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문 Don Kim Dec 21. 2020

'Jinn'(جن 진), '빙의'와 미스테리 추리극?

영화로 떠나는 아랍 여행 - 요르단

오늘 드라마를 통해 가볼 곳은 요르단이다. 요르단의 명물로 알려진 페트라도 화면에 자주 등장한다. 이야기의 무대가 요르단의 암만과 페트라이다. 영화인 줄 알고 보기 시작했는데, 5회로 구성된 드라마였다. 


이번 글 역시 드라마 자체에 대한 평가나 해석을 담고자 하지 않는다. 드라마를 통해 요르단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Jinn'(진), 요르단 드라마(2019) 5부작




이 드라마는


지난해 6월 26일에 넷플릭스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다. 요르단 현지에서 만든 드라마이다. 시즌 1이라고 소개된다. 후속 편이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이 드라마의 방영으로 아랍 이슬람 사회에서 그리고 요르단에서 여러 논쟁이 벌어졌다. 비도덕적이고 아랍의 전통과 가치를 훼손한 드라마라는 비난이 뒤따랐다.


이 드라마는 이른바 청소년 드라마이다. 암만의 한 고등학교가 그 무대이다. 드라마 속의 주인공 모두는 암만의 한 사립 고등학교(세븐 힐스 아카데미) 학생으로 나온다. 그런데 드라마 안에서 음주와 성, 마약 같은 소재가 나온다. 학내 따돌림 소재도 나온다. 학생들 사이의 애정 관계나 애정 행위도 묘사된다. 그저 유럽이나 다른 지역의 개방적(?)인 캠퍼스 이야기 소재가 다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보수적인 아랍 사회의 보수적인 시선을 가진 이들이 반발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 드라마는 한국인들에게 충격이 될 수도 있다. 아랍 이슬람 사회 그것도 이슬람 왕정 국가인 요르단에서 이런 소재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첫 번째이다. 


다른 하나는 설마 이런 이슈들이 고등학생 사이에 벌어지고 있을까 하는 궁금함 일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문화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음주나 성 관련 이슈도 낯설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고등학생 나이에 결혼하는 경우도 드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들의 주도로 이뤄지는 결혼이기는 하다.



Jinn이 등장한다. 전통적으로 아랍 세계의 영적 존재로 언급된다. 그 존재가 사람들에게 나타난다. 심지어 빙의가 된다. '빙의'라는 주제가 아랍어로, 아랍세계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그것도 아랍의 현대 문명사회를 배경으로.



드라마 줄거리는


암만의 한 사립고등학교 학생들이 요르단 남부 페트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그곳은 진(Jinn)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수학여행 중에 친구들에게 따돌림과 학대를 받던 한 학생이 Jinn에 접촉이 된다. 한 학생(따렉)이 벼랑에서 떨어져 죽는다. 그리고 한 여학생(미라)에서 자신을 Jinn이라고 말하는 존재(키-라스)가 등장한다. 죽은 친구 따렉, 그 친구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이 다뤄진다. 드라마는 결국 그 죽음의 이유나 배경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끝이 난다.


드라마를 다 보고도 아래와 같은 궁금함은 풀리지 않았다. 사실 아랍 드라마에서 빙의 같은 주제를 다룬 것도 신기했다. 그런데 이런 초현실 주제를 이해하는 역량이 딸리는 나로서는 더욱 난감했다. 도대체 따렉은 누가 죽였는가? 키-라스라는 Jinn은 착한 존재인가? 또 다른 Jinn 베-라는 악한 존재인가? Jinn을 제거하는 방법은 있기나 한 것인가? Jinn과 사람이 하나가 되면 어떤 존재가 되는가? 



드라마의 무대 페트라


드라마의 주요 무대인 페트라, 한국에서는 오래 전 드라마 미생에 마지막 회에 담기기도 했다.



페트라는 기원전 6세기부터 서기 2세기 초까지 문명의 꽃을 피운 이 지역의 토착 문명 나바트 왕국의 수도였다. 페트라 또는 아라비아 페트라로 불렸다. 나바트 왕국을 건설한 이들은 아랍 원주민들이다. 요르단 남부를 중심으로 거주하던 에돔 왕국의 후손들과 사우디아라비아 반도에 살던 유목민의 결합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바트 문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나바트 왕국의 존재는 몇 가지 면에서 우리의 상식을 무너뜨린다.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대 로마제국의 굴욕 사건' 그 자체였다.


