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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색 돌멩이 Nov 21. 2024

너의 꽃말

06. 큰낭아초

듣고 싶은 노래, 들을 수 없는 노래들 


정신없이 몰두하다 한숨 돌릴 때

문득 듣고 싶은 그때 그 노래 


그녀가 열심히 기타를 연습해서 불러주던

'제이레빗'의 <내일을 묻는다> 


남이 된 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홀로 하루를 살아갈 때면

스륵 떠오르는 그녀의 눈웃음, 그 미소 


이제는 그 노래를 들어도

아프거나 슬프지 않아


밝고 따뜻했던 그때 풍경 속으로

사뿐히 따라갈 뿐


기억은 분명 미화되었을 건데

노래는 거기 그대로 살아있네




물건들을 정리하다 널 발견할 때

문득 떠오르는 그때 그 노래


그녀가 뒤 돌아 떠날 때쯤 연습해서 불러줬던

'디오'의 <괜찮아도 괜찮아> 


치우고 치워도 나오는 네 물건처럼

여전히 홀로 하루를 살아갈 때면

자꾸 떠오르는 너와 내 약속들, 그 몸짓


아직은 그 노래를 듣기엔

자의로는 어려운 거야


무작위로 흐르는 재생 목록에선

화들짝 넘겨버릴 뿐


기억은 분명 흐릿해질 건데

노래는 거기 그대로 서성이네 


이제는 듣고 싶은 노래, 아직은 들을 수 없는 노래들








큰낭아초 사진 출처 - https://www.knowyourweeds.com/en/weeds/Indigofera_bunge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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