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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Apr 11. 2021

헤겔 철학

헤겔의 이성

헤겔 철학의 핵심은 이성이 곧 실재라는 것이다. 개념이 이성이고 변증법적 방법을 통하여 절대 개념에 이른다면 곧 실재를 안다. 그러므로 객체화된 개념의 존재 방식이 지양되고 대신에 개념이 자기 동일적이 되어 고찰하는 개념과 대상이 일치한다. 정신의 본성은 자신을 객체화하고 세계를 자신의 존재로서 창조하는 것으로서 우선 세계를 발견하고, 산출하며, 마지막으로 그로부터 해방되는 과정으로 파악된다. 각각은 단계적으로 인간학, 현상학, 심리학과 같은 개념의 시원을 다루는 주관 정신, 법, 도덕, 윤리와 같이 개념의 실현을 다루는 객관 정신을 거쳐 예술, 종교, 철학에서의 개념과 객체의 통일을 다루는 절대정신에 대응한다. 마지막에 이르는 절대정신은 절대자의 최고 정의이다. 개인, 국가 및 역사와 문화를 모두 담고 있는 헤겔 철학을 가능한 한 공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상사적 맥락뿐만 아니라 그가 살았던 시대의 역사적 맥락으로부터 사상의 성립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아는 게 중요하다. 


1789년 프랑스혁명의 여파는 독일의 청년 지식층에게 큰 영향으로 다가왔다. 독일에서도 전제주의는 없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더 나아가 비록 철학이라고는 변변한 게 없는 독일에도 계몽의 여파는 문화생활에 침투해 있었다. 그렇더라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너무 커 똑똑한 청년들은 충격을 받은 상태였고 이들에게 국가와 사회를 변혁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견고하였다. 칸트의 비판철학은 합리주의와 경험주의를 모두 흡수한 형태를 만들었다. 외부 환경에 의해 무언가 크게 변해야 한다는 생각과 독일철학을 순식간에 세계 중심의 반열에 세운 칸트철학의 여파는 헤겔에게 사변적 혁명 성취의 잠재력을 강화해 주었다. 


프랑스혁명이 주는 역사적 변혁의 진중함과 루소의 공화주의 사상에 집중한 청년 시절의 헤겔은 진부한 전제정치와 결탁한 기성 종교를 비판한다. 칸트의 철학으로 비판의 깊이가 더해지면서 특히 그가 주목한 것은 도덕적 자율이다. 신의 관념이 없이도 의지의 완전한 자율이 가능한 실천이성은 의례적인 종교 없이 완전한 도덕성의 구현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헤겔이 받은 사상적 영향은 비판철학만이 아니고 독일 계몽주의와 낭만주의가 또한 있다. 독일 계몽의 정신사적 배경은 독일만의 특유한 프로테스탄트 신학 전통에 있으므로 크게는 개신교의 영향으로도 볼 수 있다. 16세기에 독일에서 이루어진 종교개혁으로 독일은 루터 주의가 국민성을 특징지었다. 그런데 독일 계몽은 루터파 정통신학과의 대결의 결과였다. 라이프니츠와 볼프 같은 합리주의자가 지향한 관점은 신 없이 윤리를 정립하는 것이었다. 이들 초기 독일 계몽주의자들은 루터파에 맞서 자유의지를 신의 의지로부터 분리하고 인간 이성에 의해 근거 짓는 데 힘을 쏟았다. 이들의 선구적 시도는 칸트의 비판철학으로 완성된다.


헤겔은 비판철학이 가진 문제와 낭만주의의 영향으로 비판철학에서 서서히 멀어져 갔다. 낭만주의의 목표는 자연과 인간 모두가 합치된 아름다운 공동체의 구성으로 이를 위해서는 주체와 객체가 합일되어야 한다. 합일 사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헤겔에게 칸트의 이분법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고, 해결하기 위해서 불가지론은 부정되어야 했다. 대표적 낭만주의자인 휠덜린은 피히테의 자아론이 근본적이 아니라 자아에 선행하는 존재가 있고 지적 직관으로 존재는 파악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헤겔은 선행하는 존재를 서로 모순되고 대립하는 것들의 결합으로 존재를 변모시켜 주체와 객체의 합일과 분리, 그리고 재합일의 변증법적 운동이 삶의 본질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헤겔은 세계의 통일적 체계가 삶의 본질로부터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칸트의 물자체 개념 등을 반박할 뿐만이 아니라 동적 개념인 변증법을 적용함으로써 헤겔만의 독창성을 가지는 체계였다. 


