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에 커피를 쏟았다
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요근래 어쩐지 꿈자리가 편치 않았다.
물론 고양이님께서 새벽마다 날 깨우는 통에
몇 시간 못 자는 것도 있었지만,
작년인가 재작년이었다.
삼대독자 이미지인 나에겐 친형이 한 분 계시는데, 역시 글을 쓰신다. (신무협 소설 '심법'과 '능력자' 등의 시리즈를 냈다)출판사에서 계약건으로 군산에 온다는 걸 겸사겸사 자기가 서울로 올라온다면서 출판사 직원을 만났다가 동생 밥 사주겠다며 온 것이다.
씨푸드 뷔페 비싼 걸 쏘고서 뭐 필요한 거 없냐고 묻길래 생각해봤다. 전자렌지 필요하냐고 물었다. 얼마전 12개월로 질렀다고 했다. 이마트 갈래? 해서 먹을 건 많다고 했다. 진짜 필요한 거 없냐고 재차 묻길래, 글을 쓰려면 노트북이 필요하다고 했다.
용산으로 바로 이동했다.
사양 좋은 중고 삼성노트북을 바로 일시불로 쏴주었다. 아아 감동이었다. 이런 게 형제구나.
다짐했다. 반드시 이 노트북으로 좋은 책을 내리라고. 책 <나에게 하는 말>은 이 노트북으로 탄생한 책이다.
그리고 그 노트북으로 오늘 카페에서 이번주 토요일 첫 글쓰기 강좌를 앞두고 재밌게 커리큘럼을 기획하며 PPT를 만들다가...
..커피를 쏟았다
약 15분 만에 삼성서비스센터에 왔다.
수리 기사님 왈, 섣부른 진단은 어렵고, 3시간 정도 후에 연락을 준단다.
맞은 편 이디애 카페에서 2,500원짜리 아이스티를 시켜 먹으며 간절하게 기도 중이다.
문득 이건 삼성의 저주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든다. 어제가 내 생일이어서 신용카드도 없는 내가 체크카드 일시불로 아이패드 프로 7.5를 질렀다. 나에게 하는 선물이었다.
삼성이 질투한 건가...
방금 2층 서비스센터 아래 1층에 있는 노트북 매장에서 보니 80만원에서 120만 내외면 새거를 살 수 있단 사실을 알았다. 신용카드만 있으면 5~6개월 할부 정도에 감당할만 한 금액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나는 신용카드가 없다.
그리고 친형이 사준 노트북으로 은혜를 갚으려면 아직 멀었다. 의미있는 노트북이다. 부디, 부디, 부디, 다시 부활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서비스센터 이후의 이야기+
기본 메모장 프로그램에 저장 안 하고 계속 절전모드로 며칠동안 작성하던 텍스트는 비록 날아갔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이 정상작동. 쏟은 커피값 + 서비스센터 서비스비용 + 그 앞에서 대기 중 사먹은 카페 음료값과 부랴부랴 잡고 간 택시비용까지 다 합해서 약 3만원이 소요됐다. 노트북을 새로 샀다면 거의 백만원 가까운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형이 사준 선물의 의미도 추억 속으로 바이바이였을 것이다. 아아 착하게 살아야겠다.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을 비롯한 모든 신 여러분과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에서 호들갑 떨던 글 아래에 달아주신 걱정 어린 댓글들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다 덕분입니다. 더 열심히 글 쓸게요. 글쓰기 수업 준비도 더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