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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위즈덤 Street Wisdom 참가 후기

by 진동철


지난 금요일 오후 기대반 긴장반의 마음을 안고 연희동 사러가 쇼핑센터 앞으로 향했다. 이 날은 1년에 한번 글로벌 스트리트 위즈덤(Street Wisdom)이 열리는 날이고 한국에서는 김호 코치께서 주관하셨다.


스트리트 위즈덤이란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내 안으로만 들어가지 말고 주변, 특히 매일 걷는 길과 연결지어 해결의 실마리, 지혜를 찾자는 캠페인이다. 2013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서로 모르는(그 안에서 몇 명은 서로 아는) 8명이 모여 김호 코치의 간단한 설명을 시작으로 2시간의 스트리트 위즈덤은 시작되었다.


첫 30분은 각자 천천히 걸으면서 오감을 느껴보는 시간이다. 5분이면 걸어갈 거리를 느릿느릿 30분 동안 걷다보니 평소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였다. 나에게는 가게들 앞에 놓인 화분보다 그 옆 난간 밑에서 자라나고 있는 잡초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들을 느껴보라는 것이었다.


30분 후에는 다같이 모여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다시 김호 코치의 가이드에 따라 질문을 안고 밖으로 향했다. 질문을 품고 주변을 바라보면 그것이 연결되는 놀라움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 참석하는 거라 질문들을 계속 생각해야 하는지 몰랐다. 대신, 걸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계속 되뇌었다. 주로 골목길에 대한 생각이었다.


골목길을 걷다 보니 20미터 앞에 더 이상 길이 없고 끝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옆으로 가는 길이 있었다. 반대로 길이 있는 줄 알고 갔더니 막다른 골목이었다. 이런 걸 보면서 '아, 내가 가는 길도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생기는 길이 있고 누구에게도 길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길이 아닐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내가 걸었던 골목길은 비탈길이었다. 오르막을 오르면서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 이런 상황들이 요즘의 내가 아닐까 싶었다.


두번째 느낀 점은, 길 옆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에 접어들면서 였다. 걷다보니 길 옆에 어린이 놀이터가 나왔다. 잠깐 고민했다. '여기 들어가서 잠깐 쉬었다 갈까? 아닌가? 나에게는 가던 길이 있는데...' 그렇게 잠깐 고민하다가 발이 이끄는 대로 놀이터로 들어섰다. 벤치에 앉아 쉬고 있자니 '잘 들어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땀을 식히고 새소리가 들리고 아무도 없어서 조용하고.. '항상 길을 걸어야 하지만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는 곳이 나온다면 잠깐 쉬었다 가는 것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30분 간의 탐험을 마치고 다시 모여 소감을 나누었다. 김호 코치의 마지막 질문은 '올해 연말로 미리 가서 하반기를 돌아볼 때 가장 잘한 결정이 무엇이면 좋을지?' 였다. 나는 '거절하기가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라고 말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제안을 받거나 뭔가를 결정할 때 가급적 좋은 쪽을 생각한다. 그래서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어렵더라도 나에게는 이런저런 게 좋으니까 라는 마음으로. 그렇다 보니 단호하게 거절하기가 어렵다. 하반기에는 단호하게 & 친절하게 거절하는 연습이 더욱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스트리트 위즈덤은 평소에 의식하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할 오감을 의식적으로 느껴보려 하고, 질문을 품고 내 감각을 열어보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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