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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반북스 Jul 06. 2018

반려동물 책방 벌써 일년,

책방엔 무슨일들이 있었나.

반려동물 책방 벌써 일년,
책방엔 무슨일들이 있었나.


개, 고양이를 비롯해 동물 책을 파는 책방을 운영한지도 일년이 되어간다. 책방에 상주하는 고양이 둥이와 하루에도 몇 번씩 밥을 먹으러 오는 길고양이들과 묘연을 쌓은지도 일년이 된 것이다. 사람보다 길고양이들의 발길이 잦은 곳, 얼룩 고양이가 책방 창가에 앉아 잠을 청하는 곳, 그래서 고양이 카페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와 음료를 마시며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책도 보는 그런 곳 말이다.


또한 요즘은 책과 음료를 함께 파는 북카페 형식의 책방이 많아 동반북스도 당연히 북카페일 거라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고양이와 카페를 기대하고 오신 손님들에게 보여드릴 거라곤 ‘책’뿐이라 손님도 나도 서로 당황한다.


그나마 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책을 읽으며 반가워하시지만 책엔 별 관심 없으신 분들은 서둘러 무언가를 집어 들고 나가신다. 차 한 잔 마시며 책도 보고 느긋한 시간을 기대한 분들에게 실망을 준 것 같아 마음이 쓰이지만 책방에서 제공해드릴 수 없는 부분이라 나도 늘 안타깝다. 그저 책을 구매하신 분에 한하여 캡슐커피 한 잔을 무료로 내어드리거나 근처 분위기 좋은 커피숍을 알려드리는 것으로 마음을 대신한다.

여전히 책방의 주 고객은 '길고양이'


반려동물 전문서점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뭐 하는 곳인지 모르는 분들도 많고 궁금해서라도 한번 들어와 살펴볼 법도 한데 무심한 발걸음은 이내 책방 앞을 지나친다.


고양이를 입양보내달라구요?

책방, 북카페, 도서대여점 등 책과 관련된 장소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책방 유리창에 부착된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캠페인 스티커를 보고 동물보호단체에서 운영하는 구조, 입양센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


바람이 몹시도 불던 4월. 여성분이 성묘 한 마리를 품안에 안은 채 책방 앞에 우두커니 서 계셨다. 여성분은 길고양이를 입양 보내려고 하는데 우리 책방에서도 무료 입양을 보내주냐며 묻는 것이었다. ‘길고양이를 우연히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데려오신 거면 그냥 다시 길에 놓아주면 된다.’ 말씀드렸으나 왠지 모르게 여성분과 고양이의 관계가 의심쩍었다. 분명 길고양이가 맞고 둥이와 같은 카오스인데 사람 품에 너무 잘 안겨 있었다. 심지어 고양이 앞발은 여성분의 팔뚝을 꼭 붙잡고 있기까지 했다. 진짜 길고양이가 맞냐 재차 물으니 그제서야 사실은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란다.


그녀가 말한 사정은 이랬다.


이미 키우고 있던 고양이가 있는 상태에서 무작정 새로운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왔고 둘의 합사는 원활하게 이루어 지지 않았다. 두 고양이는 서로 보기만 하면 날을 세우고 싸웠으며 한 마리는 거실 다른 한 마리는 화장실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둘을 격리시키는 것뿐이었다. 지칠 때로 지친 그녀는 하는 수 없이 고양이 한 마리를 다른 집에 보내려고 했으나 입양 글을 올려도 입양은 되지 않았고 되려 사람들의 비난만 받았다고 했다.


그녀는 고양이 합사 과정에 대한 지식이 없었고 키우던 고양이를 제대로 된 입양 절차 없이 버리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참이었다. 길에서 태어났지만 사람 손에 길러지고 사람의 보살핌을 받고 자란 길고양이는 더 이상 길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가 아니다.



