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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반북스 May 06. 2018

반려동물 책방을 방문한 반려견 훈련사


반려동물 책방을 방문한 반려견 훈련사



멀리서 온 손님


서울도 아니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도 아닌 ‘변방의 동네 책방’. 이곳에서 드문드문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내 일과의 대부분이다. 그나마 책방을 같이 지키는 둥이가 있기에 망정이지, 둥이마저 없었다면 온종일 말 몇 마디 안 하고 지루한 날들을 보냈을 게 뻔하다. 책방을 다녀가신 모든 손님이 고맙고 반갑지만, 멀리서 와주신 분은 더 마음이 쓰여 잘 해드리고 싶은 게 책방 주인의 마음이다. 일산에서 동물을 좋아하는 자녀를 위해 동물 책방에 오셨던 손님, 전시회를 보러 부천에서 오셨던 손님... 차 한 잔 내어 드리며 괜스레 말 몇 마디 더 붙여보는 것은 멀리서 시간 내어 오셨는데 기왕이면 좋은 기억이 남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오늘은 멀리서 온 손님, 그중에서도 양평에서 오신 손님을 소개하려 한다. 둥이를 보고 자신의 반려묘 얼룩이와 너무 닮았다며 반가워하시던 마음 따뜻한 분. 번역가이자 반려동물 방문교육 일을 한다는 임태현 씨다. 


blog : http://blog.naver.com/luludaddy

instagram : https://www.instagram.com/poodle_ellie/


‘앉아’, ‘빵’ 말고 더불어 살기 위한 훈련


임태현 씨는 강아지, 고양이를 한 마리씩 반려하고 있다. 2014년 초, 푸들 한 마리를 잠시 임시 보호했던 일이 계기가 되어 반려견 엘리를 들였다. 그리고 작년 중순에는 눈에 띄어 나름 친하게 지내던 길고양이가 집 근처 항아리에 낳은 새끼를 구조해 왔다. 그게 우리 둥이를 닮았다는 얼룩이다.


태현 씨는 엘리 입양 후 강아지 삶의 질에 관한 고민을 시작했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강아지를 억압하고 인간 아래에 두는 방법밖에 나오지 않더라고요. 국내 출간된 훈련 서적은 ‘돌아’나 ‘빵’ 등 개인기를 가르치는 법 일색이었죠.”


동물 친구들의 본성을 존중하며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법이 알고 싶었던 태현 씨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렇게 외국 포럼과 저널, 그리고 북미에서 출간된 반려견 관련 도서를 뒤적이며 스펀지처럼 정보를 빨아들였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나만 알아서 무엇하겠냐는 생각이 들더란다.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스펀지를 짜면 빨아들였던 물을 주르륵 뱉어내듯 반려인들과 정보를 나눴다. 강사모 등의 커뮤니티와 블로그에 작성한 댓글은 무려 3~4만 건 정도. 가문 땅에 비가 내리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수없이 많은 반려인이 상담을 청했다. 블로그 등의 온라인 매체로 해결하는 데 한계를 느껴, 자연스럽게 방문교육까지 이르게 됐다.

 

개 키우는 데 책까지 읽어야 하나?


태현 씨는 반려인들에게 몇 가지 책을 추천하며 특히 분양 전, 그리고 분양 직후에 필요한 정보에 대한 공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한, 동물을 데려오는 행위가 나 자신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역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 생명을 들이는 데 그만큼의 책임감은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어째 우리 책방에는 멋진 손님들만 오시는 것 같다. 주인장의 콩깍지인가.


‘개 키우는데 책까지 읽어야 하나’ 태현 씨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했다. “혹자는 먹고살 만하니까 동물권까지 신경 쓴다고 말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 반대에요. 우리 사회가 빡빡해지고 공동체 의식이 옅어지면서 오히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봅니다. 현대인은 '우리는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품고 있어요. 이건 같은 인간을 봐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이거든요. 그래서 그 시선이 동물에게 돌아간 거죠. 확실한 것은 반려동물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은 결국 우리 인간 삶의 질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며, 그렇기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입니다.”


반려견 훈련사 임태현의 추천도서

국내엔 제대로 된 반려견 훈련사 책이 없다면서 원서를 추천해 줬다.

좋은 번역서와 국내 저자의 책이 더 많이 출간되길 바라는 그의 마음을 대신 전한다.


개의 사생활_알렉산드라 호로비츠 (Alexandra Horowitz)

국내에 나온 반려견 관련 책으로 이 책보다 좋은 책은 없다.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반려인은 같은 사람일 수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훌륭하다.


Being a dog_알렉산드라 호로비츠 (Alexandra Horowitz)

호로비츠 글의 특징은 최대한 개의 시선과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 개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On Talking Terms With Dogs: Calming Signals_투리드 루가스 (Turid Rugaas)

노르웨이의 반려견 훈련사 투리드 구라스의 책. 반려견 문제 행동 해결 관련 시리즈로 카밍시그널에 관한 책이다.


A Guide to Decoding Dog Language_내셔널지오그래픽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발간한 책으로 사진과 함께 강아지 바디 랭귀지를 설명하고 있다. 아동용으로 나온 책이지만 성인이 봐도 좋다.


* 본 글은 책방을 찾아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연재하는 것으로 <매거진C와 매거진P>를 통해 만나실 수 있어요.

http://www.petzzi.com/bbs/board.php?bo_table=mag_pc&wr_id=1776


글쓴이. 심선화

반려동물 책이 있는 동네책방 '동반북스' 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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