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림IC빠름 Feb 08. 2022

부끄러움과 사춘기

부끄러움과 사춘기

사춘기를 겪었다는 서류를 제출하라고 한다면, 눈물 한 방울을 내밀 것이다. 생각해보면,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실패에 직면하여 흘렸던 눈물이 사춘기의 전부였다. 부끄러움으로 위장한 두려움은 사춘기마저 꼭꼭 숨겼다. 물론, 그 당시에 격한 사춘기를 겪었을지도 모르나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는 이불 안으로 쏙 들어가 흘렸던 그 눈물 한 방울이 전부다. 


중학교를 다닐 때에는 뭐가 그리 부끄러운 게 많았는지 모르겠다. 나의 부끄러움을 떠오르게 하는 말로는 '2층 음악실과 아이들의 웃음', '창가에 썼던 HAPPY BIRTHDAY와 노란색 셔츠" 등이 있다. 부끄럽지만 설렜던 말도 꽤 있다. "맨발 축구와 상처", "계단에 울려 퍼진 씁-"이 대표적이다. 지금도 부끄러워서 아무도 모르게 이렇게 쓰고 있는 중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매사에 당당하고 유쾌한 자세를 취했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늘 부끄러움에 몸을 숨겼다. 그런 모습을 보고 어떤 사람은 순수하다고 말했다. 그런 어리바리 한 나의 모습을 두고, 좋아하는 사람과 놀리는 사람으로 경계가 생겼다. 나는 애써 그 경계를 없애려 하진 않았다. 여전히 나는 그 경계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나는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 하늘 만큼의 후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