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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있다는 착각

과연 나는 글다운 글을 쓰고 있을까?

by 이동영 글쓰기

읽고 있다는 착각, 마케팅한다는 착각.. 이런 책 제목이 우후죽순 나오는 걸 보고 저도 한마디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제 직업적 정체성은 '글쓰기 강사'이니까요.


글을
'잘' 쓰고 있다는 착각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얼마 전 저는 '당신은 이미 글을 쓰고 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오랜만에 많은 독자분들의 공감을 얻은 글이었죠. 그래서 오늘 주제가 다소 모순되게 느껴질 여지도 있을 것 같습니다.

https://brunch.co.kr/@dong02/2847

하지만 이전에 썼던 글은, 글을 종이에 새기지 않고 있어도- 이미 살아가며 사유하고 관찰하고 경험하며 반추해 보는- 모든 행위가 글쓰기의 인풋 과정에 있다는 걸 강조했던 글이었다면 이번엔 조금 다릅니다.


글을 곧잘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글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까요. 이번 기회에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브런치스토리나 블로그, SNS에 글을 매일처럼 쓰기만 한다고 그것이 글로써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


반드시 가치가 있는 글을 써야 하는가? 반문한다면 저는 그렇다.라고 답하겠습니다. 그 가치라는 건 독자 한 명을 오롯이 향해 있을 때 진정성을 가집니다.


글 하나로 모든 독자를 사로잡을 수는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도 실제로는 구매해 두고서 읽지 않은 독자들이 꽤 많습니다. 저는 한 문장 또는 한 편의 글 혹은 한 권의 책이 가진 가치는 그 글을 쓴 저자의 입장에서만 머물지 않을 때 빛을 발한다고 봅니다. 공개적 플랫폼에 새긴 글이 타자에게 작은 영향이라도 긍정으로 끼칠 때 '가치있다'라고 생각합니다. 글 쓰는 작업이 쉬우면 쉬울수록 가치가 높을 가능성은 떨어지거든요.

가치 있는 글이 지닌 의미는 저자가 고통스러웠을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창작의 고통이거나 그 글 안에 투영된 내가 그냥 가볍게 담긴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죠. 그런 글일수록 더 오랫동안 빛을 보아야 한다고 주창하고 싶습니다. 반면에 가치가 떨어지는 글은 대개 그 글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만 쏟아내고서 쉽게 공유하는 경우입니다. 그건 자신이 글을 곧잘 쓰고 있다는 착각에 푹 빠져서 독자 없이 혼자 취해서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글은 감동을 주는가,

그게 아니면 정보를 주는가?

그것도 아니면 교훈을 남기는가.

아니면 재미라도 있는가.


글다운 글을 쓰고 있다는 게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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