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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IC빠름 Feb 08. 2022

가을 하늘 만큼의 후회

전교생이 36명인 동화분교를 다니던 때의 일이다. 동화분교에 20대의 J선생님이 왔다. 그 당시에는 20대 후반의 선생님이 클 만큼 커버린 어른의 느낌이었다. 아마도 J선생님은 처음 이곳에 부임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 열정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것을 보면 말이다. 여하튼, J선생님은 대학에서 배운 풍물놀이를 동화분교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아이들은 금방 자신만의 악기를 선택했다. 나는 작지만 명쾌한 꽹과리를 골랐다. 나를 포함한 아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악기를 즐기며 다루기 시작했다.


"내 땅이다 내 땅이다. 땅도 땅도 내 땅이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나, 이 리듬에 맞춰 꽹과리를 두드렸다. 그러면 모든 악기가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가을운동회가 다가왔다. 가을운동회를 맞이하면서 공연을 준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쇠가 필요해졌다. J선생님은 나에게 상쇠를 권했다. 하지만 나는 권유를 외면했다. J선생님의 인정을 받아서 기쁜 만큼이나 두려움도 컸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쇠는 다른 친구의 몫이 되었다. 상쇠가 된 친구가 꽹과리를 두드릴 때마다, 후회가 밀려왔다. 가을운동회 때는 그 후회가 가을 하늘까지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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