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금요일이 다 갔다. 팀 옮기고 난 후부터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 같다. 물론 그 사이에 이사도 했고 여러가지 일이 더 많긴 했지만.
차가 막힐 것 같아 일부러 회사에서 늦게 나왔다. 겸사겸사 업무 인수인계도 더 받고 저녁도 먹고. 1시간 운전해서 집에 돌아오니 케이가 아래 위 잠옷을 맞춰 입고 소파에 앉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었다. 어제 미용실을 다녀와서 단정해진 머리에 갓 샤워하고 나온 모습이 많이 귀여웠다.
내일은 2주만에 심장 검사 받으러 병원에 간다. 10월에 건강검진을 받았던 병원에서 심전도에서 이상한게 관찰된다고 해서 꼭 다시 검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고, 동네 내과에 아무 생각 없이 갔다가 정상은 아니라며 1시간 넘게 검사를 받았던게 2주 전이었다. 검진 결과에서는 허혈성 심장질환이 의심된다고 했고 동네 병원에서는 협심증이 의심된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혈전을 완화시키고 혈행을 개선하는 약을 처방해줬다. 2주 동안 먹고 결과를 다시 보자며. 심장 관련으로는 가족력도 없고, 평소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백신을 의심하고 있는 상태이다. 아무래도 3차 주사는 절대 못 맞을 것 같다.
살면서 별로 아픈적이 없었기 때문에 병에 대해 큰 생각을 안하고 지내왔는데 두번이나 병원에서 심장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결과를 받으니 좀 기분이 이상했다. 다른데도 아니고 심장이? 그냥 이렇게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는 거네. 그런데 묘하게도 그렇게 죽어도 별로 나쁠건 없지 않나 싶었다. 그냥 어느 날 스위치 꺼지듯 픽 죽는다면 그것도 나름대로는.
예전에 봤던 암환자 관련 다큐멘터리에서는 출연자가 자기는 암으로 죽을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했던 인터뷰가 기억났다. 자기에게 남은 시간을 미리 알고 준비할 수 있으니까. 남겨진 사람을 위해서는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겠다. 나도 물론 케이를 생각하면 빚 다 갚기 전까진 죽을 수 없는 운명일거다. 죽어도 강령술로 살아나서 배민 커넥터라도 해서 빚 갚아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