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여행작가가 있습니다.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입니다. 간결했던 그의 사랑고백은 다음 문구를 상상하게 만들었고, 다음 여행을 기약하게 만들었습니다. 매번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찾아보고 있지만, 어느 순간 그런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장황하다.’
글을 막상 쓰다 보니, 새로운 하나의 글을 창작해내는 건 정말이지 어렵습니다. 이 짧은 글 하나만으로도 창작의 고통을 느끼는데, 시 한 권, 에세이 한 권을 쓰는 일은 얼마나 어려울까요. 그럼에도 그런 그의 글에서 장황함을 느끼는 순간, 흥미가 떨어지는 건 죄송하게도 솔직한 사실입니다.
추측하건대, 첫 에세이 한 권 출간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았을 겁니다. 에세이는 소설과 달리 ‘나’의 얘기입니다. ‘나’를 다 소개했는데, 이제 다시 다른 방식으로 ‘나’를 또 소개하라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그다음 작품으로 갈수록 고갈된 에너지를 영끌하게 될 테지요. 게다가 독자의 기대치를 맞추려다 보니 더욱 장황하고 난해해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생각해보면, 간결함을 잃어가는 게 어디 글뿐일까요. 우리네 사랑도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많아질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복잡해지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애틋하고 가슴 뜨거웠던 그 첫사랑은 간결했을 겁니다. 혹은 당신과 새로 시작하는 바로 그 시점이 간결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간결함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건지, 혹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복잡해지는 서로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지도요. 그것도 아니라면 간결한 당신을 복잡하게만 바라보는 나의 문제였을 수도 있겠네요.
이 글은 간결하게 쓰고 싶다는 나의 반성입니다. 글도 사랑도 오래도록 간결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