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언제 다시 가나.
골목, 건축, 바람, 햇빛, 창문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언제쯤이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보고, 읽고, 경험하고 할 수 있을까.
<좋아서 그래>책을 보고 있는데 내 안에서 뭐든 기룽기룽(이병률의 글에서 본 단어) 올라온다.
‘좋아하는 것을 놓지 않는 것
그게 행복일거라는 생각이 문득,
이병률‘
책 앞장에 이런 글로 독자들에게 사인을 대신해 두었다. 좋아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이 되어 그것으로 밥벌이를 한다면 최고의 행운이고, 행복일거다는 생각이다.
통상 베스트셀러 글쟁이들은 좋아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이 되어서 글이 일이 되고 밥벌이가 된다. 얼마나 행복할까. 거기다 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이 들어가면 끝간데없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나는 유독 골목 어귀를 좋아했다. 골목 어귀에 들어서면 저만치 집이 보이고, 집에 있는데 저만치에서 친구들이 “노올자”라고 하면 신발 거꾸로 신고 골목 어귀로 달려나갔다.. 그게 그리운 것일까. 일 때문에 파리를 갔을 때 거기는 골목 구석구석에 화분을 내 두었더라. 책을 통해 보니 요즘 파리는 차 없는 거리를 정책으로 만들어서 골목 어귀어귀마다 초록 화단을 만들고, 그 틈새로 울긋불긋 꽃이 인사하게 한단다. 부러워라.
2월 연휴를 봤다. 그냥 파리행 비행기를 질러볼까 싶다. 니스 끝에 앙티브에 작은 아파트 하나 빌려두고 남프랑스 동네를 걷다 오고 싶다. 아, 그 어디쯤에 피카소 미술관이 있다 했다. 미술관 하나만 보고 오고 나머지는 골목을 쏘다니며 집집마다 울긋불긋 내놓은 화분을 보고 오는 걸로.
기차안에서 내 앞에 사람이 앉으면 또 물어보는 걸로 “이 오레오 쿠키 하나 드릴까요?”라고. 예전에 떼제베 탔을 때 맞은 편 미국 사람에게 물었더랬다. 쿠키 드실래요? 라고. 그이는 티겟 발권을 못 하고 그냥 기차안에서 발권했다. 우리나라 KTX처럼 내부에서 발권하면 어마무시한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기차표도 비싼데 거기다 거의 100%수수료를 물어서 엄청 비싼 티겟값을 지불했던. 그 열 받은 사람에게 쿠키 드실거냐고 물었더랬다.
쿠키 드실래요? 라는 질문에 어이가 없어서 웃더니 내 기차 티켓을 보자고 하더라. 도대체 얼마짜리 기차표를 얼마를 더 주고 탔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는 미리 아주 일찍 예매한 탓에 지금의 가격보다 더 싸다. 그 금액을 보고 더 두껑 열린 그 표정. 유럽 기차표는 비행기처럼 고무줄이다.
책 한 권을 보고는 온통 여행에, 파리에 파묻혔다. 프랑스 현지인이 쓴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는 프랑스에 대한 비판이 작렬이다. 허긴 우리도 K컬쳐라고 한국 국뽕으로 난리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을 비판하기도 하니.
여하튼 내가 좋아하는 것들, 이런 것들을 언제쯤이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지르고 행할 수 있을까. 햇빛 좋은 창문 옆에서 나는 아무 생각없이 프랑스를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