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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 DONGNAE Nov 24. 2020

슈트를 만드는 남자가 한남동 집 마스터룸을 쓰는 법

곽호빈 - 테일러블 대표 

곽호빈

테일러블 대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아파트 / 거실, 주방, 욕실, 방 2개 


Editor's Note

매일 슈트 차림의 정갈한 모습으로 출근하는 테일러블(Tailorable) 곽호빈 대표는 집에서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슈트로 클래식의 멋을 선물하는 그의 집은 들어서자마자 잔잔히 흐르는 클래식 음악으로 마치 다른 공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들게 만들었다. 어딘가 심플하고 평온하면서도 그의 영감과 취향, 직업의식이 한껏 묻어있는 한남동에 위치한 그의 집을 소개한다.




책과 클래식, 영화의 취향이 묻어있는 집


집에 TV를 안 두셨네요?

네 맞아요. 회사에 있을 때 하루 종일 노트북이랑 스마트폰을 많이 보다 보니까 집에 와서 TV까지 보고 싶지 않더라고요. 넷플릭스를 가끔 보긴 하는데 즐기는 편은 아니고요. 가만히 책을 읽거나 생각할 시간 갖는 걸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집에서 혼자 사색하는 걸 즐기시는군요. 요즘에는 집에서 어떤 생각 하세요?

코로나 영향인지, 올해가 되게 빨리 간 것 같아요. 요즘에는 '내년에는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 해요. 늘 일을 더 잘 하고 싶다는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거실에 책이 꽤 있어요. 주로 어떤 책 좋아하시나요?

제가 와인을 좋아해서 만화책 <신의 물방울>도 모아뒀고요. 책 종류로는 소설이나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사업을 하다 보니까 도움이 될 만한 인문학 책을 많이 읽은 편이에요. <사피엔스>나 <총, 균, 쇠> 같은 책이요. 회사에는 테일러링이나 예전의 패션 아이콘들에 대한 아트북들도 많고요.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걸 좋아해서 집에 있을 때에는 되도록이면 책을 읽으려고 해요. 요즘에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를 읽고 있어요.



테이블 위에도 아트북이 한 권 있는 것 같아요.

네, 이건 1900년대에 활동한 르네 그뤼오 (Rene Gruau)라는 패션 일러스트레이터의 책이에요. 이 책에서 영감을 얻어서 이번 테일러블 FALL WINTER 20/21 컬렉션 디자인을 했어요.



프로젝터가 있네요. 집에서 영화를 자주 보시나요?

네, TV나 넷플릭스를 많이 보진 않지만 오래된 프렌치 영화 같은 걸 많이 찾아보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영감을 얻곤 해요. 거실 블라인드를 다 내리면 벽에 영상을 쏴서 볼 수 있거든요. 최근에는 벨기에 앤트워프 출신의 유명 디자이너인 드리스 반 노튼의 다큐멘터리 필름인 <Drie>를 회사 디자이너 분의 추천으로 봤는데 참 행복했어요. 좋아하는 것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남자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고, 좋은 자극을 받기도 했거든요.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라는 1950년대의 이탈리아 영화감독의 작품은 항상 즐겨보는 편이기도 해요.




조용히 영감을 얻는 혼자만의 공간


오래된 영화를 일부러 찾아보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하는 일이 클래식에 기반해서 옷을 디자인하는 거잖아요. 클래식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도 그 'class'와 멋이 유지되는 거고요. 20년대-50년대 영화를 보면 오래 지속되는 멋을 찾을 수 있어서 좋아해요.


거실에 전시되어 있는 제임스 본드 아카이브 북케이스


영화 이야기를 하시니까 예전에 하신 한 인터뷰 중에 제임스 본드의 007 시리즈 영향을 많이 받으셨다는 말씀이 기억나요.

