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이후로 책을 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여유가 없었다고 핑계라도 대야 독자들에게 면목이 있을 듯하다. 20대 초반에 군대에서 허리디스크를 처음 앓게 되어 오랫동안 고생을 했다가 코로나 19가 터져서 강의와 독서모임 올스톱이 된 김에 본가로 내려와 최근 3회에 걸친 디스크 수술을 감행했다.
물론 가족들의 케어가 있었기에 그나마 괜찮았지만, 작가로서 책을 내지 않는다는 건 개인적으론 무척 부끄러운 일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브런치나 블로그 등에 글을 가끔씩이라도 올리는 일이고, 여유가 좀 생길 때까지 글쓰기 강의를 하는 것이었다.
내가 강의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프리랜서로 독립했으니 돈을 벌기 위해서인데, 돈을 버는 궁극적인 이유는 글쓰기를 놓지 않고 싶어서다. 즉 작가로 지속 가능하기 위해 강사로서 살아가는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고 도는 셈이다.
그런데 강의에 푹 빠져버려서 책을 쓸 생각은 안 하고 글 쓰세요 동기부여만 주야장천 하고 있는 내 모습에 현타가 오기 시작했는지 뭐라도 해야겠다는 악에 받쳤다. 그러다가 2019년에 냈던 글쓰기 책 <너도 작가가 될 수 있어>를 다시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거 제 강의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분이나 강의를 듣고 나서 복습하고 싶은 분들께는 더할 나위 없고요. 작가를 꿈꾸는 친구나 자기 자신에게 선물하기 딱 좋은 책이에요! 하고 말하기 위해서 출판사에 요청해 리디북스 전자책과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등록해두었다.
이번 주 내내 50위~60위 권에서 맴돌더니 오늘은 40위 권으로 껑충 뛰었다. 글쓰기 분야 top 100을 1주 동안 지속하고 있다는 표시도 떴다. 와우! 신간을 내지 않아서 부끄러운 몫을 이렇게 역주행으로 보상받는 기분도 좋구나.
이 정도 팔린다고 해서 강의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거나 하는 어마어마한 영향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독자들로부터 내 책이 사랑받는다는 건 이 책을 쓴 저자로서 뿌듯한 일이고, 다음 책을 낼 용기를 얻는 일이다.
책을 내 본 사람은 이게 얼마나 큰 용기를 주는지 안다. 생각보다 베스트셀러에 오랫동안 머물거나 역주행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베스트셀러 1위와 30위의 차이가 얼마나 많이 나는지. 알 사람은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적으로 책을 내는 출판사와 작가들이 멋져 보일 뿐이다.
좋은 책은 읽히지 않아도 팔리긴 해야 한다. 그래야 자꾸 좋은 책이 더 나오는 법이다. 내 책을 '좋은 책'이라고 감히 내 입으로 말할 순 없겠지만, 베스트셀러 차트 역주행이 이동영 작가에게 말해주는 거 같아 격려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