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by 김동휘

"절대로 뭘 하든지 간에 거기에 백 퍼센트 올인을 하지 마. 항상 다른 것도 같이 하고 있어야 돼."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하는 그는 이 업계에서는 30년차 베테랑이자 항상 최고 수준의 몸값을 유지해온, 조금 유치한 표현으로는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말을 들은 까마득한 후배 하나는 약간의 반발심이 들었다. 하지만 한 번 눈 밖에 난 사람은 쳐다도 보지 않기로 유명한 대선배를 앞에 두고 정리되지 않은 반발심을 뱉어낼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때 삼켰던 말은 그 날 뒤풀이 자리에서 새벽 한 시쯤이 되었을 때 일 년 선배이지만 동기처럼 지내는 통통한 남자에게 전달되었다.


"그 뭐랬더라..."


"뭐가?"


"아니 오늘 그 얘기하면서 뭐 그런 얘기 했잖아. 백프로를 다하지 말고 다른 데도 발을 걸쳐놔라. 뭐 이런 말."


"뭐. 선배님이?"


"그래. 기억나지?"


"그게 왜?"


"이상하잖아. 성공하려면 백프로를 다해야지. 거 뭐 발 걸쳐 놓고 그러는게 맞냐? 막말로 그 선배 투자로 평생 번 돈 절반 넘게 날린 거 봐봐. 그냥 본업이나 잘 하시지. 애매하게 걸쳐 놓다가 그렇게 되는 거 아니야."


"그때 얘기하지 왜 나한테 그래?"


"새끼야. 넌 아무 생각 안드냐?"


"아 그런 말 하나하나 다 신경 쓰면 어떻게 살아. 하루이틀이야? 개똥철학 듣는게."


"아니. 야. 임마. 그렇게 넘어갈게 아니라, 아닌 건 아닌거지."


"아니 그럼 그때 얘기하지 왜 나한테 그러냐고."


"근데 왜 그런 얘기를 하는 거야? 이상하지. 보통은 죽을만큼 열심히 하라고 그러지, 적당히 하면서 다른 데다 발 걸쳐 놓으라고 안 그러잖아."


"늙어서 그런가보지. 봐봐. 주변에 그 뭐 목숨 건답시고 오버하다가 좆된 사람 한 둘 봤겠냐고. 그 선배만해도 할만큼 해봤지. 옛날엔 와이프 얼굴도 한 달에 두 번 보고 그냥 일일일만 했대."


"아니 그러니까, 본인은 그렇게 뭐 백프로 다해서 성공해놓고 왜 그런 말을 하냐는 거지."


"아 나한테 그러지 말고 그냥 무시하면 되잖아."


"아 좀 들어봐."


"이번에 새로 들어가는 그거 땜에 그러지? 머릿속에 그거 밖에 없을 거 아냐. 이번에 잘 되면 너도 메이저에 제대로 발 들일 수도 있는 거고, 안 되면 또 기약 없이 기다려야 되는 거고. 그러니까, 너는 마음 같아서는 백프로건 천프로건 쏟아붓고 싶은데 또 왜인지 마음처럼 그렇게 안 되니까. 그 말에 그렇게 꽂힌 거잖아. 내가 봤을 때는 장수하려면 그 선배 말 듣는 게 맞아. 선배도 처음에 떴을 때는 그렇게 일에 미쳤었어도 지금은 안 그러잖아. 그냥 집에서 개 보고, 낚시 다니면서 살잖아."


"그래. 그러니까. 그럼 그런 거 아닐까? 그니까 백프로를 다하면 위험한건 맞는데 그래도 뜰려면 해야 된다. 맞지?"


"어우 시발. 보는 내가 갑자기 소름이 돋는다. 너 눈 돌았어 임마. 이번에 잘 안풀리면 다음 회식 땐 상 엎겠다?"


"아 그런가. 솔직히 어떻게 근데 신경을 안쓰냐? 택시비도 없어서 2시간 걸어가는 것도 한 두번이지. 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누가 그걸 모르냐. 백프로건 천프로건 해. 근데 그게 맘처럼 안 될까봐 졸라 걱정스러운거지. 잘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열불 나는 거고, 잘 되면...근데 이상하게 꼭 뭐 목숨 걸고 한다는 애들은 잘 되도 좀 이상해지긴 해. 그냥 팔자대로 살면 안 되냐? 택시 좀 못타면 어때, 하고 싶은 일 하고 사는 게 어디야. 그리고 내가 볼 땐 이미 그 일이 들어온 것 부터가 기세 탄 거야. 이번에 뭐 생각만큼 안 돼도 하던대로 하면 금방 또 뭐가 있을 것 같애. 내가 봤을 땐. 네가 연애를 못해서 그렇게 일에 환장하나보다. 내가 한 번 알아봐?"


"아 시발. 난 그냥 뜨고 싶다. 좀 잘 나가보고 싶다 나도."


"왜 그렇게 뜨고 싶어서 눈 뒤집고 환장했는데. 택시 타고 싶어서?"


"몰라 나도. 너는 안 그랬냐?"


"나는 안 그랬어."


"지랄."


"성공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제 걱정 그만시키고 싶고. 내가 저 사람보다는 사회에 도움이 될 것 같고. 그냥 제대로 한 번 해보고 싶고. 그랬지."


"왜 이렇게 말을 잘해? 나도 똑같애. 그게 그거지."


"확실해?"


"아니."


"그냥 고민 되면 산전수전 겪은 놈 말 들어."


"뭐. 그 백프로 하지은 말라 그 말?"


"어."


"그 본인부터가 일에 미쳐서 떠놓고 그러지 말라는데 그 말을 들어?"


"나한테 왜 따져? 궁금하면 말한 놈한테 가서 물어봐."


"니가 들으라며."


"아 듣기 싫으면 말던가. 오늘은 택시 타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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