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생각나는 날짜가 있다. 12월 14일. 어느 해인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첫눈이 오던 날이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그 해의 첫눈이 왜 이리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특별한 사연 없이 남아있는 날짜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문득,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들이 궁금하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잠자기 전, 몽상가가 되곤 한다. 과거의 기억을 이리저리 조립하다 잠에 들면, 꿈에서 퍼즐을 완성시켰다. 그러나 그 꿈은 미완이라는 완성이다.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아서, 앞으로도 완성이 될 일이 없어서 너무나도 완벽한 완성이다.
오늘도 지나간 것들에 대해 잠시 생각한다. 그러다 현실에 놓인 일이 파도처럼 밀려와 생각을 뒤집는다. 눈이 그쳤다. 어느 해 12월 14일의 기억도 스위치를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