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아시나요?
몇 년 전에 쓴 글이 뜨는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에는 감성 가득한 오프닝/클로징이 있었습니다.
지금 읽어보면 나름 괜찮은데, 좋아요 수가 적다고 접은 기억이 납니다.
오늘 오프닝은 시간이 좀 늦었지만 몇 년만에 하는 것이니 양해를 구합니다.
10월 첫 주에 가족여행을 베트남으로 다녀왔습니다.
처음이었지만 마지막일 것 같다는 강렬한 예감은 서로 이렇게 시간이 맞을리도 돈도 모으기 힘들기도 하기 때문이었죠.
그때 가족의 취향과 습성들을 여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요. 잊고 살았거나 각자의 습관이 더해진 탓에 여행지에선 적응에 노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심리학 박사의 말에 의하면, 습관이란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라, 바꿀 수 있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새로운 습관으로 덮어야만 하는 거라고요.
어떤 것에 집중하고 관심을 가질 지, 그것이 내 인생을 바꾼다면 과감히 바꿔야 할 때가 왔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닙니다. 그보다 좀 더 본질적으로 무엇에 집중하고 관심을 가지는 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혹시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아시나요?
10월 첫주에 베트남 여행 후 한동안 부모님은 물론 가족 어느 누구와도 연락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아주 오랜만에 제가 갓난 아기 시절에 우리 동네에 살던 이웃집 형이 결혼을 했다고 그 결혼식이 있던 부산에 부모님이 함께 다녀오신 모양이었습니다.
그 베트남 여행때문에 만들어졌던 단체 카톡방에 부산 불꽃축제 사진을 아빠가 올리시더군요.
저는 딱히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이를 언급했습니다. 왜 카톡 보고 아무 말도 안했냐고.
저는 그냥 무덤덤하게 인터넷 켜면 다 똑같은 사진이라서 별 감흥이 없어서 그랬다고 대꾸했습니다.
그러면서 엄마가 좋아할만한 말을 찾다가 진짜 엄마가 좋아하는 게 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진짜 좋으셨겠어요.
불꽃놀이 엄마 좋아하시잖아요.
엄마는 아이처럼 신나하며 말했습니다.
그래, 맞어 엄마는 불꽃놀이 좋아해!
너~무 좋더라구
이후에 딱히 할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엄마 진짜 좋으셨겠다..'만 반복하려니 엄마가 머쓱하셨는지 내년엔 같이 보러 오자고 하며 목소리가 잦아들었습니다.
다시 과거의 오늘 페이스북으로 돌아가보면, 정확히 그 전날 페이스북에서 과거에 제가 쓴 글을 보여줬습니다.
2015년 10월 OO일
내년에는 꼭 부산 불꽃축제에 가족이랑 함께 갈 것이다.
특히 엄마가 불꽃놀이를 좋아하니까.
그때 알았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늘 관심을 기울이던 부모님의 관심사를 요즘 너무 소홀히 여기고 살았던 것을요.
엄마가 좋아하는 목록을 적어보세요..
어렸을 적 좀도둑의 솜씨(?)로 지금까지도 집에 보석이 하나도 없는데, 어렸을 때부터 이마트에 보석코너를 갈 때마다 엄마는 '동영아, 너는 언제 돈 벌어서 엄마 이런 거 사줄래?'하며 슬쩍 농담반 진담반 멘트를 건네시곤 했습니다.
일단 1. 보석 접수.
아까 말한 2. 불꽃놀이.
국수집을 차리고 싶은 게 소원이시라는 울 엄마. 국수마니아로서 3. 국수.
4. 자식 건강과 결혼
결혼해서 애 낳으면 엄마가 키워주겠다고 늘 말씀하시죠.
(결혼할 생각도 없으며 맡길 생각도 없음)
5. 제주도 여행
한번도 가지 못해서 언젠가 라디오 노래자랑에서 제주도 여행권 풀패키지를 타서 드렸지만, 너무 바쁘셔서 못가고 그걸 할아버지 할머니께 양도해드림. 덕분에 할아버지 할머니는 날 아주 멋진 손자로 생각하심.
이렇게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 방향으로 뭔가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살아계실 때 할 수 있는 진정한 효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독자여러분은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