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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Mar 15. 2024

패션쇼에서 모델에게 쓰레기를 던지는 관객들

심지어 워킹 중 넘어지는 모델도 있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패션쇼 현장. AI 영상이 아닌 실제 광경이다. 처음엔 여느 패션쇼처럼 모델들 멋진 옷을 차려 입고 우아한 워킹을 시작다. 이때, 관객 중 한 명이 각종 쓰레기를 집어 작정한듯 모델을 겨냥해 무대 위 던져댔다. 말리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바나나, 콜라 캔, 날달걀, 물병, 과일 껍질, 구겨진 신문더미 등이 무대 위로 날아오고 이내 쌓이자 어떤 모델은 꽈당 넘어지기까지 다. 한두 명의 관객이 던지기 시작하자, 현장에 있던 모든 관객들이 일제히 모델 들이 걷고 있는 무대 위로 쓰레기를 던졌다.

이는 언뜻 돌발상황처럼 보이지만 연출된 퍼포먼스였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AVAVAV’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디자이너 베아테 칼손이 선보인 ‘쓰레기 퍼포먼스’는 온라인상에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악플을 꼬집었다.

쓰레기=악플, 관객=네티즌, 모델=악성 댓글을 받는 대상에 각각 비유한 것이다.

패션쇼 주최 측은 바구니를 주고 모델들이 워킹을 하면 그들을 향해 던지도록 부탁했다. AVAVAV가 새겨진 흰색 라텍스 장갑까지 제공했다. 메시지를 전하기엔 탁월한 행위예술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넘어진 건 좀 아팠을 것 같다.

워싱턴포스트는 눈치를 보며 망설이던 관객들마저 결국 쓰레기를 투척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에 인상적인 시사점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쇼가 진행될수록 쓰레기를 던지는 행위는 점점 과격하고 공격적으로 변했고 도중에 쓰레기를 다 던진 일부 관객이 다른 관객에게 쓰레기를 빌리기도 했다고.

악플은 선동성이 강하다. 동조효과로 처음엔 소극적이던 사람들까지도 동참하게 되기가 쉽다. 이는 '상대가 쓰레기를 준다고 건네받지 않고 갖다 버리면 그만'이라는 지혜로운 조언마저 별 수 없다. 순식간에 더럽혀 채로 견디고 견디다 자칫 넘어질 수도 있는 현실에 공허해지고 무색말로 만들어 버린다. 쓰레기는 살포시 건네주는 게 아니라 보통 내던지기(마구잡이로 투척하기) 때문이다.


글쓰기 강사로서 나는 글쓰기 책에도 악플과 무지성 언론에 경고하며 댓글교육을 언급고, 성인 디지털 리터러시 강의나 초중고 강의에서 줄곧 댓글교육을 역설한다. 댓글도 엄연한 쓰기 행위이다. SNS(블로그, 브런치, 인스타그램 , X 트위터, 스레드, 유튜브 등 포함)에 올리는 글이나 댓글, 영상콘텐츠에 쓰는 짧은 제목까지도 누군가를 함부로 저격하고 단정지으며 마녀사냥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젠 1인 미디어 시대에 편집도 수월해지면서 숏폼 영상을 생산-재생산-공유하면서 댓글로 트래픽을 올리는 사태를 쉽게 목도한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무지성 가짜뉴스, 영상조작, 딥페이크, 음성조작 등이 날조되는 건 막기도 어려워지고 있는 시대.


우리가 얼마나 더 인간성을 회복하는데 힘써야 하는지, 얼마나 미디어 리터러시에 수준을 높여야 하는지, 누구나 완벽할 수 없고 실수할 수 있는 인간 대 인간으로 공감능력을 회복하며, 사실 너머의 진실을 천착하는 지성과 함께 인문적 상상력을 기르고 본질을 꿰뚫으며 한계를 넘어선 통찰과 성찰을 발현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깊게 사유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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