헤겔 철학의 목표는 이성적인 것이 실재적이고 실재적인 것이 이성적인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이성임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전제가 있다. 헤겔이 생각하기에 모든 실체는 이성의 자기표현으로 사고와 존재를 통일시키는 게 이성이다. 이성의 자아실현을 통하여 사고와 존재가 동일시된다. 실현된 이성에게 형이상학은 없어 사고가 곤 존재가 된다. 실현 과정은 여려 단계를 거치는데 궁극적으로 의식이 절대적 지식의 위치로 고양하여 이성 역시 자신의 본성을 찾아간다. 헤겔의 꿈은 뉴턴 이래 자연과학의 이탈로 방향을 잃어버린 아리스토텔레스의 통일적 체계를 자연과학을 포함한 전 분야에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사상 정립의 초기 단계의 저작인 의식의 경험에 관한 학문으로서의 <정신현상학>은 개인, 역사, 국가, 사회의 정신으로 가득 차 있다. 의식의 경험에 관한 역사를 통해 철학 체계로 들어가도록 하는 입문서로서 역사는 의식이 학문을 형성하는 동안 만들어진다고 헤겔은 역설한다. 학문의 형성 과정은 지식을 얻는 단계부터 절대자의 입장까지 의식이 자아를 형성하는 여러 단계를 포함한다. 의식이 최종적으로 절대 지식에 도달하기 위한 단계는 주관적에서 객관적으로, 객관적에서 절대적으로 구성된다. 주관적 단계는 의식, 객관적 단계는 자의식, 마지막으로 절대적 단계는 이성의 단계이다. 이처럼 정신현상학은 자신에 관한 온전한 경험을 통해 자신 본연의 존재에 관한 인식에 도달하는 가이드이고 개인에 제한되지 않는다. 


<정신현상학>에서 헤겔은 실체와 주체의 변증법을 분명하게 밝힌다. 종교를 역사적으로 언급하며 주체와 실체의 관계를 살펴나가는 헤겔은 고대 오리엔트의 종교를 단순한 실체의 단계로서 주체가 곧 실체로 해석되는 종교로 해석한다. 다음 단계인 그리스의 종교는 예술종교로서 실체가 주체로 전환되는 신의 인간화의 단계이다. 마지막으로 기독교는 계시종교로서 앞의 두 명제가 통일되어 신의 본질이 정신으로 계시가 된다. 이러한 실체-주체론은 그의 체계 전체를 근거 짓는 원리를 설명하는데 적용되며, 기본원리는 절대자로서 정신 개념이다. 이 개념은 ‘실체는 본질에서 주체다’라는 명제로 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정신현상학의 결과물은 논리학의 출발점이 된다. 학문으로서의 철학은 객관적이고 실제적 증명을 제시하는 것이라야 하므로 이원론적 선험철학은 이성 비판으로 만족했으므로 비학문적이다. 칸트에 의해 폄하된 형이상학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새로운 논리학이 필요하다. 헤겔은 범주의 관계, 능력 및 응용도 함께 거론하고자 한다. 이로써 변증법적 논리학을 제시한다. 논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식논리학과 형이상학을 덧붙이고 이에 시간과 공간을 덧씌운 것이다. 기존의 논리학은 전제를 연결하는 판단과 주어진 판단을 연결하는 추론의 이론으로 헤겔은 이 자체를 인정하고 변증법적 논리학을 첨가한 것이다. 왜냐하면, 논리학이 실재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형식에 부합하는 내용을 담아야 하는데 기존 논리학은 논리를 추상적으로만 이해하기 때문에 사고의 규정만 존재한다. 사고 그 자체를 묘사하여 객관성을 띠게 하기 위해서는 변증법적 논리학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동적 인식론으로서 정신현상학과 이를 지지하는 논리학으로서 인식론적(변증법적) 논리학을 끌어들인 헤겔이 학문의 체계를 어떻게 구성했는지 <엔치클로페디>에서 알 수 있다. 진리는 총체성을 따라야 하므로 각 부분이 같은 전체의 부분들로 이루어져 통일적인 이념에 따라 기술되어야 한다. 학문 전체는 타자의 존재에서 자신에게 같은 이성의 이념을 서술하고, 이성의 이념은 타자에게서 자신에게로 귀환하는 정신의 개념에 준거한다. 그래서 헤겔의 학문체계는 이성의 이념에 기초하여 순수 이념의 학문으로서 논리학이 있고, 타자 존재 이념의 학문으로서 자연철학, 타자 존재로부터 자신에게로 귀환한 이념의 학문으로 정신 철학이 있다. 철학 체계를 뒷받침하는 예비학으로서 논리학을 앞세우고 자연철학과 정신 철학을 변증법으로 통일을 한 학문체계를 구상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 체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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