네, 맞아요. 영화 안에 모든 게 다 들어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상업적인 영화인데, 그 틀 안에 담아낼 수 있는 걸 최대한 잘 담아냈다는 느낌이 들어요. 또 남자들이라면 다 제임스 본드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거실 한편에 전시해둔 제임스 본드 아카이브 북 케이스를 가리키며) 저 책이 전 세계에 100권 밖에 없는 건데, 타슨(TASCHEN)이라는 출판사에서 만든 거예요.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50주년이 되었을 때 나온 아카이브 책이에요. 1500불 정도 주고 직접 구매했어요. 좀 비싸긴 했죠(웃음). 책은 고객분들도 구경하실 수 있게 회사에 두고, 케이스만 집에 전시해 뒀어요.



미니 칵테일 바처럼 와인 병도 많고, 술도 꽤 있어서 집에 친구분들 초대하는 걸 좋아하시나 궁금했어요.

아니요, 집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심지어 거실에 원래는 되게 큰 소파가 있었는데, 그러면 친구들이 자꾸 놀러 오니까 못 오게 하려고 소파를 없애고 지금 의자를 뒀어요. 와인도 사람들이랑 마시는 것보다 제가 좋아하는 와인을 혼자 마시는 걸 좋아하고요. 어렸을 때는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걸 좋아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일할 때는 언제나 완벽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집에서는 조용히 저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아요.




마스터룸을 드레스룸으로 - 슈트를 고르며 시작하는 아침


드레스룸에서 출근을 위해 슈트를 고르고 있는 곽호빈 대표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역시 드레스룸이요. 저희 집이 큰 편은 아닌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공간인 마스터룸을 드레스룸으로 할애했을 만큼 옷을 정말 사랑해요. 이 아파트에 사는 모든 싱글 남자 중에서 저 공간을 드레스룸으로 쓰는 사람은 저 밖에 없을 거예요(웃음). 보통 침실로 쓰죠.



드레스룸이 테일러블 매장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옷걸이랑 옷장 모두 주문 제작했어요. 한쪽에는 스포츠 재킷, 다른 쪽에는 비즈니스 재킷을 모아두는 식으로 저만의 정리 방법대로 옷을 걸어뒀어요. 중요한 미팅이 많은 날인지 편한 주말인지 등 하루 스케줄을 고려해서 옷을 고르죠. 가운데 서랍에는 타이랑 양말 등이 있고요. 보통 타이 같은 한 아이템을 먼저 고른 다음에 그것에 맞춰서 옷을 골라요. 오래 걸리지 않아요.


구두로 가득 차 있는 곽호빈 대표의 신발장


입을 옷을 미리 전날에 생각하시는 편인가요?

원래는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하는데, 제가 술만 마시면 아무리 취해도 다음날 입을 옷을 골라서 걸어두더라고요. 그날 신은 구두에도 슈트리를 꼭 끼워 두고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그런 저를 보면서 '지금 직업을 선택하길 참 잘 했다'라고 혼자 감탄하기도 해요(웃음).




낮에는 슈트, 밤에는 활동하기 편한 옷


하루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아침에 혼자 브런치 먹는 시간을 가장 좋아해요. 아침에 운동을 하는데, 그러고 나면 배가 많이 고프잖아요. 한남동 근처에는 아침 먹을 수 있는 데가 많으니까, 혼자 트레이닝복 입은 채로 가서 브런치 먹으면 제일 기분 좋아요.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고민 없이 여유로운 아침을 즐기는 거죠.



아침에 운동하시는군요. 이외에 지키는 하루 루틴이 있을까요?

운동을 하면 컨디션을 계속 최고로 유지할 수 있으니까 되도록 꼭 하려고 해요. 운동을 하면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고요. 출장을 가도 호텔에서 꼭 운동을 해요. 운동 이외에 루틴도 저는 보통 정해져 있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아침 7시 반에 일어나서 8시에 운동하고, 집에 와서 샤워한 뒤 suit-up(슈트업)하고, 미용실에 가요. 제가 머리를 잘 못 만져서 미용실에서 매일 스타일링을 하거든요. 꽤 바쁜 아침이기도 하죠(웃음).



