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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Mar 14. 2017

책을 출간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동영 작가의 책 출간기

<사람아, 너의 꽃말은 외로움이다>, <당신에겐 당신이 있다>, <나에게 하는 말>


어머나, 벌써 책을 3권이나 냈다. 자칭 '작가'를 이름 뒤에 붙여 '이동영 작가' 브랜딩 작업을 해온 지 2년째 지나고 있는데, 그래도 이름값은 하는 것 같다. 글을 봤다며 밖에서 나를 알아보는 소수의 사람들이나 내 책 혹은 온라인에 올린 글귀를 공유하면서 직접 인증해서 보내주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동영 작가'로서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는 것만으로 브랜딩이 공허해지진 않았으니. 책을 낸 전후에도 나는 꾸준히 매일 글을 쓰고 있고, 매일 독자들과 직간접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 나는 자타공인 작가가 맞다. 베스트셀러 여부는 크게 중요치 않다. 흠, 앞으론 중요해지겠지만.


3권 중 2권은 전자책(e-Book)이었고, <나에게 하는 말>은 종이책으로 나와 홍대 앞 카페를 대관해 북콘서트도 열었다. 현재(17년 3월) 기준으로 1쇄 완판이 되었는데, 더 이상 중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적은 양의 출판부수임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뒤쪽에 잠깐 있긴 했었지만,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기에 판매실적으로는 '중박'정도로 작가로서 평가하고 싶다. 작가가 소장하고 있는 책 여분이 있어서 독립서점이나 개인 이벤트 용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지금 시중에서 구입 가능한 책은 전자책인 <당신에겐 당신이 있다> 뿐이다. 이 책도 조만간 계약 종료를 요청할 생각이다.


왜 더 찍지 않는가? 하는 물음이 들 수 있다. 근데 그보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더 궁금한 것은 책을 내고 싶은 욕구로부터 발현한 호기심일 것이니 이 모든 것의 답을 차근차근해보려 한다.

필자는 첫 책을 내고 나서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이는 경험을 했다. 이건 책을 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책을 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내 글의 부족함은 차치하고서라도 아, 계속 내야겠다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요즘 시대를 사는 사람 중에 책을 안 내는 사람은 있어도 한 권만 내고 말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


책을 출간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1. 당신이 책을 내야 할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우리는 흔히 '좀 더 완벽한 준비' 뒤에 실전에 나서길 희망한다. 평가에 대한 불안감과 흑역사로 남을 두려움 때문이다. 나는 실전 역시 완벽이라는 이상을 향해 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으므로. 다만 작가 자신의 만족과 실망이 뒤따를 뿐이다. 우리는 모두 '결과'로 말할 수 있으므로. 책을 내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자.(죄를 지으라는 게 아니다) 브런치에도 책 출간 프로젝트가 있지 않나. 문예지나 신춘문예 공모전 등단도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플랫폼 수준이나 자격의 차이를 크게 신경 쓸 것 없다. '책을 출간하는 작가'라는 꿈이 절실하다면 말이다. 습작해둔 원고나 반응이 괜찮았던 글이 있다면 묶어서 출판사에 과감히 원고 의뢰를 해보라.


사실 이 조언의 핵심은
지금 당장 책을 무작정 내라-
당신은 할 수 있다-가 결코 아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나의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진중하게 가져보라는 소리다.


부디 섣부른 오해는 마시길 바란다.


2. 사람들은 '글'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공감을 주는 글을 쓴다는 것은 곧 마음을 대변해준다는 것과 같다. 의사만이 생명을 살리는 직업이 아니다. 작가는 위대하다. 아무리 흔해져도 알파고의 시대가 도래해도 인간으로서 작가는 역시 위대한 창작가의 이미지가 강하다. 예술의 영역인 것이다. 작가라는 타이틀은 멋지고 이는 여전히 유효하며, 아마 영원할 것이다. 인간에게 정신적인 힐링은 물론이고, 극단적인 선택을 지연시키거나 거두게 할 수 있는 힘은 좋은 글에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한 순간이나 시기에 놓였을 때, 글을 찾는다. 글을 직접 쓰기도 한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발견했을 때, 더욱 쓰고 싶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 음악을 즐겨 듣거나 책을 즐겨보거나 하지 않는데, 쓰는 것은 매우 즐긴다. 특유의 카타르시스 때문이다. 카타르시스의 어원은 배설과 정화이다. 글을 즐기며 쓰는 것과 그런 사람의 글을 보는 것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운명적이다.


