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큰낭아초
듣고 싶은 노래, 들을 수 없는 노래들
정신없이 몰두하다 한숨 돌릴 때
문득 듣고 싶은 그때 그 노래
그녀가 열심히 기타를 연습해서 불러주던
'제이레빗'의 <내일을 묻는다>
남이 된 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홀로 하루를 살아갈 때면
스륵 떠오르는 그녀의 눈웃음, 그 미소
이제는 그 노래를 들어도
아프거나 슬프지 않아
밝고 따뜻했던 그때 풍경 속으로
사뿐히 따라갈 뿐
기억은 분명 미화되었을 건데
노래는 거기 그대로 살아있네
물건들을 정리하다 널 발견할 때
문득 떠오르는 그때 그 노래
그녀가 뒤 돌아 떠날 때쯤 연습해서 불러줬던
'디오'의 <괜찮아도 괜찮아>
치우고 치워도 나오는 네 물건처럼
여전히 홀로 하루를 살아갈 때면
자꾸 떠오르는 너와 내 약속들, 그 몸짓
아직은 그 노래를 듣기엔
자의로는 어려운 거야
무작위로 흐르는 재생 목록에선
화들짝 넘겨버릴 뿐
기억은 분명 흐릿해질 건데
노래는 거기 그대로 서성이네
이제는 듣고 싶은 노래, 아직은 들을 수 없는 노래들
큰낭아초 사진 출처 - https://www.knowyourweeds.com/en/weeds/Indigofera_bunge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