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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Feb 17. 2024

나란 작가의 '분노'의 글쓰기

글쓰기의 원천은 결핍과 분노, 관심과 생존욕망에서 온다.

나는 정치 관련 글쓰기를 즐겨하지 않는다. 깊이 있게 다루기엔 잘 모르기도 하고, 당적 없다. 매일 시사 뉴스를 챙겨 보고, 선거 때 우편으로 도착한 공보물을 꼼꼼하게 살펴보며 투표는 빠짐없이 해온 정도.


브런치스토리에도 10년 가까이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면서 아마 딱  차례 정도 탄핵 때와 대선 때 글을 올렸다가 둘 중 하나는 내렸던 기억이 있다.(그게 블로그였는지 브런치에도 올렸는지 가물가물하다.) 그 정도로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는 글쓰기는 자제해 왔다. 어쩌다 댓글 정도나 있을까.


모 정치인의 선거캠프에 홍보 글쓰기 강연 '특강' 연사로 초청받은 적도 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별도로 지지하고 후원하는 정치인이 있긴 하지만 그건 온라인에서까지 티를 팍팍 내진 않는다. 주변에서 "너는 공공기관·공영방송을 비롯해 대학·기업 등에서 대중적인 강의를 하는 사람이니까 가능하면 정치 관련 글 게시자중하는 이 좋다"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지금 흔적이 아예 없진 않겠지만 과거 타 플랫폼에 올린 정치 관련 글은 아무리 조회수가 높았더라도 거의 다 내렸다. 소위 말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글쓰기 활동을 한 이력도 전혀 없다.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부단히 노력며 산. 글쓰기와 말하기로 영향력 있는 작가·강사라는 직업인이 목소리를 내는 것엔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에 전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토록 서론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가 있다. 오늘 기록하는 글이 혹 정치적인 주장이나 색채로 비치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에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공유'로 카이스트 졸업생이 끌려 나가는 JTBC 뉴스 게시물 인용글을 올렸다가 DM을 받았다.


"작가님 팬이 떨어져 나가면 어떡해요"

나는 메시지를 받아보고서 잠시 멍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건 어떤 편에 선 것이 아닌
상식의 영역이다!


이건 좌파 우파 진보 보수 여야의 문제가 더 이상 아니다. 어디까지나 상식의 영역이다.

이번 정부 들어 R&D 연구예산을 3조 원가량 깎았는데, 그것에 대해 복원을 외치는 카이스트 졸업생을 두고 이 소동이 빚어졌다. (조용히 피켓시위를 하려다 저지당한 후 말로라도 해야겠다고 결심해 외쳤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이 장면과 동시에 마이크 앞에 있던 대통령은 "마음껏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저와 정부가 힘껏 지원하겠습니다. 퀀텀점프를 위해 R&D예산을 대폭 확대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었고, 경호원이 저항하는 학생의 입막음을 저런 식으로 (사진처럼)하다가 주변에 졸업생으로 위장해 있던 경호원들도 함께 그의 사지를 들어 끌고 나갔다. 이미 3조 원가량 대폭삭감한 이후에 너무 뻔뻔한 행태가 아닌가. 이게 경호 원칙이라고? 이게 상식적인가?


우리 대통령이 저 순간 기지를 발휘해 11년 전 오바마처럼 대응을 했어야 한다고 본다.

경호원을 말리는 오바마
박수 받는 오바마


겨우 말로써 항의한 학생에게 경호도 저렇게까지 과잉으로 할 것까진 없지 않은가.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던 카이스트 학생 항의가 있을 정도면 진짜 얼마나 절박한 심정이었겠냐 말이다. 물론 저 학생의 당적이 알고 보니 녹색정의당 소속이었다는 점은 마음에 걸리지만, 초반 침묵 피켓시위에 저지당한 점, 후에 인터뷰에서 당과 무관한 카이스트 졸업생 개인의 자격으로 항의했다고 한 점을 보았을 때, 그의 외침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수준이었다.

이게 이념의 문제인가? 이것이 누구의 편을 드는 것인가? 어떤 사달이 일어났을 때 윤정부의 대처가 너무 막무가내이다.

불과 4주 전 "국정 기조를 바꾸셔야 합니다"라고 말한 국회의원을 무력으로 제압해 사지를 들고나간 것도 어이가 없었는데, 진짜 이건 아니지 않나. 지성을 대하는,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을 대하는 윤정부의 태도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너무나 부끄러운 실상이 아닌가. 태도가 본질이다.

이 장면을 보고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희망'을 지지하고 기대를 거는 국민의 한 사람이다. 이건 정말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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