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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아일보 Oct 20. 2016

직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깨알’ 습관

“매일 하는 행동이 어쩌다 한 번 하는 행동보다 삶에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내가 매일 습관처럼 어떤 행동을 반복하는지가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큐멘터리 ‘스시 장인 지로의 꿈’을 보면 촬영 당시 85세였던 일식의 장인 오노 지로는 “지난 70년 동안 똑같은 일을 매일 반복해 왔다”고 말한다. 그는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스시(초밥)를 손님에게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일하는 습관을 매일 반복적으로 해왔기에 세계 최고의 장인이 될 수 있었다. 


20~30년에 걸친 직장생활을 해 나가는 동안 자기만의 기술을 만드는 것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할뿐 아니라 우리 삶의 방향을 크게 좌우한다. 대인관계나 건강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행동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일상처럼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행동들이다. 잠을 자고, 밥을 먹으며, 화장실에 가는 것처럼 생리적으로 반복하는 일들이 있고 출퇴근처럼 자신의 역할 때문에 반복하는 행동이 있으며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취향으로 굳어진 행동들이 있다. 


둘째, 자신의 의지로 삶을 개선하기 위해 반복하는 행동들이다. 매일 1만 보를 걷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쪽이라도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고 라디오를 들으며 영어 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다. 가족들과 매일 한 끼 식사를 함께하거나 차 한 잔 마시며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잠시 동안 어제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까지 일상을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보자. 당연히 전자의 행동들은 수십 가지가 될 것이고, 후자는 무엇이 떠오르는지. 후자의 행동들이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내 삶이 정체되어 있을 수 있다. 새로운 습관이 필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스탠퍼드대에서 연구하는 B J 포그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새로운 습관을 보다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깨알 습관(Tiny habits)’이라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에 따르면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동기란 별로 믿을 만하지 못하다. 새해 아침에는 스스로 많은 동기를 부여하지만, 그것이 한 주를 넘기기 힘들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습관이란 크게 노력을 들이지 않고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행동 변화는 실패로 가기 마련이다. 그보다는 부담 없이 작은 습관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팔굽혀펴기를 50개 하는 것보다는 하루에 세 개씩만 한 달간을 지속할 수 있다면, 그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다섯 개, 열 개로 늘려 나갈 수 있다. 


포그는 깨알 습관을 매일 할 수 있고, 큰 노력이 들지 않으며, 한 번 하는 데 30초 이상 걸리지 않는 것으로 정의한다. 팔굽혀펴기 다섯 번 하기, 30초간 스트레칭 하기, 짧은 문장이나 시 한 편 읽기, 가족과 껴안기, 사랑한다고 말하기, 좋았던 일 한 가지 생각하기 등. 


이런 깨알 습관은 그냥 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미 매일 반복하고 있는 습관(포그는 이것을 닻이라고 부른다)에 연결 지어 시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전화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누운 상태에서 30초간 스트레칭을 한다’ ‘매일 샤워하기 전에 팔굽혀펴기 세 개를 한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동안 오늘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세 가지를 생각한다’ 등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짝이었던 친구와 매일 해야 할 깨알 습관들을 적어본 적이 있다. 그 후로 계속 다듬어서 현재는 총 28개다. 많다고 생각하겠지만, 깨알 습관으로 따지면 개당 30초씩이니 다 합해야 14분이다. 매일 저녁 친구와 나는 우리만이 들어가는 인터넷 공간에 표를 만들어 놓고 각 깨알 습관을 했으면 1, 안 했으면 0으로 기록하고 매주 통계를 내본다. 이는 세계 최고의 리더십 코치라 부르는 마셜 골드스미스가 자신의 행동 변화를 위해 실천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한 것이다.

푼돈이 모여 목돈이 된다. 매일 내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들을 모아 보면 10년 뒤, 20년 뒤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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