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오픈 후 1년이 지난 지금 사람보다 개보다 고양이를 더 많이 마주하고 있다. 희한하게도 챙기는 고양이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책방 오픈 후 줄곧 책방에서 지내는 ‘둥이’, 책방 주변을 맴도는 TNR된 수컷 냥이 3마리, 책방 출근길에 오며 가며 만나는 길고양이들과 얼마 전부터 밥을 챙겨주기 시작한 아파트 화단 냥이들까지…8kg 사료가 한 달이 못 갈 정도로 식솔들이 늘었다. 그래도 최소한 집에서는 고양이를 키우질 않으니 반려묘를 둔 반려인을 아니라 다행이라 여겼지만 이마저도 얼마 전에 무너지고 말았다. ‘고양이를 키워야지….’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나는 집사가 되었나?
지난 6월의 저녁. 남자 중학생 4명이 눈곱이 잔뜩 끼고 뼈만 앙상히 남은 두 달 반 정도의 새끼 고양이 한마디를 데리고 책방에 왔다. 학생들 말로는 이틀간 지켜봤는데 어미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가 동물 책방이라고 하니 이곳으로 발을 돌린 것 같았다. 어미가 잠깐 밥을 먹으러 나간 사이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어미에게서 버림받은 것인지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었고 이미 사람 손을 탄 새끼 고양이를 다시 데려다 놓으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홀로 애처롭게 울고 있는 고양이를 모른척할 수 없었던 학생들의 마음도 기특했고 홀로 남겨진 고양이의 앞날이 어떨지 짐작할 수 있었기에 학생들과 고양이를 모른체할 수 없었다. 하는 수없이 잠시 임시보호를 맡는다 하고 학생들에게서 새끼 고양이를 받았다. 그렇게 며칠간 집에서 새끼 고양이 케어를 하며 입양처를 알아보았지만 선뜻 나서는 입양자는 없었다. SNS에도 올려보고 동물보호단체에도 도움을 요청해봤지만 내가 맡은 고양이보다 더 급한 상황의 고양이들은 많았고 가족을 기다리는 고양이들 또한 너무 많았다.
1차 접종을 하고 2차 접종을 하고 3차 접종을 앞둔 두어 달 동안 500g 밖에 나가지 않던 새끼 고양이는 제법 살도 붙었고 덩치도 커졌다. 이제 입양 갈 곳만 나오면 되는데 그 희망이 점점 희박해질 쯤 나도 슬슬 지쳐갔다. 입양처를 알아보느라 마냥 시간은 보낼 수도 없고 나와 우리 집에 익숙해지는 고양이에게 정도 많이 들었다. 매일 밥도 챙겨 먹이고 잠도 같이 자면서 점점 입양의 마음을 굳혀가곤 했지만 이젠 예전만큼 돈벌이도 못하고, 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개,고양이에 관심도 없고, 혼자서 동물을 돌보며 감당해야 하는 부담감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몇 년간은 반려동물을 데려오지 않으려 했던 나의 다짐과 입양 사이에서 고민은 깊어졌다. 하지만 갈 곳 없는 개,고양이는 너무 많고 갈 곳 없는 생명을 거두는 사람은 너무 적다. 나를 찾아온 이 생명을 외면할 수 없어 한 생명을 맡았다. 망고, 나의 첫 반려묘. 그렇게 나는 집사가 되었다.
개를 좋아하세요,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누군가 물을 때마다 개라고 대답하던 그녀가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고양이를 향한 애정을 고스란히 전한 가쿠다 미쓰요의 ‘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라는 책이 있다. 3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개를 가까이 둔 적은 있어도 고양이를 가까이한 적 없는 나도 공감되는 제목이었다.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있던 것도 아니고 개를 유독 더 예뻐했던 것도 아닌데 나는 그동안 고양이를 몰랐다. 랜선 집사가 되어 특정 고양이를 애정 하는 편도 아니었고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캣맘도 아니었고 그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 딱 그 정도였다. 이랬던 내가 입보 중이던 새끼 고양이와 평생 함께 하기로 마음먹고 나보다 더 오랜 시간 책방에 머무르는 고양이를 보살피려 매일매일 책방을 연다. 고정으로 밥 먹으러 오는 고양이 무리들의 겨울나기를 걱정하고 어미에게서 독립한 새끼 고양이들의 첫겨울을 걱정한다. 갈 곳 없는 고양이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배 곪은 생명에게 먹을 것을 내어주고 새끼 고양이들이 매서운 바람과 혹한을 피할 잠자기를 살펴주는 것. 고양이를 알아버린 지금의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을 하며 고양이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고양이를 모르던 이전의 나라면 그저 스치듯 지나쳤겠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 옆을 봤을 때 도움을 기다리는 작은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무심히 지나친 길 위에도 체온을 가진 생명이 살고 있고 나는 그 생명을 외면하며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길 위의 집사가 되었다.
* 본 글은 <매거진C와 매거진P>를 통해 만나실 수 있어요.
글쓴이. 심선화
반려동물 책이 있는 동네책방 '동반북스' 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