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사에서 전사 행사가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행사의 주제는 '언택트를 통한 진정한 컨택트'로 연결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각 부서별로 담당자를 지정해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한 교육과 협조를 요청했는데, "이 시국에 뭐 이렇게까지 힘을 들이나"는 생각을 한 게 사실이다.
막상 각 회의실에 모인 전세계 팀원들의 모습이 웹캠을 통해 화면에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광경을 봤을 때는 신기하고 놀라웠다.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전년도 동분기 대비 24퍼센트 성장했고, 심지어 가장 타격이 컸을 중국법인마저도 괜찮은 성과를 내면서 선방했다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조금은 의문이 든다. 펜대믹에도 우리가 무리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글로벌 영업사원들이 무리한 활동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럼에도 오늘 내가 느낀 중요한 핵심은 바이러스가 인간의 연결되고자 하는 욕망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조직 전반에 깔려있는 구성원간의 상호신뢰는 연결과 결속에 대한 욕망을 촉진시킨다.
서로가 서로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바이러스보다 두려운 건 신뢰를 잃는 것, 연결의 고리가 느슨해지는 거여서, 펜대믹에도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
인간을 매개로 전파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경고한다. "너네 붙어있지 마. 옮을 수도 있어. 거리 둬야지. 누가 걸렸는지 몰라. 의심해야지."
우리를 포함한 인간들은 그 경고에 답한다. 물리적 거리의 벌어짐이 심리적 연결의 단절로 이어질 수 없음을.
어떤 이들은 각자의 집에서 화상채팅을 통해 술자리를 함께하고, 우리는 전세계 700명의 구성원을 한 곳에서 비추며 전사 행사를 진행한다. 고객과의 메일 서두에는 "너와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길 바란다"는 마음이 방방곡곡에서 오고간다.
그래서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건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과 욕망의 단절이다. 마음의 단절에는 전략과 대안이 통하지 않는다.
근데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수많은 연결과 단절의 반복을 겪어야 한다. 누군가들과의 가늠할 수 없는 연결의 가깝고 멀어짐들 속에서 벅차게 행복했다가, 때때로 실망했다가, 전부를 잃은 것 같은 상실감을 마주해야 한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사실은, 단절이 있으려면 반드시 연결이 전제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우리의 마음이 어떤 이유로 단절되더라도, 한 때 같이 보낸 연결의 기억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만들어가는 연결과 기억들이 좋게 남도록 노력해야겠다. 나와 연결되어있는 사람들과 조직에 감사하며, 상상력을 발휘해 공감하자. 현재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자. 솔직함과 무례함을 구분하자. 선입견을 갖지 말자. 옳고 긍정적인 면을 보자. 인격을 존중하며 인간적으로 행동하자고, 오늘도 다짐한다.
하지만 나는 금방 또 내 멋대로 판단하고, 직설적으로 내뱉고, 삐딱한 태도를 그대로 보이겠지. 그래도 이렇게 계속 다짐하면서 언젠가 더 마음과 시각이 넓은 사람이 되고 싶다. 또 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인간들이 밖에서 웃고 떠들면서 심리적, 물리적으로 얼른 더 많고 가까이 연결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