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생명이라는 환상. 한 명의 인간이라는 환상. 人生의 고고함이라는 환상에 이끌린 자여. 그대는 인간으로서 태어나기 위한 문 앞에 서 있다. 그대는 어떤 인생을 살고자 하는가?"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최고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를 최고의 인간으로 태어나도록 해주십시오. 나폴레옹이 그랬듯이, 부처가 그랬듯이, 미켈란젤로가 그랬듯이. 저를 인류의 역사에 영원히 남을 인간으로 태어나도록 만들어 주십시오."
"나는 그대에게 나폴레옹의 정력과 끈질긴 정신력을 줄 수도. 부처의 타고난 지위와 사고력을 줄 수도. 미켈란젤로의 풍채와 집중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한 번에 갖게 된다면 오히려 그대는 그대의 그릇을 채울만큼 성숙하기도 전에 인생을 회의하며 죽음을 찾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폴레옹보다 더 넘치는 정력과 더 끈질긴 정신력을 주십시오."
"무엇이든 넘치면 골치가 된다. 쓸데없는 욕심은 화를 부를텐데."
"그럼 그냥 나폴레옹처럼 영원히 역사에 남을만큼 입지전적인 인물이 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다른 것은 어떻게 되든 상관 없습니다."
"나는 그대에게 나폴레옹이 가졌던 기질을 그대로 줄 수도. 그보다 더 나은 기질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기질을 가졌다고 해서 역사에 기록될지, 주변 몇몇 사람들의 기억과 함께 사라질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
"역사에 남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차라리 예술가가 되겠습니다. 예술이라는 것은 만고불변한 것이니 뛰어난 예술가라면 시대와 상관없이 영원히 기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에게 미켈란젤로도, 고흐도, 바스키아와 김환기도 가지지 못했던 수준의 예술적 감각을 주십시오."
"예술적 감각을 가지면 그만큼 현실 감각을 잃게 되네. 그대가 예술적으로 살려고 할 수록 현실을 등지게 된다네. 나는 자네에게 그 어떤 예술가도 가지지 못했던 예술적 감각을 줄 수 있네. 하지만 그래서는 자네는 현실을 버티지 못하고 명을 재촉하게 될 거야."
"좋은 인연을 함께 만들어 주시면 되지 않습니까. 가족, 연인 그도 아니면 친구나 후원자로서 말입니다. 예술 활동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고 그 가치를 현실의 벽을 뚫고 보여낼 수 있는 사람으로 말입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자네도 자네의 공간을 내어줘야 한다네. 게다가 예술적인 관계는 언제든 깨질 수 있지."
"그렇다면 결국 저는 영원히 남을 최고의 인간으로 태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까?"
"삼십 분 후에 자네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거야. 자의식은 사라지고 세상의 일부로서 아주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겠지. 하지만 자네처럼 불만족한 사람을 위해 한 가지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네. 자네는 태어날 때 부터 어딘가 자연스럽지 않을 거야. 자의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테지. 왜냐하면 단 하나의 충동이 지워지지 않은 채 새겨져 있는 채로 태어나게 될 것이거든. 처음에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겠지만 시간이 갈 수록 명확해지겠지. 자네는 무언가 이유 모를 충동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야. 자 어떤 충동을 품을텐가. 최고로서 역사에 기록될 인간이 되고자 하는 충동을 품고 태어나고 싶은가?"
"충동으로 충분한 것입니까?"
"충분하다네.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을만큼 충분하고. 스쳐 지나가는 나무들까지 느낄만큼 충분하다네."
"이 곳에 오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것들이 제 앞에 서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들은 저 같지 않았단 말입니까? 최고가 되고 싶지 않았다고요? 만약 그들도 모두 최고가 되고 싶어했다면, 도대체 어떻게 모두가 최고가 될 수 있는 겁니까?"
"자네 앞에 서 있던 호랑이를 기억하나?"
"예. 기억합니다."
"그녀는 원없이 먹고 싶어했지. 그래서 전세계에서 비만율이 가장 높은 동네에 태어나게 해줬어."
"그런 것들도 있겠죠. 하지만 야망과 그 아래 깔린 복잡한 생각, 그리고 그것들이 숨김 없이 드러나는 빛바랜 눈들 또한 수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저와 같은 것을. 저보다 더한 것을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확실히 요즘은 그런 것들이 많아졌네."
"그들이 모두 최고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까?"
"모두가 역사책에 기록되고 싶어하지는 않네."
"그런건 말장난... 아니, 아닙니다. 아무튼 이 생에서 저는 역사책에 기록될 최고의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네."
"저것은 얼마나 더 윤회해야 할까요?"
"자네는 아직 모르나보군."
"무엇을 말입니까?"
"저것이나 우리나 똑같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