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입사한 지 5년 차가 되는 해입니다.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본인의 회사에 대해서 만족하며 일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그러한 부류 중 하나이고요.
석사를 마치고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 것 인가에 대해서 참으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 과정에 남들과 마찬가지로 취업 준비를 했고, 다행히 이왕 회사를 다닐 거라는 것을 전제로 하였을 때, 그래도 남들이 아는 나쁘지 않은 회사에 합격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서 배치를 받는 순간부터 혼란이 시작됐습니다. 아무리 기업이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키워나가는 수순을 밟는다고 하지만, 전공과 크게 관련이 없는 부서로 배치를 받는다는 건 개인에게 꽤나 당황스러운 일이었으니까요.
그때부터 퇴사를 꿈꿨던 것 같습니다. 목적은 없지만 언젠가 ‘내 사업, 내 일’을 하겠다는 맹목적인 신념 하에. 입사하고 두 달 정도 지났나, 퇴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적도 있습니다. 도저히 나의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새벽까지 일하며, 그다지 좋지 않은 주위 사람들과 함께 해나가고 싶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년 말에 팀을 옮겨주겠다는 구두 협상으로 끝맺음을 한 것을 보니, 사실을 회사를 나가 다시 취업을 도전할 용기는 저에게는, 정말 솔직하게, 아직 없었나 봅니다.
그로부터 한 일 년이 지났을 때 운이 좋게도 입사 저년차를 대표하여 회사 공식 홍보영상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총 4명이 영상에 등장하는데, 저를 포함하여 6~7년 차 선배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인터뷰 얘기를 하다 보니, 그들 역시 회사에 입사하고 언젠가 퇴사를 하거나 혹은 이직을 하겠다는 꿈을 처음엔 가졌다는 얘기를 하며 웃습니다. 그런 얘기를 듣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이지만, 왠지 저는 그런 생각만 가진 사람으로 그치고 싶진 않았습니다. 최소한 퇴사를 말로만 외쳤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인터뷰로부터 어느덧 2년 반 정도는 지난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도 같은 회사에서 다니고 있지만, 그때와는 다른 팀에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전 보다 조금 더 전공이 가까운 부서로 왔다는 사실인지, 진급으로 연봉이 올라서인지, 업무가 수월해서 스트레스가 덜해서 인지, 이제는 익숙해져 버렸는지, 퇴사 후 하고 싶은 일이 흐릿해졌기 때문인지, 도전할 대상이 흐릿해졌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용기가 없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인터뷰 때 퇴사 얘기를 지난 추억처럼 나누던 그 선배들과 똑같은 패턴을 보인다는 생각에 짜디짠 씁쓸함이 파도같이 몰려오는 것 같습니다.
입사 1~2년 차에 이런 미래의 얘기를 나누며 서로를 응원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시기에는 저녁이면 이것저것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해서 희망차게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되려 그 친구를 다독이며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또 인터뷰에 참여했던 사람들과 같이 퇴사를 추억으로만 남겨선 안된다고 반복적으로 언급하던 쪽은 저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그 친구와 헤어지고 오랜 시간이 지나, 최근에 퇴사를 하였다는 얘기를 건네들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려고 퇴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저와 함께하던 시간에 막연히 꿈꾸던 바로 그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느덧 그 막연한 희망을 구체화시키고 크나큰 용기를 냈다는 사실은 참으로 응원해야 할 일입니다. 별건 아니지만 한편으로 우리의 헤어짐이 나비효과가 되어 더 좋은 사람과 더 멋있는 꿈을 그릴 수 있었다는 사실은 어쩜 조금은 슬프긴 하네요.
여하튼, 그녀에 비해 저는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에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스스로를 질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열변을 토하고 퇴사에 대한 꿈을 외쳤건만.. 그렇지만 자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지요. 그렇기에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조금은 더 진지하고 치열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고민하는 한 해를 보내야겠습니다. 다음 삶의 새로운 챕터를 써내려 가야겠습니다. 어쩌면 준비를 잘해왔는데, 발돋움할 기회가 왔는데, 몸뚱이가 무거워 가만히 있는 상황일 수도 있고요.
그나저나 당신의 퇴사, 정말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앞으로 멋있는 꿈을 펼쳐 나기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