3. 책으로만 먹고 살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현실은 언제나 시궁창이다. 그러나 현실적 비관주의는 생존력을 늘려주기도 한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집단은 무조건적인 긍정의 희망고문을 하던 사람들이 아니라,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견디던 현실적 비관주의자들이었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선인세가 억 단위인 작가는 전 세계 1%니 제외한다. 국내 유수의 작가들만 보더라도 '책'을 내고서 다양한 활동을 한다. 그들의 입으로 직접 '작가가 책만 쓰고는 살기 힘들다'라고 말한다. 방송, 강연, 칼럼, 인터뷰 등등의 부업이 있어야 한다. '전업작가'란 이런 부업으로서 완성되는 시대다.

그러나 '덕질은 반드시 보상받는다'는 믿음으로 정진한다면 좋은 날은 올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일단 글을 쓰며 평생을 살고 싶다면 작가로서의 작업 이외에 생존의 여지는 남겨두는 게 좋겠다. 원래 하고 싶은 걸 하려면 그 과정에서 반드시 하기 싫은 걸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법이라니까.


4. '작가'라는 정당한 자격을 가지게 된다.

위 3번에서 나온 것대로 책을 낸 작가는 '자격'을 인증받는다. 책이 곧 자격증인 셈이다. 독자들의 공감 정도에 따라 그 자격증의 공신력이 되어 준다. 저만큼의 생각을 공유한 당당한 창작자라면 우리에게 강연을 할 만도 하고, 방송에 나올 만도 하고, 모임도 운영하고, 칼럼 등도 쓸만하다고 말이다. 물론 경쟁력이 있어야만 한다. 작가가 판을 치는 세상이고, 책은 안 팔리는 세상이다. 남들과는 다르게 나만의 색깔을 지녀야만 한다. 이건 필자에게도 숙제이다. 그래도 많은 독자로부터 용기를 얻고 살지만. 가장 큰 자격증명은 아마도 '내 글을 좋아해 주는 독자가 있다'라는 사실이 아닐까.


5. 누구나 쓸 수 있다. 하지만 아무나 작가가 될 순 없다.

기본기는 필수이다. 수시로 사전을 찾아보고, 풍부한 어휘력과 다양한 경험에 따른 공감능력과 특유의 감성이 있어야 한다. 그저 인증된 작가들을 따라 하는(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철학적으로 정립해야만이 책 한 권 집필이 가능한 것이다. 훔치더라도 제대로 훔쳐서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 단순히 모방을 하는 것은 작가가 아니다. 가까운 시대에 알파고가 그건 더 잘하지 않을까 싶다. 인간만의 디테일이 필요하다. 세밀한 교정교열과 기본적 맞춤법뿐 만 아니라, 사람들이 감정을 느끼는 일상과 자연의 현상들을 민감한 촉수를 세우고 느껴야만이 비로소 작가가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작가의 완성은 책을 내고 안 내고의 여부, 글을 쓰고 안 쓰고의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잘 쓰는 것',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좋은 글'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6. 그 시기, 그 나이 때에만 쓸 수 있는 글이 있다.

책을 내던 그때 당시의 내 무의식을 지배한 것, 인식하는 것, 생각하는 것은 무척이나 소중한 콘텐츠다. 예를 들어 중2병에 걸린 중2 시기에 쓰는 글은 책으로 쓸 수 없다 해도 내 인생을 통틀어서는 다신 오지 않을 발상의 순간이고, 서른 살에 쓰는 글과 20대에 쓰는 글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랑에 빠졌을 때도 이별을 겪었을 때도 문득 그리운 시간에도 무조건 그 감정, 느낌, 생각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은 어쩌면 다시 탄생하지 못할 글일 수 있다. 1번에 당신이 책을 내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인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반대로, 독자 입장에서도 한 번 읽고서 다른 (상황적 시기 혹은) 나이 때에 책을 펼쳐보았을 때, 다르게 와 닿게 될 것이다.



번외: 오탈자가 보인다. 아무리 열심히 고쳤어도..



