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쥐죽은 듯이 고요한 와중에 키보드가 타닥거리는 소리만 사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 곳에서 열중한 얼굴로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타닥거리는 한 남자가 있었다.
두 달 전의 그는 인근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옆에서 그가 전혀 관심 없는 매니저의 사생활이라던가 새로 생긴 해리포터 컨셉의 카페 같은 이야기를 듣곤 했다. 그 때마다 그는 조용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런 그가 지금 만족하고 있을까? 잠시 말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그의 속마음을 들여다보자. '시발. 좆같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대기업이 이래도 되는거야?'
역시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여기서도 여전한 불만을 품고 있는 걸까? 그가 화가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그의 모니터를 한 번 들여다보자.
모니터에는 인터넷 브라우저가 띄워져 있고, 거기에 적힌 주소는 www.fn... 아무튼 한국에서 가장 큰 인터넷 커뮤니티 중 하나라고만 알면 될 것이다.
요즘 MZ세대는 업무 태도가 글러먹었다더니, 업무 중에 인터넷 커뮤니티로 시간을 떼우기라도 하는 걸까? 그런데 주변을 한 번 보니, 그 뿐만 아니라 사무실 안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띄워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사무실의 정적을 몰아내는 키보드의 타닥거림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다시 한 번 모니터를 들여다보자.
'찢x명'....'민노총'...
무슨 업무를 하길래 저런 단어를 치고 있을까? 다른 모니터를 한 번 보자.
'아무튼 호감인듯'
오. 누가 호감이라는 걸까? 모니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x용? 그러고보니 이 사무실이 있는 건물. 이 건물의 이름이 바로 x성타운이었다. 이x용은 x성의 오너이고. 아하. 그럼 이 사람은 업무 중에 회사의 오너를 칭찬하는 댓글을 달만큼 회사를 사랑하는 직원인가보다. 그러고보니 이런 직원이 이 사무실에는 한 둘이 아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은 회사를 오래는 못 다닐 것 같다. 아무리 회사를 사랑해도 그렇지, 업무 시간에 업무는 안하고 회사 오너를 칭찬하는 댓글을 쓰고 있으면 그건 주객전도가 된 것 아닌가. 업무 시간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치적 댓글이나 달고 있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그 내용도 한물간 민노총, 이석기, 종북좌파 같은 이야기들인 것을 보면...마케팅 팀에서 일한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시대에 뒤쳐져도 되는 건가?
실제로 이 사무실은 독보적으로 높은 자리 회전율을 자랑하고 있다. 아마 일 년 뒤에 여기 다시 돌아온다면 처음 보는 얼굴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