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만나 8,9년 인연을 이어오다 자신들의 커피집을 열며 두근두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그녀들이 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비슷한 시기에 고양이 한 마리와도 새로운 인연을 쌓게 되고 조용했던 그녀들의 인생에 커다란 일 두 가지가 한꺼번에 생겼다. 내가 책방을 열고 둥이와 인연을 쌓았던 것처럼 그녀들도 고양이와 묘연을 쌓았다. 비슷하지만 나와는 조금 다른 그녀들과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다.
작은 커피가게를 운영하는 그녀들은 스승과 제자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몇 번의 직장생활도 함께 했지만 회사는 늘 그녀들의 뜻대로 운영되지 않았고 결국 둘은 자신들의 커피집을 열고자 마음먹는다. 조용한 동네에 사람들이 오고가는 작은공간을 원했던 그녀들은 외진 동네 골길에 자신들의 공간을 열었다. 1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하는 동안 신중하고 꼼꼼한 스승은 언니가 되었고 대범하고 행동파였던 제자는 동생이 되었다. 성격도 외모도 하다못해 좋아하는 영화 취향도 다른 그녀들이지만 커피와 베이커리에 대해 추구하는 바는 같았으며 같은 집에 살고 같은 가게에서 일을 하며 같은 음식을 나눠먹으며 서로를 닮아갔다. 이제는 친자매라고 해도 믿어도 될 만큼 외모도 비슷해졌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일을 하다 보면 각자의 의견이 대립할 때도 있고 사소한 일도 크게 번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그녀들은 대화와 조율을 통해 중간점을 찾는다고 한다. 서로 불같이 화를 내다가도 뒤끝없이 화해를 하는 것도 그녀들의 장점이다.
결정 내린 순간 행동으로 바로 옮기는 동생 때문에 뒷수습은 늘 언니의 몫이라며 볼멘소리도 하지만 긴 시간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정반대의 성격을 꼽기도 한다. 자신과 비슷한 성격의 사람과 일하는 것보단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과 일을 하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하던데 둘의 사이가 이경우 같다. 커피집을 하다보면 앞으로도 많은 일들이 그녀들 앞에 생길텐데 그때도 지금처럼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의지하는 든든한 파트너로 오랫시간 함께하길 바라본다.
오픈한 가게의 옆 가게는 고양이 미용숍이다. 고양이 한번 보러 오라는 사장 언니의 말에 인사치레 겸 들른 미용숍엔 세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다. 다른 2마리에 비해 유독 덩치가 작았던 페르시안 고양이는 이미 두 번의 파양을 겪은 사연이 있었고 덩치가 작아 다른 2마리에게 늘 괴롭힘의 대상이었다. 제대로 반항 한번 못해보고 미용숍에서 늘 주눅 들어 있던 그 모습이 유난이 마음에 쓰였다는 그녀들은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양이라는 큰 결심을 한다.
고양이에 대한 지식도 없고 경험도 없는데 이렇게 덜컥 입양을 해도 되나 싶었지만 끝까지 책임지고 잘 보살펴줄 마음이 먼저 앞섰다고 한다. 그녀들의 걱정과 다르게2번의 파양을 겪은 고양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입양 이틀 만에 집안을 잘 적응하였고 처음부터 제 집이었던 것 마냥 경계도 풀었다.
‘수니’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수니와 함께 두근두근 새 인생이 시작되었다. 수니 양육에 대해서도 서로의 스타일이 달라 각자 분업하여 수니를 돌본다. 일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신중하고 꼼꼼한 언니가 세심하게 주거공간 곳곳을 청소하고 관리하며 대범하고 행동파인 동생이 목욕, 발톱 정리 등 수니의 관리를 맡는다. 혼자였다면 고양이를 돌보는 것이 힘들었을 수 있겠지만 둘이라 덜 힘들다고 한다.
그녀들은 수니를 키우면서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던 길고양이들도 눈에 들어온다며 커피집을 방문하는 길고양이들도 챙기고 있다. 요즘 최대 고민은 더운 날씨 탓에 매일 오던 냥이들이 오지 않는 것이라고 하니 수니를 입양 후 고양이 사랑이 길 위에까지 전해졌다.
먹고 자고 아프기도 하는 널 보며
난 이런 생각을 했어
지금 이 순간 나는 알아 왠지는 몰라 그냥 알아
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궁금한 듯 나를 바라보는 널 보며
난 그런 생각을 했어
아주 긴 하루 삶에 지쳐서 온통 구겨진 맘으로
돌아오자마자 팽개치듯이 침대에 엎어진 내게
웬일인지 평소와는 달리 가만히 다가와
온기를 주던 너
- 가을방학 2집 <언젠가 너로 인해>
평소 즐겨듣던 노래인데 어느순간부터 이 노래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인터뷰 말미에 동생은 눈시울을 붉혔다. 언젠가 수니도 자신들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쉽게 흘려들었던 노래에도 감정이 묻어난 것이다. 그녀들의 인생에서 작은 고양이 하나 보태졌을 뿐인데 그녀들과 수니 사이에 끊어지질 않을 단단한 고리가 채워졌다. 먼 훗날 이별이 다가온다 해도 하늘과 땅 사이에 인연의 고리는 남아있을 것이다. 언젠가 너로 인해 그녀들은 많이 울고 마음에 커다란 구멍도 생기겠지만 지금은 그녀와 수니의 두근두근 행복한 인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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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심선화
반려동물 책이 있는 동네책방 '동반북스' 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