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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Sep 15. 2016

기억상실: 메모상실

날아가버린 꿈 - 반대로, 전부 다 가라앉은 현실

현실을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건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잡념이 파고들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우리는 미디어에 자신을 노출시키거나 의존하고 스스로의 설정값(W야?ㅋ)에 가둬 긴장을 푹 놓기도 하지만, 언제든 그 값에서 벗어난 예외상황은 존재하기에 긴장감이 좀처럼 종식되는 법은 없다.

무엇이 날아갔고, 무엇이 가라앉았는가. 한동안 쏟아지는 잠과 바꿔가며 아주 틈틈히 기록했던, 특히 책 출간 직후라서 뒤늦은 깨달음에 넓혀진 시야를 통째로 쏟아부은 아이폰 메모장 속 500여 개의 최근 6월~9월 어제까지의 메모 데이터가 ios10업데이트와 동시에 모조리 날아가버렸다. 참으로, 맥락없이.

이종석은 맥락없음 속에서 멋있기라도 하지

사실 그동안 얼마나 SNS에 글을 공유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거 다 참아가며 아끼고 아껴서 작품 같은 글을 습작 끝에 선보이려던 것이 결국, '메모가 다 날아갔습니다'로 귀결되는 이 글로서 작렬하게 탄생할 줄이야.

오히려 마음을 비우게 된 것일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식같은 메모들을 한순간에 허무하게 떠나보낸 실감을 아직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날아가 버린 꿈에
현실은 일순간 가라앉았다


날아가 머리위로우 날아가..

이 메모가 날아가기 전 업데이트를 했던 이유도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위해서 업데이트를 한 후에 최근 메모를 정리할 심산이었다. 최근 메모가 내게 준 플러스 영감은 지금까지 중에 가장 새로웠으니까. 하... 이게 무슨 일인가. 사랑하는 연인이 떠나간 것보다 더 가슴에 구멍이 큰 것만 같다.


TV를 잘 보지도 않는 내가 잠시라도 이 당혹스런 현실을 내 안에 감춰보려고 전원을 켜고 멍때리는데, 판타스틱 듀오의 하이라이트가 나왔다.


'돌아와 그대, 내게 돌아와... 나 오직 그대 생각뿐이야 오오오 오오오'


(장난하나 지금 ㅠㅠ)


'너 다시 돌아와주라.... 꼭 내게 돌아와주라으아..'


(하..   )


'사랑해요.. 이젠 편히 쉬어요.. 내가 없는 세상에서 영원 토록...'


(메모의 향수를 부르는 구나)


누가누가 잘하나 노래자랑하는 서비이벌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른 생각이 이렇게 더 진해지는 경우가 있구나 싶다.

그래, 운명이란 말이 위안이 된다면

그건 운명이었던 거야..


애플 고객센터 직원이 추석연휴임에도 아주 친절하게 상담해준 덕에 화가 나는 감정보다는 그저 기가 막혀있을 뿐이다.


갤럭시 쓰면 됐을텐뎅

고향집에도 안 내려가는데 이 혼자만의 고통의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벌 받은 건가;)

무료한 긴 연휴에 집 밖은 온통 유료인데 어디에다 몸 가눌 곳도 없네. 그래도 오늘은 비는 안 와서 이따 좀 돌아댕겨볼까 싶다.


잡스, 당신이 그리워지는 건 기분탓이겠죠?

이제 메모는 네이버 계정에 해야지

사진은 바로 바로 백업시키고 다 지워버려야지


가만보면 기억상실은 더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다. 기기에 의존하는 인간이 있는 이상 기기의 오류 역시도 기억상실로 분류된다.


집착은 버려버려

차분히 마음을 내려놓은 뒤, 망각을 위해 쏟아부었던 그 당시 내 무의식을 믿어보기로 한다. 이 세상에 나를 믿지 누굴 믿는가?


나에게로부터 나온 메모니까.

내 안에 이미 녹아져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자극과 발견이면 더 좋은 것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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