, 친구들로부터 경험하기 어려운 탓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그건 초등학생만이 아니라, 중고등학생을 넘어 성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하면 '국어'과목의 성적과 결부해 질문한다. 글쓰기에 관한 인식 수준이다. 성인들은 '일기'쓰기와 '책'쓰기의 극단적인 방향성에 매몰돼 있는 걸 많이 보았다.


‘글쓰기를 배워야 한다’는 논제는 이미 인문학 열풍으로 상당히 교육계에 퍼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상에 따라 ‘제대로 어떻게 배워야 할 것인가’의 학습법과 '글쓰기를 어떻게 수업해야 할 것인가'하는 교수법에 대한 논의는 더 깊고 치밀하게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시민강좌 글쓰기 강의 중인 이동영 글쓰기 강사
3. 독자를 의식하기 때문에 or 너무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쓴 글쓰기 책 ≪너도 작가가 될 수 있어≫에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있다.

1)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누구에게 공개하지도 않는 발상과 정리를 거친다. 

2) 마지막 퇴고할 때 비로소 독자를 의식한다. 

-라는 내용의 단계별 솔루션이었다. 쉽게 말해, 처음부터 독자를 신경 쓰지 말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단계를 먼저 거치고 치열한 퇴고(고치고 다듬기)를 하라는 말이다.


글쓰기 입문자들은 '본능적으로' 처음부터 남을 신경 쓰니 진도가 나갈 리 만무했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인간이라면 응당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걸 두려워한다. 동시에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내재한다. 남을 의식하다 보면 결국 내 색깔을 발현하기가 어려워진다. 잘 쓰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내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그건 제 실력도 아닐뿐더러 오래가지도 못한다. 글쓰기는 질문에 천착하고 영향력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생산해 공유하는 일이다. 지속 가능하지 못한 글쓰기, 누구나 대체할 수 있는 글쓰기는 가치가 떨어진다.


반대로 남을 너무 의식하지 않다 보면 생각 없이 상처를 주거나 팩트가 아니거나 비상식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1단계(발상)와 2단계(정리)의 의식하지 않는 단계를 거쳐서 마지막 3단계(퇴고)에서 적당히 의식하도록 해야 한다.     


4. 글 쓰는 라이프 스타일과 멀기 때문에     


도구적 관점에서 글쓰기못을 박는 도구인 '망치'와 다를 바 없다. 글쓰기가 ‘도구’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다. 잘 쓰려면 기본과 감각을 익히는 것이 마땅하다. 글쓰기는 감각으로 표현(전달)하는 행위이다.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어떻게 다루면 안 되는지를 아는 것은 기본의 영역이다. 그다음은 몸에 배게 하는 게 순서다. 아는 것을 넘어서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간혹 글쓰기 특강만 주야장천 수강하고 실제 글쓰기를 안 하고 미루는 수강생들을 보면 이제 그만 알아도 되니 시작하세요!라고 말한다. 


(경험)하면서 알게 되는 것이 너무 많다는 걸 이미 다른 분야에서는 잘 아는 분들이니까. 겪어야 한다. 시도해야 한다. 시행착오로 나만의 방법을 깨우쳐야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걸 수긍하고 이젠 몸으로 부딪쳐 도전해야 할 차례이다. 준비에 완벽을 기하고 싶다 해도 소용없다. 해보지 않고서 이론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건 잘못된 방향이다. 다른 방향이 아니라, 틀린 방향이란 소리다. 아니 어쨌거나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 글쓰기 강의 중인 이동영 글쓰기 강사

유시민 작가는 ‘축구와 같이 글쓰기도, 기초체력과 기본 근육이 없으면 기술을 구사할 수 없다’고 조언한다. 현역 작가들이 글쓰기 강의나 조언을 하면 '먼저 습관적으로 쓰는 루틴'을 만들라며 하나같이 말한다. 겉보기엔 당연해 보이지만 왜 이런 답변이 공통으로 나올까? 보통 글쓰기를 배운다고 하면 태도를 갖추기보다는 방법론적인 것을 먼저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모든 도구를 익히는 데에는 지름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수준에 이르게 되면 가로질러온 지름길의 길이만큼 멀리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오고야 만다. 처음부터 여유를 갖고 꾸준히 글을 쓰면서 고치고 다듬기를 반복하는 감각(근육)과 습관(체력)을 길러야 좋다. 그럼 다른 작가들의 방법을 응용해서 나만의 기술(방법)을 터득해 구사하는 날이 반드시 온다.


감탄하고, 감동하고, 감흥을 느끼며 관찰하고 성찰하고 반성하고 분노하고 저항하고, 반복하고 반복을 줄이고 적용하고 활용하고 응용하는 삶. 그것이 글쓴이의 삶이다.


메리츠자산운용의 존 리 대표는 부자 되기 특강에서 ‘부자처럼 보이려 하지 말고, 부자가 돼라’면서 이렇게 단언했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지금 그 가난한 라이프스타일'부터 바꿔라.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정직한 나만의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면 라이프스타일부터 개선해야 한다.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 변화의 확률도 낮다. 어제와 똑같은 루틴으로 글을 쓰지 않고 살면서 오늘 더 글을 잘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죽기 전에 내 이름으로 좋은 책을 한 권 내고 싶다’는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얼 해야 할까? 그렇다. 지금부터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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