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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Nov 07. 2016

기다려지는 일이 많아지는 삶을 위하여

행복한 삶의 정의

초등학교 때 나는 숙제를 하도 안 해와서 늘 벌을 받기 일쑤였다. 그 덕(?)에 지금도 내 허벅지는 상체에 비해 튼실한 편이긴 하지만. 하여간 그때 엎드려뻗쳐를 하면 수업시간 50분 내내 그 자세를 하고 있고, 계단 오르내리기, 복도 토끼뜀도 마찬가지로 요령 하나 없이 내가 그 힘든 걸 곧이곧대로 다 해냈지 말이다.  

이게 좀 웃기는 발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때 그 수업 시작과 동시에 나는 50분이 끝난 후 종을 치는 그 시간이 너무 기다려졌다. 일단 고통스러운 벌을 받고 있으니 수업내용을 잘 들을 리는 만무했고, 이는 자명한 결과로 악순환을 낳았다. 글을 읽는 당신의 예상보다 나는 훨씬 더 심각하게 매일같이 숙제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러니 나는 주입식 교육보다는 '기다려지는 시간'에 대한 고찰을 했던 것이다. 어쨌든 주입식 교육을 당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초등학교 내내 수업내용은 지금도 전혀 기억에 없다. 딱 한 번 '읽어오기'숙제를 해오라고 했을 때 6페이지~8페이지가량 되는 분량의 챕터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달달 외워갔을 때 숙제 검사를 하지 않은 분함이 아마도 나에겐 적잖은 상처였는 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늘 반항처럼 숙제를 하지 않았던 나의 체벌 시간 속 고찰은 남달랐다.


그게 방금 떠오른 것이다.

내가 숙제를 해가지 않았던 것이기도 했고, 몽둥이로 때리는 건 아무래도 아픔을 좀체 느끼지 않을 정도로 맷집이 강해져 있었던 터라 종이 치는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기다려지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그 어릴 적 철학적 고찰이 아닐 수가 없다.


어떤 이에게는 드라마를 챙겨보는 시간이, 또 어떤 이에게는 불금이, 또 주말이 기다려질 것이다.

앞서 브런치 글로 남겼듯이 필자는 매월 둘째 주&셋째 주 목요일에 필사 모임을 만든 이유 중에 하나가 '목요일'이 기다려지는 삶을 살기 위함이었다.


나 스스로의 삶도 그렇고 모임에 참여하는 참석 멤버에게도 목요일이 '기다려진다면' 조금이나마 '행복'한 삶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주 4일제 근무를 주창하는 사람이다. 월요일 하루만 쉬어도 일주일이 금방 지나가는 기분이 든다.

목요일을 알차게 보내면 금요일과 주말이 왠지 보람차다.


내가 좋아하는 보컬은 아니지만, 어떤 곡을 쓰고 맛깔나게 부른 김종서라는 가수가 있다.

그 곡은 바로 '아름다운 구속'이라는 노래다.


'휴일에 해야 할 일들이 내게도 생겼어'


이건 연애의 시작을 알리는 고결한 (?) 멘트이기도 해서 표현이 매우 아름답다.

휴일이 기다려지는 삶이다. 어떤 사람이 사랑하는 감정을 가지고 그 사람과 만나는 일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한다는 건 무척이나 아름답고 설레는 일이 아닌가?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오면, 그때 그 어리석었던 부적응 비순응자의 초등학생 내 모습은 무의미한 학교 생활에 '종소리치는 시간'을 향해 끊임없이 흘려보냈던 것만 같다.


왜 그때 조금 더 즐기지 못했을까?


과감히 학교를 때려치웠다면, 체벌받는 중의 종소리가 아닌 기다림이 설레는 다른 목표를 세우고 전진하지는 않았을까? 이 물음은 지금 나에게도 적용된다. 인간이면 인간답게 그때가 아닌 지금을 기준으로 반성해야 한다.

누군가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었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가? 물론 모든 어제 죽은 이가 오늘에 대한 간절함이 있다는 건 이제 믿지 않는 나이가 되었지만 말이다.


여하간 하여간 여하튼 하여튼 어쨌거나 좌우간 아무튼 지간에 반성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나는 서있다.

점심시간 11시 반과 퇴근시간 오후 6시가 되기만을 기다리는 나의 간사함은 체벌을 받고 있는 초등학생 시절의 생각 없던 나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므로.


http://pf.kakao.com/_abh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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