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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Mar 23. 2017

살 빼서 수트

오늘 수트를 샀다.

'살 빼서 수트' 얼마 전 나의 카톡 프로필 메시지였다.

복싱을 등록하고 좀처럼 나가질 않았다.(이 놈의 끈기)돈은 돈대로 날려먹고 몸은 몸대로 불었다. 담배는 한 번에 끊은 놈(3년 됨)이 몸을 움직이는 건 참 실천이 더디다. 난 내가 돈을 내면 할 줄 알았다. 하, 그냥 동네나 뛰어야지.


어쨌든 살 빼서 수트는 실패했다. 2년 전 보다 정확히 17kg이 쪘다. 남들은 보기 좋다고 하거나 살 쪄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가족모임에서 본 엄마는 한 눈에 알아본다.


'너 그러다 큰 일 난 다 고 '


나잇살이라는 건 기초대사량(아무것도 안하고 누워 있어도 소모되는 열량)으로도 설명이 된다. 20대에는 똑같은 양을 먹고 똑같이 안 움직여도 살이 거의 찌지 않았다. 언제까지 내 체질이 아니라, 그 당시엔 그것을 내 몸 스스로 거의 분해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가져서 활동대사량을 높이지 않으면 현재의 기초대사량으로는 예전처럼 저절로 빠지지 않는 나이다. 정신차려야 한다. '다이어트'라는 거에 얽매이지 말고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킨다'라는 대원칙을 세워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오늘, 수트를 샀다. 결국 인치수가 2인치 정도 늘어난 허리치수로 게으름이 증명되었다. 구입 후 바로 입고 카페에 강의 준비를 하러 왔다. 뭔가 자신감이 넘치고 발걸음이 훨씬 당차진 것을 스스로 느낀다. 매일 츄리링(트레이닝복)이나 펑퍼짐한 청바지에 동네 아저씨처럼 다니다가, 이제 좀 일할 맛이 난다고 할까? 프리랜서로서의 새로운 도전이 코 앞에 닥친 것이다. 글쓰기 강좌를 처음으로 열었다. 독서모임을 이끌기도 하고 행사 MC를 보기도 하고, 외부 특강이나 사내강연을 해본 경험은 있지만, 내 이름을 걸고 나 혼자 무소속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모객부터 기획, 커리큘럼 강의, 소통 모두 하는 '글쓰기 강좌'를 오픈하기는 사실 처음이다. 저렴한 가격을 책정하여(얼리버드 기간 중 등록시 회당 만원)혜택을 드리기로 했다. 단 하루만에 선착순 10명이 모두 수강신청을 했다.

토요일 강의 총 5회에 회당 1만원은 수강비가 거의 무료인 셈이고 공간 대관과 음료비용의 기본료를 내는 정도이다. 첫 강좌에 대한 핸디캡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충 하는 법은 없을 것이다. 수트를 구입한 것은 어디까지나 그러한 마음 가짐이 투영되어 겉으로 노출 될 초기투자이다. 셔츠, 수트 상하의는 물론 구두와 양말까지 전부 새로 구입했다. 그동안 면접에 갈 때에도 회사에 다닐 때도 수트를 입는 법이 없었던 나였다. 이제 내일 오전엔 머리도 리젠트 컷으로 자를 예정이다. 위 사진보다 훨씬 깔끔해지고 작가+강사의 느낌이 물씬 풍길 것이다.


음, 안경도 바꿀까 고민중이다. 깔끔한 이미지에 더해 알찬 강좌를 하기 위해 준비중에 있다.


나는 잘 해낼 것이다.


좋은 리뷰로 입소문이 날 것이다. 수강생들께 글쓰는 감각을 깨워드리는 역할을 해낼 것이다. 점점 영향력을 넓혀가며 즉각 피드백을 좋아하는 내 성향을 최대한 활용하여 강의를 멋지게 해 나가고 싶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마음 속으로 이동영 작가의 새로운 도전과 출발을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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