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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Jan 17. 2022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해요?

뭐.. 음.. 그게.. 어.. 이렇게만 안 하면 돼요^^

2022년 부로 글쓰기 강의를 9년 차 해오면서, 브런치에 글을 1400여 건 올리면서, 많은 기업 기관 대학 등으로부터 강의 섭외 문의를 받습니다. 다양한 주제의 글을 올리고 출강 이력과 메일 주소, 전화번호 등을 공개해두고 있으면 저를 찾는 사람들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죠. 그러다 보면 재밌는 문의 더러 들어옵니다.


"글쓰기 강의와 함께 스피치 강의도 맡기고 싶은데요."


저는 정중히 '글쓰기 강의'만 하고, 스피치 강의는 저보다 더 전문 강사에게 맡기세요. 하고 거절해왔습니다. 제 강사로서 신조가 '럭셔리 명품은 못 돼도 짝퉁 싸구려는 되지 말자'라서요. 어설프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스피치 강의 자체가 어렵진 않습니다. 특히 강사(강의/강연) 스피치에 관해서나 행사 시나리오 작성과 MC 진행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강의를 할 수 있죠. 하지만 그쪽 분야에 통달한 분들이 많은데 섭외하는 사람의 게으름으로 제가 하는 건 아니라고 그동안 판단했기에 거절했던 겁니다. 글로 연재는 하지만 강의는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저도 내년 10년 차 정도 되면 거절을 철회하고 승낙하려 합니다.


결정적으로 저 역시 '스피치 학원'을 다녔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역량을 갖춘 사람으로서 도움을 준다는 건 얼마나 위대하고 보람찬 일인가요. 수업은 딱 네 번 듣긴 했지만 그때 이후로 제가 강의를 할 때 스피치 면에서 매우 성장했음을 극적으로 느꼈기에 강사 이력이 있는 분들도 관련 없는 분들도 스피치 기초수업 수강 살면서 한 번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력이 있었지만 기본을 갖추고 싶었습니다. 그때 스피치 선생님과는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는 사이인데요. 강사로서 정말 많은 영감과 방향성과 자신감을 부여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아, 혹시 그 스피치 학원이 궁금한가요? 참고로 지금 그 선생님은 자기 전문분야에서  다른 강의를 하고 계십니다.

이쯤 해서 제일 궁금한 건 제가 9년 차 강사라 하니까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말을 잘할 수 있나요? 하는 질문일 겁니다.


저는 어렸을 적(초등학교 1학년)부터 말을 조리 있게 잘한다는 어머니의 평을 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한 번도 제가 말을 잘한다고 스스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죠. 어머니의 바람이구나 하고 넘겼을 뿐.


간혹 주변에서 '넌 이럴 때 보면 천재 같아. 그런 표현을 어떻게 생각해?'라는 말을 대학이나 직장 생활할 때 듣긴 했지만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가끔씩 번뜩이기보다 한결같은 말하기 능력을 갖추고 싶었거든요. 나는 아직 배고! 이걸론 부족해!

그런데 이젠 말 잘한다는 인정이 연속해서 쌓이니 이것이 객관적 피드백으로 다가왔습니다. 저 역시 노력해왔고요. 전에 브런치에 연재한 적도 있지만 그때보다 더 업그레이드되었어요.


이젠 감을 잡았거든요. 감을 잡았다는 게, 내가 말을 잘한다는 평을 받아도 이걸 이론화는 건 다른 문제였습니다. 감각적인 화술이었지, 뭘 알고 떠드는 건 아니었다는 거죠. 근데 저를 분석했고 스피치에 뛰어난 여러분들을 분석하니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제가 터득한 '말을 잘하는 방법'이라면 축약해서 다음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두려운 상황의 경험을 쌓는다.

- 말이 전달되는 메커니즘은 언어보다 비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그렇다는 건 말을 전달하는 화자가 어떤 감정상태이고 무슨 마음가짐·태도로 임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내용에 있어 준비를 철저히 했어도 청중들의 기운에 압도되면 말을 버벅거리거나 자신감이 없어 보이게 되고 전달력이 떨어지고 말죠.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스피치는 듣는 들의 기운에 제압당하면 진도가 안 나갑니다. 나는 한 명이지만 '내가 이들을 압도해서 메시지를 전한다'라는 여유로운 자신감이 있어야 합니다. 결국 해내고야 말 나를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 '자기 확신'과 함께 나를 바라보는 청중들이 나의 팬이라는 환상, 착각이라도 심하게 해야 합니다.

너무 떨릴 때 속으로는 '내가 이 분야에 능통하고 누구보다 우월하다'는 자신감이 있어도 됩니다. 손흥민 선수가 그 최고의 축구선수들이 즐비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내가 여기서 최고다'라는 주문을 항상 외치고 경기장에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죠. 손흥민 선수보다 더 최고 선수가 왜 없겠습니까. 그걸 겸손한 손흥민 선수가 왜 모르겠어요. 자기 최면으로 자신을 다독이며 능력을 100% 발휘하려는 최선의 주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두려움과 마주하는 경험의 횟수를 쌓아야 합니다.