정치적으로 로마제국에게 굴욕을 안겨준 나라였다. 이 왕국은 2백년 가까운 세월을 로마와 힘겨루기를 하고, 심지어 무소불위 로마 제국의 영토를 공공연하게 유린하기도 했다. 로마 영토였던 시리아의 다마스커스를 정복하는가 하면 로마의 영향권에 들어간 중동 전체 지역의 동남쪽 경계를 이루면서 로마의 신경을 자극했다.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는 물론이고 이스라엘의 남부 네게브 사막 지역과 사우디아라비아 일부에까지 나바트 문명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전수되고 있다.



문화적으로 로마제국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로마가 쌓아올리는 건축 문명을 자랑했다면 페트라를 중심으로 한 나바트 문명은 통 암벽을 깎아서 만드는 조각 문명이었다. 자연을 이용한 환경 친화적인 문명도 그렇지만, 정밀함이 요구되는 통 바위 조각 문명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문명이다. 이런 점에서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문명의 진수를 보여준다. 페트라 유적지에 공존하고 있는 로마 문명과 나바트 문명을 보노라면 왠지 모르게 로마 제국 문명이 빛을 잃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김동문(미디어오늘, 2007.07.03)





드라마 속 상징과 그림 언어


드라마에서 Jinn인 키-라스가 등장하거나 사라질 때, 그리고 또 다른 Jinn인 베라가 사라질 때, 물, 수증기, 모래, 불이 등장한다. 또한 베-라는 전갈과 연결되어 등장한다. 이 모든 것은 Jinn을 둘러싼 그림 언어이다. 전갈은 다소 부정적인 존재로 이해되고, 불도 마찬가지이다. 



광야의 어려움을 표현할 때, 불(뜨거움)과 전갈은 최대의 적이고 위협이다. 그 반대되는 이미지가 수증기(물)와 모래이다. 물론 모래 또는 먼지는 중립적인 의미로 광야를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다. 더위와 전갈의 위협을 피하는 그림 언어이다. 이것은 키-라스는 착안 Jinn, 베-라는 악한 Jinn인 것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Jinn이 빙의하는 사람을 이 드라마에서는 알-무스타다이(المستدعي, 소환사)로 표현한다. 



드라마의 무대가 되는 고등학교의 이름은 '세븐 힐스 아카데미'(Seven Hills Academy)이다. 암만에 있는 고등학교 가운데 이 이름의 학교는 없다. '세븐 힐스'는 암만을 듯하는 그림 언어이다. 암만이 지금처럼 대도시로 확장되기 전, 일곱개의 산(동네)으로 돌러싸인 도시였다. 




드라마로 (요르단) 문화 익히기


음주문화? 이슬람 국가인데 음주가 가능한가? 학생들이 술을 마시는가? 무슬림 가운데도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고 안 마시는 사람도 있다. 술집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고급 호텔이 아니더라도 술을 파는 공간이 호텔에도 있고, 이른바 술집이 존재한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포도주나 맥주를 즐기는 이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술을 파는 주류 판매점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공식적, 법적으로는 주류 판매업은 법적 무슬림은 할 수 없다. 법적 기독교인이 주류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포도주가 유명하다. 그리고 쌀 증류주인 '아라끄'(عرق)라는 술도 전통주의 하나이다.


그런데 거리에서 건물 밖에서 공개된 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중대한 범죄 행위로 간주한다. 사실 라마단 금식 기간에 공개된 장소에서 먹고 마시는 것도 처벌을 받는다. 술은 정해진 곳에서 사고팔고, 허가된 장소에서 마시고, 즐길 수는 있다.  




