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혁신을 만든다는 역설

by 송동훈 Hoon Song

Senate Weighs Effectively Killing Rule That Drove Rise of Fuel-Efficient Cars


By Ryan Felton and Sharon Terlep

June 21, 2025 8:00 am ET


미국 상원에서 자동차 연비 규제의 벌금 조항을 없애려는 움직임을 보며 흥미로운 생각이 든다. 50년간 2조 갤런의 가솔린을 절약하게 만든 CAFE 규칙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1. 압박이 혁신을 만든다


GM이나 스텔란티스 같은 회사들이 벌금 폐지를 원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GM은 1억 2,800만 달러, 스텔란티스는 4억 2,500만 달러나 벌금을 냈으니까. 하지만 바로 그 '부담스러운' 벌금 때문에 터보차지 엔진, 다단 변속기, 하이브리드 기술 같은 혁신이 나왔다는 점을 놓치면 안 된다.


2. 단기적 편함 vs 장기적 경쟁력


지금 GM은 전기차 공장을 V-8 엔진 생산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스텔란티스도 HEMI V-8을 부활시킨다고 한다. 당장은 편할 수 있지만, 이게 정말 미래 경쟁력에 도움이 될까? 토요타가 프리우스로 하이브리드 시장을 선점한 것처럼, 결국 연비 기술에서 앞선 회사가 승자가 되는 법이다.


3. 업계 분열이 말해주는 것


흥미롭게도 토요타와 현대는 벌금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포드는 아예 벌금을 낸 적이 없다고 한다. 이 차이가 우연일까? 연비 기술에 일찍 투자한 회사들은 규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 본다.


4. 1970년대 교훈을 잊지 말아야


기사를 보니 CAFE 규칙이 만들어진 배경이 1970년대 에너지 위기다. 당시 주유소마다 긴 줄이 서고, 번호판 끝자리로 주유일을 나눠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때 미국 자동차 업계는 "소형차 만들라고 하면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지금도 비슷한 논리다.


5. 규제 완화의 함정


"시장이 알아서 할 것"이라는 믿음은 위험하다. 밥 루츠 전 GM 임원이 "시장의 힘만으로도 같은 방향으로 갔을 것"이라고 했지만, 정말 그랬을까? 규제가 없었다면 여전히 연비 10km/L 안 되는 괴물 같은 차들만 만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6. 소비자가 결국 손해다


벌금이 없어지면 자동차 가격이 조금 저렴해질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름값이 더 많이 들고, 대기 오염도 심해진다. 단기적 이익을 위해 장기적 손실을 감수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결국 이 논쟁은 '불편한 규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편하게 가려는 순간 혁신이 멈춘다. 개인도, 회사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압박과 목표가 있어야 더 나은 방법을 찾게 된다.


미국이 정말로 이 규제를 없앤다면, 10년 후에는 연비 기술에서 한국, 일본, 유럽 회사들에게 뒤처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가서 후회해도 늦다. 불편하지만 필요한 것들을 포기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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