저는 대학 행사 MC, 지역 축제 MC, 백화점은 물론 아웃렛 이벤트 행사 매장 등에서 경험을 쌓고 대학에서 조발표는 다 제가 도맡아 했습니다. 타고난 거 아니냐고요? INFP입니다. 말 다했죠. 관심은 받고 싶은데 혼자가 편한 타입, 아시죠?


잘했냐고요? 지우고 싶은 흑역사도 많습니다. 고무적인 건 점점 나아졌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처음과 몰라보게 나아졌죠. 치열하게 준비하고, 무대에 올랐을 땐 잘하려는 마음은 접어두고서 먼저 그동안 준비한 나 자신을 믿으세요.

2. 내가 놓쳤거나
잘못한 순간을 치열하게 복기한다.


- 강의 스피치는 특히 녹음을 매번 해서 반응이 좋았던 건 살리고, 좋지 못했던 건 고치려 노력했습니다. 비중으로 따지면 제가 잘 못 알아듣고 딴 소리를 한 질의응답 시간이라든지, 팩트체크를 미처 하지 못하고 뇌피셜로 떠들었던 것들을 바로바로 수정해나갔습니다.


이불킥 십만 번도 모자랄 정도의 정말 부끄러운 순간이었지만 수십 번을 듣고 또 듣고 또 들으며 분석했습니다. 녹음을 하지 못한 순간들은 명상하듯 그 순간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돌려보았습니다. 특히 내가 왜 그랬을까 와 더불어 상대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무엇이 가장 궁금했을까, 왜 저런 리액션을 보였을까 등을 계속 눈을 감고 돌려보았습니다.


이는 큰 강의를 앞두고 미리 시뮬레이션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이 정도 경지가 되려면 자신의 부족함을 그대로 인지하고 인정하는 자존감이 탑재가 되어야 가능합니다. 감사하게도 제 열의가 자존감으로 이어진 덕에 지금까지 즐겁게 강사를 하고 있네요.

3. 공부한다.


- 더 많은 어휘를 알면 더 많은 언어를 구사하고, 더 많은 사유를 펼치며 더 많은 세계를 보고 누린다고 믿습니다.


공부해야 합니다. 인풋을 쌓고 수시로 정리해야 합니다.


저와 같은 강사는 매번 평가를 받습니다. 잔인한 평가 앞에 놓일 때보다 황당한 평가를 받을 때 더 힘이 빠지긴 하지만, 그것마저 강사의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황당한 평가란, 주최 측에서 저에게 주문한 사항(3시간을 꼭 채워주세요. 대학원 생도 있지만 수준은 학부생 수준으로 해주세요)을 지켰을 뿐인데도 100명 중 1~2명 꼴로 이에 대한 불만이 나올 때입니다. 제가 볼 땐 그 사람이 들을 준비가 안 되었거나 제대로 안 들었던 경우일 텐데 말이죠.


어쨌든 강사는 이런 부류의 인간들로부터도, 내 강의와 준비한 수고를 찬양해주는 인간들로부터도 같은 인간으로서 매번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저도 인간인지라 끝나면 감정이 상할 때있어요. 이걸 타파하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공부입니다. 공부밖엔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없다면 날 사랑해주는 분들에게 더 많은 걸 줄 수 있도록 공부해서 성장해야 합니다.


강사가 아니더라도 나의 말은 상대방으로부터 실시간 평가받는 타깃이 됩니다. 그때마다 인정받으려는 도전에 투쟁하라는 건 아닙니다. 피드백에 기민하고 유연해지도록 적당한 긴장과 의식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강의는 할수록 배웁니다. 깊은 수준의 내용도 쉽고 인사이트를 남길 만큼 남에게 적으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 과정에서 수강생의 태도, 참신한 발상의 질문 등도 많은 걸 강사에게 가르쳐 줍니다. 서로 자극을 받는 상생관계가 강사와 수강생의 관계지요. 저는 수강생이 앞으로 공부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하고, 그들은 저를 더 공부하고 실천하도록 만듭니다.


스피치도 할수록 배웁니다. 많은 걸 남깁니다.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을 듣게 만들고 말하게 만드는 겁니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늘 내가 문제는 아니기도 하죠. 상대의 문제일 때도 많으니 자책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가요? 세 가지의 말 잘하는 방법, 도움이 좀 되셨는지요. 비단 강사에게만 국한하는 스피치 노하우가 아닙니다. 수강생을 상대방으로만 바꿔 생각 누구나 말하기에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찌 말 잘하는 방법이 겨우 세 가지로 갈음되겠습니까만은, 이 글을 보는 당신이 말을 잘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았다면 이 세 가지라도 확실하게 시도해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이런 방법으로 지금은 말을 잘하게 되었으니까요.

p.s: 아, 그리고 글쓰기는 기본입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글쓰기만큼 유려한 말하기의 기반이 되는 도구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자주 메모하고, 자주 단어와 표현들을 수집하고, 자주 문장을 만들어 보면 말하기 실력도 어느새 일취월장해 있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응원합니다.


 이동영 강사 섭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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