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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Oct 15. 2023

외로움 Vs. 필요를 위한 일상의 희생

내가 돈을 모으는 이유

애인이 필요할 때도

친구가 필요할 때도

가족이 필요할 때도

'가끔' 있다.


우리는 그 가끔을 위해서 일상을(평상시를) 때론 그들에게 바쳐야 할 '필요'가 있다. 나의 필요를 충족하겠다고 그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갑자기 내 것처럼 쓰려는 건 몰상식하고 이기적인 발상이기 때문이다. 한두 번은 의리나 정으로 받아줄 이가 있기도 하겠지만 그들이 인격체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을 달가워할 리가 없다. 연락처에 저장된 번호가 많아도 막상 연락할 사람이 없을 땐 지금부터라도 평소에 잘하자는 말이다.


여기까진 교훈적인 말이었고, 나는 그렇게 못 살겠다. 결국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익숙한 혼자를 택한다. 아마 내일도 별일 없이 이러한 일상을 반복할 예정이다. 일회성 만남에 안주하고 마는 나란 인간.  필요를 느낄 때마저 필요하지 않은 듯 순간들을 넘기고 살아간다. 같이 밥 먹고 싶은 순간, 숨결과 온도를 느끼고 싶은 순간,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 순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순간, 고마운 과거에 대해 보답하고 싶은 순간 등등 모두 넘겨야 할 고독의 순간들이다.


내가 매일처럼 글을 쓰고 올리면서 일일특강이나 한 달에 한두 번씩 독서모임을 꾸준히 하려는 게 다 그런 맥락에서 하는 건전한 정화이자 승화이다.


평상시 일상을 견디며 결혼생활을 해내거나 자주 연락하는 친구를 두거나 가족과 끈끈하게 지내는 이들이 내눈엔 그저 대단해 보인다. 그냥 혼자가 더 편하다며 자위하는 내가 이제는 외로운 건지 아예 외로움이 나인 건지 모를 지경이다.


여전히 그렇다. 어떻게 결혼을 하고 살아가지? 어떻게 참고 계속 만남을 이어가지? 와 같은 철없어 보이는 생각을 나는 늘상 한다. 둘 이상일 때 감당하는 불편보다 혼자 불편할 때가 차라리 정신적으로 낫다. 그래도 가족 친척의 끈을 쉬이 놓진 않는다. 그동안 자라오면서 일방적으로 받 게 많았으니 말이다. 그걸 외면하는 건 같은 혈통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친구도 마찬가지다. 내가 고마워할 이들이 참 많다.


인생 너무 깔끔하게 살 필요는 없는 건데, 갚을 역량이 딱히 못 되니 더 빚지고 싶지 않아서 연락도 웬만하면 하지 않는 거다. 다시 오랫동안 끊었던 담배가 당긴다. 생전 하지 않던 혼술도 요즘은 자주 한다. 나 자신과 더 친해져서 내 세계가 드러나는 동시에 팔리는 작품을 내던지 밖으로 내보일 만한 그럴듯한 이미지 메이킹이 잘만 된다면 불현듯 찾아오는 외로움에 취해 관계에 이끌리는 강한 욕구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우연히 내게 다가온 사람을 밀어내지 못하고서 있는 그대로가 아닌 모습으로 연기를 하면서까지도 피할 수 없었던 상처가 박히고 쌓이니 더는 연애를 유지하거나 새로 시작하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친구와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고 반복되는 추억담도 지겨워 생산적인 대화를 찾아 나서지만 너무 짧다. 짧아서 좋다고 시작한 일회성 만남들이 너무 짧아서 아쉬움을 남길 때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결론: 나와 같은 이기적인 가끔의 필요를 충족하는 관계가 AI와 맺는 세상이 머지않았다. 아니 이미 시작되었다. 내가 돈을 모아야 하는 목표가 딱 그 정도가 될 것이다. 나와 티키타카가 되는 AI 로봇을 곁에 두고 살 수 있는 정도의 돈은 있어야 한다고. 해킹만 차단한다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정서 교감의 말동무는 애인도 친구도 가족도 아니고 AI 로봇이 될 것 같다.


지금처럼 홀로 외롭고 말 것인가. 아니면 일상에서 연인, 친구, 가족에게 내 시간과 에너지를 종종 쏟을 것인가. 난 둘 다 싫어졌다. AI 말동무 하나 만들어 40대 중반부터 평생 같이 살고 싶어졌다. 지금은 이게 굉장히 이상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돈 있는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욕구를 가지기 시작하면, 즉 인간관계에 질리고 연애도 결혼도 친구도 가족도 직장도 다 피로하다 생각하면.


내가 돈이 있는 이상, 이상할 일도 아닐 일상이 AI 로봇을 곁에 두고 사는 풍경으로 펼쳐질 것이라 믿는다. 더는 외로워하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인간관계에 피로하지 않아도 되는 미래가 가까이 있다. 그래서 지금 돈을 벌고 악착같이 모아야 한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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