첫 책 <사람아, 너의 꽃말은 외로움이다>가  2013년 백수 시절에 출간되었는데, 그때까지도 생경했던 전자책 출간은 대중들에게 큰 각인을 심어주진 못했다. 두 번째 책 <당신에겐 당신이 있다>역시 전자책 시장에서는 베스트셀러 4위까지 올랐지만 그것도 잠깐이었고, 언론에 소개된다거나 수익으로 이어질 정도 역시 아니었다. 책 출간에 대해서 문의해오는 분들이 은근히 많다. 놀라운 점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는 건데 성의나 절실함이 없다고 본다. 내가 출간한 책의 출판사의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아주 자세히 나와있는데 말이다.


이제 왜 기존의 책을 더 찍지 않는가? 에 대한 답변을 해야겠다.

세 번째 책까지 내는데 아직도 부끄럽다. 중쇄를 찍지 않는 건 이 미칠듯한 부끄러움 때문이다. 나는 내 글을, 내 책을 정말이지 누구보다 사랑한다. 나를 사랑하는 것(나르시시즘)과는 또 다른 애정이다. 내 글은 내가 세상에 내놓은 자식이고, 이는 다시 나를 위로해주고 큰 기쁨을 준다.


선한 영향력을 퍼뜨려서 생각보다 많은 독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내가 내 글을 읽을 때와 독자들이 긍정적 피드백을 해줄 때,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행복을 만끽한다. 작가라는 자격을 갖추고 강연을 할 때, 내 앞에 청중이 내 말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 받아 적거나 눈빛을 반짝거리고 고개를 끄덕여 줄 때, 그 즉각적인 피드백 역시 생생하게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보다 더 나은 책을 내기 위해 절판을 결심한다. 또한 유치해 보인다. 그게 한 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한 것이다. 내 글도 성장했다는 방증일 테니까. 앞으로 절판하지 않는 이동영 작가의 책이 나온다면 부끄러움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좀 더 익숙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첫 책을 낼 때보다 두 번째, 세 번째는 출간 자체에 훨씬 용기가 났다. "나는 5월에 다음 책을 출간할 예정이야!" 하던 구체적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끝끝내 16년 5월 31일에 이루어졌다. 돌아보니 공개 선언 효과라는 게 어느 정도 작용했나 보다.


출판시장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일부는 사재기에, 보험판매원들에게 돌리거나 언론홍보, 노출 순위 조장, 전용 홍보 매대 활용, 마케팅 개별 팀이 있는 대형 출판사나 노하우를 가진 홍보에 적극적인 출판사의 책을 경쟁에서 이기기란 매우 어렵다. 전략이 필요하다. 명확한 타깃을 정하고 그들에게 미리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보다 늦게 나온 책이 내 책과 비슷한 느낌인데도 확 뜨는 경우엔 살짝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다. 그땐 내가 책을 직접 만들고 싶어 질 지경이다. 2017년 들어 독립출판과 독립서점 작은 책방이 많이 눈에 띄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을 내고 나면 가장 큰 감정의 변화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책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 그것은 공짜가 아니라,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는 것이다. 온라인 채널에 올리는 글은 전혀 돈이 되지 않는다. 브런치나 인스타그램 등에 글을 공유하는 꾸준함이 멀리 보면 독자 확보에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은 하지만, 현재로선 궁핍 그 자체이다. 세 번째 책은 그런 면에서 다른 것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직장인 신분으로 썼고,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온라인에 꾸준히 올려서 반응이 좋았던 글들을 한데 묶은 짧은 글귀 모음 형태였다. 그 결과, 트렌디한 시각적 짧은 글이 맞는 SNS 세대에 나름의 마니아 독자들(팬층)이 형성된 것이다. 이젠 백수로서 전업작가가 될 것인지 다시 직장에 다니며 기계인간으로 거듭날 것인지 곧 판가름 나는 갈림길에서 책을 출간해야만 하는 사정이 전작과 다르다. 뭐,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글쓰기에 저명한 인사가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고 백날 여유 있게 말하는 것보다, 나같이 별 것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 책 한 권 내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라고 증명해 보이는 것이 보통 사람들에게 더 큰 동기부여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당신도 나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좋은 글의 향기를 퍼뜨릴 그 날을 기원하며 축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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