드라마로 (요르단) 아랍어 배우기


요르단 아랍어는 아랍 이슬람 세계에서 무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아랍어이다. 다른 국가에서도 크게 어렵지 않게 전달되는 아랍어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닿아 있고, 이집트, 이라크, 시리아인들이 난민과 노동자 등으로 많이 거주하기에, 요르단 아랍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요르단 중상류층은 영어를 아랍어와 섞어 쓰곤 한다. 이것을 '아라베쉬' 또는 '아라비지'라고 부른다. 한국의 '콩글리쉬'라는 표현을 떠올리면 제격일 것이다. 3화에서 미라와 야씬의 대화에서, "(오늘 저녁에) 만날 '플레시스'(장소)를 (문자로) 보내줄게"라고 말을 건넨다. 5화에서 미라와 그의 어바지 대화에서, "이제 집에 가자, '플리스'"라고 말하다.




드라마 OST


이 드라마에는 여러 곡이 배경 음악으로 등장한다. 30여 곡 정도가 활용된다. 그 가운데 1화에 나오는 음악을 살펴봤다.



이 드라마에는 여러 곡이 배경 음악으로 등장한다. 그 가운데 현대적인 느낌의 노래 한 곡을 짧게 소개한다. 2015년에 음원 공개된 노래이다. 아랍의 전통 가요는 물론 아니다. 이 드라마의 배경 음악으로 전통 가요인 '발라디' 풍의 노래도 등장한다. 한국에서 토로트를 말한다면, 아랍은 '발라디'(Baladi بلدي)로 부르는 전통 음악이 있다.


٣ دقائق 

(3분, 쌀라싸 다까이끄 Thalatha Daqayiq) - 마슈루아 레일라(Mashrou' Leila ‏مشروع ليلى)


노래하는 아랍어 발음을 가능한 한 한글로, 그리고 간단하게 그 뜻을 옮겼다.


피야 이트카바 비잘닥, 피일-부스 꿀 와주-학, 후웰 -.فيي إتخبى بجلدك، فيي البس كل وجوهك. هول

피야 이트카바 비크잔-탁, 피일-부스 꿀 바들라-탁, 바쓰 울 - .فيي إتخبى بخزانتك، فيي البس كل بدلاتك. بس قول

피야 쿤-낙 이자 밧닥, 피야 간니- 꿀 칼리마탁, 후웰 - .فيي كونك إذا بدك، فيي غني كل كلماتك. هول

피야 마쓸라 라카 하야-탁, 람마 티쓰마-니- 비므라이탁, 암 울 - .فيي مثّل لك حياتك، لما تسمعني بمرايتك عم قول  


나는 그대의 살 속에 숨을 수 있어요. 나는 그대의 모든 모습을 입을 수 있어요. 이것들.

나는 그대의 옷장에 숨을 수 있어요. 나는 그대의 모든 정장을 입을 수 있어요. 그저 말만 해요.

그대가 원한다면 나는 그대가 될 수 있어요. 나는 그대의 모든 말을 노래할 수 있어요. 이것들.

그대가 거울 속의 내 말을 듣는다면, 나는 그대의 삶을 연기할 수 있아요. 그래서 나는 말해요.


바쓰 울-리 민 밧디 쿤- 알라샨 아르딬-  .بس قول لي مين بدي كون علشان ارضيك

아으띠니 딸라따 다-아예, 다-레니- 딸라따 다아-예  .اعطيني ٣ دقائق - داريني ب٣ دقائق

바쓰 울-리 민 밧디 쿤- 알라샨- 아르딬-  .بس قول لي مين بدي كون علشان ارضيك

아트레클리 메흐리 앗-따울레, 쉐크 헬막 비-켈칼리  .اتركلي مهري علطاولة - شك حلمك بخلخالي


그저 내게 말만 해요, 누가 되고픈 지!

내게 3분만 줘요, 3분 안에 나의 꽃을..!

그저 내게 말만 해요, 누가 되고픈 지!

내게 남겨줘요, 내 결혼지참금은 탁자 위에, 그대의 의심, 그대의 꿈은 내 구두 안에..





넷플릭스 한국어 계정을 확인했다. 이 드라마에 한국어 자막이 제공되고 있다. 그런데 제목 표기부터 적절하지 않았다. Jinn을 '지니'로 표기한 것은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등장인물의 이름 표기는 틀린 것이 많았다. 발음 나는 대로 표기하거나 영어식 표기에 따른 발음을 고려해도 맞지 않는 것이 많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