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이런 의문이 들었다. 한국 가수가 외국 작곡가의 곡을 부르게 되면 이게 케이팝(K-Pop)일까? 한국 기획사가 외국인으로만 멤버를 구성하였을 때, 그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케이팝일까? 과연 케이팝의 실체가 있을까? 기획사의 아전인수격 홍보 문구 아닐까?
일반적으로 케이팝은 한국에서 제작되고 한국식 산업구조와 제작 시스템에 기반한 콘텐츠를 의미한다. 즉 첫 번째는 장르적으로 한국에서 제작된 음악이어야 한다. 두 번째는 한국식 제작 시스템으로 제작된 음악이어야 한다. 구체적인 한국식 제작 시스템은 기획사 중심의 제작 체계, 트레이닝 시스템, 프로듀서 중심의 제작 체계 등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 한국어 중심의 콘텐츠여야 하고, 한국 기획사 소속이나 협력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으나, 이러한 것들도 큰 틀에서 한국식 제작 시스템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일반적인 케이팝의 정의에 의하면 한국 기획사에 소속된 가수가 부른 곡은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케이팝의 정의와 조건은 케이팝의 질적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획사에서 카피로 만들어낸 음악도 과연 케이팝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 한국에서 만든 음악은 과연 모두 케이팝이 될 수 있을까?
필자는 케이팝이 단지 한국 기획사 시스템으로 제작됐다는 이유만으로 성립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한 케이팝은 ‘한국 대중음악 고유의 정체성과 미학’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이를 글로벌 감각과 조화시켜 표현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창작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조건이라면, 현재 매일 발표되는 많은 곡들은 케이팝의 조건으로서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유행이 될만한 코드와 이지 리스닝을 기반으로 팬들의 입맛에 맞게 만든 곡을 케이팝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해외 유명 프로듀서진이 작업한 고급스러운 곡이 자랑스러운 케이팝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필자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 대중음악 고유의 정체성과 미학'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온 측면에서 전통적인 3社(SM, YG, JYP)는 상당히 큰 역할을 담당해 왔다. 특히 음악 자체의 다양성과 실험성을 끊임없이 고집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3사의 존재는 상당히 리스펙 하게 된다.
진정한 케이팝은 정체성 있는 한국 음악 언어를 가진 프로듀서, 기획자, 창작 시스템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개인적으로 국내 작곡가와 프로듀서를 양성하고 적극 활용하고 있는 YG 계열(더블랙레이블 포함)의 음악이 너무도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