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권력 21

미디어 권력과 거리 두기

by 신동일

1. 정치인, 혹은 정치적 인사들의 반지성적인 권력욕이야 이미 익숙하고 단련도 되어 있지만.. 공론장에 참여하는 유명인의, 혹은 댓글로 보이는 시민의 말과 글이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지난 수년 동안 학부나 대학원 수업에서 겪은 경험과도 겹쳐지면서 뭘 가르치고 뭘 해야 할지 갈수록 미궁입니다.


2. 말과 글, 권력을 지향하는 욕망, 미디어 효과가 엉키면서 비판적 지성이 조롱받는 세상의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꽤 많이 배운 사람들부터 미디어에서 왜 저럴까 잠시 생각해봅니다.


3. 제가 보기엔 많이 배운 사람이라도 미디어 권력에 꼼짝도 못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거기서 대중의 시선과 자본의 욕망으로 다스려진 것이죠. 학자였더라도 미디어-친화성을 쫓는다면 독자와 청중의 규모가 중요해지면서 잘 모르는 분야도 아는 척하고 결국 직관적이고 임시적인 발언을 하게 됩니다.


4. 거기서 멈추면 다행이죠. 자꾸만 더 큰 (미디어) 권력을 붙들면서 편협한 이념, 분열과 대립의 텍스트를 보태고 자신의 이름이 여기저기 도배되는 상징적 자본을 획득하고자 합니다. 그게 지금까지 공부한 이유가 되죠. 엄밀한 논증과 참고문헌, 학계에서 검증된 규범과 사례로부터 텍스트를 생성하는 활동은 이제 필요도 없습니다.


5. 교수나 비평가로 일할 땐 멀쩡한 글을 쓰다가, 미디어에서 시선을 끄는 SNS 텍스트를 만들다가 당파적 이익에 자신의 이름을 봉헌하고 결국 어이 없는 논증으로 사회적 공론을 이끄는 분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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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유명해지고 바빠지면 연구자로 일할 때처럼 학계에 축적된 자료를 검토할 시간도 없겠지만 저분들은 자신이 평생 구축한 지식을 임시적일 수밖에 없는 권력에 냅다 팔아 넘긴 셈입니다.


7. 그런 인생을 살 것으로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즉 외부의 압력에서 벗어난 비판/연구나 현실을 다면적으로 탐구하는 지적활동을 일관적으로 유지하려면, 미디어에서 유명인이 되고자 하는 욕망에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8. 특히 테뉴어 트랙 교수라면 인플루언서로 살지 않아도 될 선물을 이미 받았습니다. 미디어 권력에 포획되거나 순응할 이유가 없습니다. 독립적인 연구실 공간이 왜 주어졌습니까? 감사하고도 겸손하게 지켜야 할 자리를 지키고 세상에 쏘아 올릴 텍스트를 담담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9. 요즘 시대 풍조를 보면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실 분들이 많을 듯합니다. 저의 제한적인 경험으로, 제가 서 있는 위치성에서 말씀드린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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