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영 글쓰기 Mar 15. 2017

내가 글을 쓰기까지 과정의 비유

단순히 소심해서 그때그때 끄적이는 것이 아니다.

여기 컵이 있다.


그 컵은 A4 크기만한 습자지(종이)위에 있다.

한 방울만 떨어뜨리면 종이가 젖을 만큼 가득차 있는 컵이다.


한 방울이 떨어진다. 혹은 떨어뜨린다.

넘친다. 컵의 결을 따라 종이 아래로 떨어져 조금씩 젖는다.

몇 방울이 더 떨어지다가, 결국엔 들이 붓기도 한다. 이내 종이는 완전히 젖는다.


크리티컬 매스


99도씨에서 1도씨를 더한 임계점에 도달하면 물이 100도씨가 되어 끓는데, 이를 임계질량 즉 크리티컬 매스라고 한다. 꽃이 필 때에도, 모래 성에 모래 알 하나를 떨어뜨려 무너질 때도 마찬가지다.


서두에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이유가 있다. 이는 모두 하나의 비유이기 때문이다.

내가 글을 쓰기 직전까지의 과정을 그려낸 것.


내가 오늘 낮에 어떤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오늘 밤에 그 대화 속에서 나온 듯한 이야기를 썼다면?

나는 낮에 만난 사람과의 이야기만 듣고 쓴 글이 아니란 거다. 그동안 무의식이라는 컵에 비슷한 주제어들이 차오르다가 그 사람이 내게 한 두 방울 떨어뜨려 넘치는 영감으로 글을 쓰게 해준 것이다. 가끔 내게 상처주는 말을 누가 했다면 내가 그걸 바로 소심하게 일기로 쓰는 것 같지만, 그동안 비슷한 상처가 쌓이고 쌓이다가 흘러 넘친 것 뿐이다. 글을 담아내려면 그렇게 흘러 넘치지 않으면 쓸 수가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물론 언제나 예외는 있다. 뭔가에 확 꽂혔을 때다. 아주 드물지만, 한 번에 들이붓는 경우도 있다.)


혹시나 나와 오늘 싸웠는데, 내가 연상되는 글을 다음 날 새벽에 썼다고 해도 부디 오해는 없었으면.


매거진의 이전글 짧고 좋은 글귀로 남는 글쓰기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