나는 내가 아는 선에서 고양이 합사 과정에 대해 알려주었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일이니 끈기를 가지라 말해주었다. 본인은 하려던 행동은 입양이라는 탈을 쓴 유기라 말해주며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합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오라는 당부까지 하며 그녀를 돌려보냈다. 그녀가 책방을 다시 찾아온 일은 현재까지 없다. 합사가 제대로 이뤄줬는지 여전히 두 고양이를 격리시킨 채 살고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한 마리를 다른 곳으로 입양 보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셋 다 지울 수 없는 상처였다는 건 분명하다.


살고자 하면 살고 살리고자 하면 산다

어느 5월 오후 7시. 지나가던 손님이 ‘누가 고양이를 버리고 간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해 오셨다. 손님과 함께 간 장소엔 초중고로 보이는 3~4명의 사람들이 있었고 사료와 펫밀크가 가득 담긴 박스 안에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건설현장에서 쓰일법한 빨간 장갑 위에 고이 올려진 새끼 고양이는 생후 2~3주가량으로 보였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었고, 책방의 위치와 연락처를 남긴 후 새끼 고양이를 책방으로 데려왔다. 떨어진 체온을 위해 마사지와 간단한 응급처치를 했다. 3~4시간마다 한 번씩 분유를 먹여야 할 정도로 어린 고양이를 책방에서 돌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리 집으로 데려갈 수도 없었다.   

구조 당시의 새끼 길고양이


급한 마음에 우선 아는 캣맘 분께 임시보호를 맡겼다. 기력이 없던 고양이는 임시보호 이틀 만에 기력을 완전히 회복했고 분유를 넘기지 못할까 염려한 우리 마음과 달리 분유도 아주 잘 넘겼다. 임시보호를 하셨던 캣맘님 댁에서 감사하게도 입양을 결정해 주셨고 무슨 영문인지 모른 채 어미와 떨어져 길가에 놓인 새끼 고양이는 성묘 두 마리가 있는 가정에 막내딸이 되었다. 새끼 고양이를 살리고자 한 사람의 마음이 꺼져가는 생명을 살렸고, 살고자 하는 고양이의 의지가 스스로를 살게 했다.  


새끼 고양이를 구조해본 적 없던 나로써는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몰랐고 행여 내가 데려가 잘못되면 어쩌나 덜컥 겁도 났다. 계속해서 주저하며 망설이고만 있을 순 없었다. 당장이라도 생명의 불씨가 꺼져버릴 것 같은 새끼 고양이를 따뜻한 곳으로 데려가는 게 시급해 보였고 임시보호니 입양이니 하는 문제는 두 번째였던 것 같다.


그래도 개, 고양이를 사랑하는 동반북스 SNS 퐐로워분만해도 천명이 넘는데 이 아이 하나 돌보지 못할까 싶었다. 정 안되면 내가 입양하면 될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새끼 고양이를 사랑 가득한 가정에 입양되었고 ‘솜이’라는 예쁜 이름도 얻었다. 아직은 어색한 사이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오빠 냥이들이랑도 친해질 것이고 덩치도 지금보다 많이 커질 것이다. 코발트블루 색의 눈동자는 황금빛이 될지 연둣빛이 될지 모르지만 솜이 눈앞에 환한 빛은 이미 드리워졌다.

입양 후 '솜이'
입양 후 '솜이'


앞으로의 책방 

고양이 카페라 오해 좀 받으면 어떻고 북 카페로 오해 좀 받으면 어때. 동물을 사랑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오며 가며 들려주면 그걸로 됐다. 우리는 길고양이에게도 따뜻한 책방이고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생명에게도 손을 내미는 책방이고 싶다. 뭐 여전히 책방 운영비를 버느라 고군분투해야 하고 팔리지 않을 책을 파느라 오늘도 힘든 하루가 되었지만 고양이들에게 사료 한 주걱 줄 수 있는 하루였다는 것으로 애써 위로해본다.


내일도 책 발문을 열고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반겨줄 ‘둥이’를 볼 생각에 하루를 접는다.


수.고.했.어.오.늘.도!


* 본 글은 <매거진C와 매거진P>를 통해 만나실 수 있어요.

http://www.petzzi.com/bbs/board.php?bo_table=mag_pc&wr_id=1853


글쓴이. 심선화

반려동물 책이 있는 동네책방 '동반북스' 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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