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에 물든 '트로피 사냥'의 민낯

<세실의 전설> 서평

by 동반북스

* 본 글은 동물책을 취급하는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의 서평단이 올려준 글입니다.


뉴스를 통해서도 전해졌던 아프리카 사자 '세실'의 죽음은 충격적이었다. 탐욕에 물든 '트로피 사냥'의 민낯을 알게 되었고, 한없이 부끄러웠다. 인간과 사자의 공존을 꿈꾸는 브렌트 스타펠캄프가 그 '세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이야기는 짐바브웨의 황게 국립공원에서 시작된다. 사자들의 공동체인 프라이드, 그들의 습성, 생존을 위한 질서 등에 대한 설명은 동물 '사자'를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이에 더해 그들의 생존에 불어 닥쳐 온 위기 상황에 마음을 졸이게 된다. 정말 인간과 야생동물은 공존할 수 없는 걸까? 짐바브웨는 나름 야생동물의 구역을 정해두어 경계를 지었다. 하지만 트로피 사냥 등 인간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사자들은 그 경계를 넘을 수 밖에 없고, 경계를 넘어 마을에 들어가게 된 사자들은 인간의 안전을 위해 결국 죽게 된다.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고민이 있다. '인간과 야생동물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유지해야 할까?' 위업을 달성하듯 야생동물들을 사냥하고, 그들의 사체를 전시하는 트로피 사냥꾼의 머릿속과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트로피 사냥을 '반대하지 않는' 정부와 단체에 대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인간이 생물종 중 가장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착각에서 시작된 오만함에 소름이 끼친다.


책을 읽으며, 불법 포획되어 돌고래 쇼를 하며 살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를 떠올렸다. 인간의 유희를 위해 가혹한 환경에서 돌고래의 본능적 습성은 존중받지 못했던 제돌이가 바다로 돌아갔을 때 우리는 얼마나 좋아했던가. 한편으로는 자신의 본능적 정체성을 억압받으며 살고 있는 동물들이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하면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일이 많아 마음을 다잡게 된다.


세실의 죽음 이후 항공사 42곳이 사냥된 야생 동물의 모피를 운송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어류 및 야생 동물 관리국은 아프리카 사자를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했다. 또 이런 종류의 사자들의 수입도 전면 금지했다. 결국은 사자 세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인간에 의한 죽음'이 변화의 시작이 되어 마음이 아프지만, 지금이라도 세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인간임의 오만에서 벗어나, 자연과 건강한 관계 맺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 부디, 새로운 해에는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좋은 일 가득하길....


2019.12.24.


+ 세실의 이야기에 생동감을 입혀준 사진은 책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명징한 사자의 눈빛과 포효를 담아낸 사진을 보는 것 만으로도 자연과 동물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내게 온 문장


- 나는 사자를 동물원에 가둬 사육하는 행위에 찬성하지 않는다. 사자 보전과는 거의 관련이 없고 오락이나 여흥에 가깝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덫은 아주 간단한 장치다. 사냥꾼들은 철제 올가미를 야생 동물이 잘 다니는 길목 옆의 나무에 걸어 둔다. 야생 동물은 아무 의심도 없이 걸어가다가 갑자기 목이 조이는 것을 느끼고 놀라서 황급히 뛰어 다니지만 덫은 더욱 목을 조이게 된다. 그렇게 동물은 목이 졸려 숨지게 되는 것이다. 동물은 아주 폭력적인 죽음을 맞는다.


- 아프리카에서 야생 사자가 멸종의 나락으로 내몰린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가축과 그 소유주인 주민들과의 충돌 때문이다. 가축을 해쳤다는 이유로 사자들은 정부 당국이나 주민들에게 앙갚음을 당해 죽는다.


- 아프리카에 여행 온 부유한 사냥꾼들은 사자에게 총을 겨눈다. 자신들이 정부에 내는 사냥 허가비가 야생 보전과 주민들의 삶에 기여한다고 그들은 말한다. 나자와 바닐라를 해치운 사냥꾼들은 집에 돌아가 수사자의 머리 박제를 벽에 걸어 놓고 아프리카에서 용감한 모험을 했노라고 친구들에게 떠들어 댈 것이다. 그러나 자신으로 인해 아프리카의 초원이 황폐해진다는 사실에 대해서라면 곧잘 눈을 감고 침묵한다. .... 예로부터 맺어 온 인간과 사자의 평화로운 관계는 지금 비극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다. 사냥꾼이 미국 텍사스의 집에 돌아가 행복감에 젖어 위스키에 얼음을 떨어뜨리고 있을 때, 아프리카의 새끼 사자들에게는 죽음이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 하지만 트로피 사냥꾼의 수사자 사냥은 이런 자연적 과정을 교란시킨다. 사냥으로 인해 일부가 죽거나 부상당하면 수사자 연합의 프라이드는 약해진다. 새로 나타난 침범꾼 사자들을 피해 도망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도망친 사자들은 공원 경계 구역에서 인간과 충돌을 일으킨다.


- "사자가 글을 끄기 전까지 역사의 영웅은 사냥꾼으로 남을 것이다."


- 동물은 세상을 바꾼다. 인간을 바꿔 세상을 바꾼다.


- ... 이런 독특한 생태는 한편으로 인간이 개입함으로써 종의 생존을 취약하게 한다. 그중에서 트로피 사냥은 죽음의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방아쇠다. ... 죽은 수사자가 속한 프라이드에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친다. ... 그러므로 트로피 사냥꾼이 겨누는 것은 수사자 한 마리가 아니다. 드러나지 않은 표적은 그 지역의 사자 사회이며, 사냥 이후 사자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 현대 야생 보전 담론은 환경 관리주의에 서 있다. 동물 개개의 생명권, 고통에 대한 고려보다는 종에 대한 '선한 관리자'로서 인간을 상정한다. 사자가 멸종되지 않도록 적지 않게, 인간에게 피해를 줄 만큼 너무 많지는 않게, 그러니까 적당한 수준에서 개체 수를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실용주의와 사실에 기반(한다고 주장)한다. ... 동물은 '살아있는 자본'이 된다. 이 시스템에서 사자는 '요새' 안에서만 안전하다. 요새 안에서는 불가침의 멸종 위기종이지만, 요새 밖에서는 오락적 목적의 사냥감이다.



글쓴이. 동반북스 서평단 박에스더


블로그 https://blog.naver.com/esther1648/221749888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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