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버린 꿈 - 반대로, 전부 다 가라앉은 현실
현실을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건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잡념이 파고들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우리는 미디어에 자신을 노출시키거나 의존하고 스스로의 설정값(W야?ㅋ)에 가둬 긴장을 푹 놓기도 하지만, 언제든 그 값에서 벗어난 예외상황은 존재하기에 긴장감이 좀처럼 종식되는 법은 없다.
무엇이 날아갔고, 무엇이 가라앉았는가. 한동안 쏟아지는 잠과 바꿔가며 아주 틈틈히 기록했던, 특히 책 출간 직후라서 뒤늦은 깨달음에 넓혀진 시야를 통째로 쏟아부은 아이폰 메모장 속 500여 개의 최근 6월~9월 어제까지의 메모 데이터가 ios10업데이트와 동시에 모조리 날아가버렸다. 참으로, 맥락없이.
사실 그동안 얼마나 SNS에 글을 공유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거 다 참아가며 아끼고 아껴서 작품 같은 글을 습작 끝에 선보이려던 것이 결국, '메모가 다 날아갔습니다'로 귀결되는 이 글로서 작렬하게 탄생할 줄이야.
오히려 마음을 비우게 된 것일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식같은 메모들을 한순간에 허무하게 떠나보낸 실감을 아직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날아가 버린 꿈에
현실은 일순간 가라앉았다
이 메모가 날아가기 전 업데이트를 했던 이유도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위해서 업데이트를 한 후에 최근 메모를 정리할 심산이었다. 최근 메모가 내게 준 플러스 영감은 지금까지 중에 가장 새로웠으니까. 하... 이게 무슨 일인가. 사랑하는 연인이 떠나간 것보다 더 가슴에 구멍이 큰 것만 같다.
TV를 잘 보지도 않는 내가 잠시라도 이 당혹스런 현실을 내 안에 감춰보려고 전원을 켜고 멍때리는데, 판타스틱 듀오의 하이라이트가 나왔다.
'돌아와 그대, 내게 돌아와... 나 오직 그대 생각뿐이야 오오오 오오오'
(장난하나 지금 ㅠㅠ)
'너 다시 돌아와주라.... 꼭 내게 돌아와주라으아..'
(하.. )
'사랑해요.. 이젠 편히 쉬어요.. 내가 없는 세상에서 영원 토록...'
(메모의 향수를 부르는 구나)
누가누가 잘하나 노래자랑하는 서비이벌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른 생각이 이렇게 더 진해지는 경우가 있구나 싶다.
그래, 운명이란 말이 위안이 된다면
그건 운명이었던 거야..
애플 고객센터 직원이 추석연휴임에도 아주 친절하게 상담해준 덕에 화가 나는 감정보다는 그저 기가 막혀있을 뿐이다.
고향집에도 안 내려가는데 이 혼자만의 고통의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벌 받은 건가;)
무료한 긴 연휴에 집 밖은 온통 유료인데 어디에다 몸 가눌 곳도 없네. 그래도 오늘은 비는 안 와서 이따 좀 돌아댕겨볼까 싶다.
이제 메모는 네이버 계정에 해야지
사진은 바로 바로 백업시키고 다 지워버려야지
가만보면 기억상실은 더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다. 기기에 의존하는 인간이 있는 이상 기기의 오류 역시도 기억상실로 분류된다.
차분히 마음을 내려놓은 뒤, 망각을 위해 쏟아부었던 그 당시 내 무의식을 믿어보기로 한다. 이 세상에 나를 믿지 누굴 믿는가?
나에게로부터 나온 메모니까.
내 안에 이미 녹아져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자극과 발견이면 더 좋은 것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