집에서 편안한 복장으로 계신 모습이 신선하네요. 매일 아침 슈트를 고르신다는 말이 인상깊어요. 매일 슈트를 입는 호빈님만의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객들을 대할 때에는 항상 예의를 갖추고 싶어서 주 중에는 단정하게 슈트를 입어요. 슈트가 불편할 것 같지만 비스포크해서 입으면 편해요. 그리고 작년에 입은 슈트를 올해 입었는데 너무 딱 맞으면 '아 나 살쪘구나' 하고 체크를 할 수 있기도 하거든요. 자기관리의 척도가 되는 거죠. 나이 들어서 아저씨 되는 건 다 싫잖아요. 슈트는 자기를 계속 체크하게 해줘서 좋은 것 같아요.



집에서는 어떤 복장으로 계시나요?

집에 있을 때는 제가 디자인한 테일러블의 파자마를 잠들기 전에 꼭 챙겨 입고, 아침 시간에는 항상 운동을 하기 때문에 애슬레틱 웨어를 입죠.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영화를 집에서 프로젝터로 볼 때는 활동하기 편한 코튼 팬츠에 폴로셔츠나 니트 정도를 입고 있고요.



어렸을 때 검정고시를 마치고 옷과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바로 유럽으로 떠나셨다고 들었어요. 유럽 생활이 그리울 때 있으신가요?

사실 항상 그리워요. 18살에 가서 4년 정도 있었으니까요. 저는 워낙 예쁜 걸 좋아하는데, 유럽이 건물도 경치도 다 예쁘잖아요?(웃음) 1년의 반은 유럽에서 살고, 반은 아시아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밀라노의 디모레 갤러리와 같은 드림하우스 


대표님에게 '드림 하우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빛이 잘 들고, 내부와 외부의 경계 없이 자연을 품고 있고, 제가 지내면서 좋은 영감이 떠오르는 집이 제 드림 하우스에요. 르 코르비쥐에(Le Corbusier)도, 안도 다다오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도 해석은 달랐지만 모두 같은 점을 생각해 집을 지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집은 한남동에 있는 아파트이다 보니 자연과는 거리가 좀 있어 보여요. 지금 집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지금은 회사도 한남동에 있고, 수영장, 헬스장 같은 편의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것이 좋아서 여기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007 시리즈를 보면 제임스 본드의 집이 언제나 떠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져 있잖아요? 지금 제 집도 그런 콘셉트의 집인 것 같아요.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웃음).



잠시 거쳐가는 집이군요. 언제쯤 이 집을 떠나실 생각이세요?

지금보다 집에서 더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때요. 나중에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긴다면 집에 좀 더 오래 있겠지만, 지금은 일이 바쁘다 보니 지내는 시간으로만 따진다면 오히려 회사가 집 같아요.



나중에 살 집을 미리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나중에 살 집은 직접 짓고 싶어요. 한국에 돌아온 뒤 한남동에서 일을 시작했고 계속 근처에만 살았다 보니 역시 한남동이 제일 좋지만, 아무래도 한남이 땅값이 너무 비싸다 보니(웃음) 근처 어딘가에 집을 짓지 않을까 싶어요. 남산 근처도 좋고, 버티고개 쪽도 좋고요.


지금은 집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집에 함께 있는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구조와 분위기의 집을 짓고 싶어요. 엄청 컨셉추얼한 집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제가 좋아하는 밀라노의 디모레 갤러리(Dimore gallery)처럼요. 밀라노에 출장을 가면 항상 그 스튜디오에 가는데, 그런 곳에 살면 불편하고 정신없을 것 같긴 하지만 한번 살아보고 싶어요.





곽호빈님처럼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집을 찾고 있다면, 동네를 방문해 주세요.

https://www.dongn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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