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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 DONGNAE Dec 01. 2020

이태원에서 7년째 식당을 운영하며 바라본 이태원의 변화

김대영 - 매니멀 트라이브 대표 

김대영

매니멀 트라이브 대표 


Editor's Note

매니멀스모크하우스, 모터시티, 레리엇, 리북방, PDR을 운영하는 매니멀 트라이브의 김대영 대표. 2017년 포브스의 아시아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파이널리스트 30명 (Forbes 30 Under 30 Asia)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운영중인 8개의 레스토랑 중 이태원에서만 3곳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7년째 이태원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생각하는 이태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태원에서만 7년째 머무르는 이유


이태원의 매니멀스모크하우스를 2015년 4월에 시작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그 전에 이태원 바토스에서 2년 정도 일하셨고요. 다른 지역에도 매장을 운영하고 계시긴 하지만, 오랜 기간 이태원을 기반으로 활동하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이태원이 제가 성장해온 배경이나 정체성과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지역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9살 때 과테말라에 가서 7년 동안 살다가, 캐나다에서 1년 살고, 한국에 돌아와 국제 학교를 다니다가, 스위스로 가서 2년 정도 살다가, 중국에도 잠깐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제 자신을 소개할 때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사람들이 저보고 너는 유학생이냐, 국제 학생이냐, 교포냐, 아니면 TCK(Third Culture Kid, 서드 컬처 키드. 성장기의 상당 부분을 태어난 나라 이외의 문화에서 보낸 사람을 일컫는 말)냐고 묻는데 하나의 답을 내릴 수가 없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공덕, 충정로, 분당 등등 다양한 곳에서 살아봤는데 이태원이 저랑 제일 잘 어울리더라고요. 외국인도 많고, 한국적이지 않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도 많다 보니 애매모호한 제 정체성을 딱 하나로 규정할 필요가 없는 지역이라고 느꼈어요.



이태원이 대영님과 잘 어울린다고 느낀 데에는 일의 영향도 있었나요?

바토스에서 일을 하면서 교포 친구들, 외국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서 인프라가 생겼기 때문에 제 가게를 열 때 시작하는 지역으로 이태원이 좋기도 했어요. 2013년부터 2년 정도 바토스에서 일한 것까지 합치면 이태원에서 7년 정도 머무르고 있네요.




이태원의 '전성기'에서부터 지금까지의 변화 


김대영 대표가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매니멀스모크하우스' 내부 모습


2013년부터 이태원에 계셨으면 이태원 동네가 변화하는 모습도 다 지켜보셨겠네요?

제가 바토스에서 일하던 2013년 쯤의 이태원은 지금보다 훨씬 활발한 지역이었죠. 이태원의 외식 산업 부흥에 바토스가 큰 몫을 하기도 했고요.


최근 1년 정도 이태원 모습을 지켜보면 홍대의 젊은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해밀턴 호텔 쪽에 원래 외국 음식점이 많았는데 지금은 한국식 포장마차도 많이 생기고 있고, 손님 분들 나이대도 좀 더 낮아진 느낌이 들고요.



예전 이태원 일대 손님 연령대는 좀 높은 편이었군요?

지금보다는 높았어요. 손님들 연령대만 다른 게 아니라, 외국인이나 교포 손님들도 지금보다 훨씬 많았죠. 그때는 미군 용산 기지가 없어지기 전이니 미군 손님들도 많았고요.



요즘 사업은 어떠세요?

지금도 흑자긴 흑자에요. 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죠. 바토스에 있던 2013년은 정말 말도 안 됐죠. 사람들이 타코를 먹겠다고 3시간 반동안 웨이팅을 했으니까요. 매니멀스모크하우스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가 전성기였던 것 같아요.



이태원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시면서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재밌는 일화는 정말 많죠. 오시면서 보셨겠지만 (매니멀스모크하우스) 식당 올라오는 계단이 되게 좁잖아요? 거기에 손님들이 줄 서서 기다리시곤 했어요. 그런데 덩치가 큰 외국인 손님들은 계단이 좁으니 내려가지를 못하는 거에요. 그래서 주방 뒷문으로 내려가고, 들어오고 그랬죠(웃음).



지금의 이태원은 왜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은 걸까요?

이유를 딱 한 가지로 꼽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브랜드라는 것 자체가 영원하면 좋겠지만, 영원한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외식업계에 워낙 잘하시는 분들이 이제 많고,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서 손님 분들 유입 자체도 많이 줄었고요. 또 저희는 최대한 노력하지만 맛이 변했다고 느끼시는 손님들도 계실 거고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5년 동안 꾸준히 매니멀을 사랑해준 분들이 있다는 점이 참 감사하죠.


매니멀스모크하우스 뒷문을 지나 사무실로 향하는 김대영 대표




이태원의 손님들과 소통하는 방식


메뉴 개발에 지역 문화나 분위기의 영향을 받으시는지 궁금했어요.

가게가 위치한 지역에 따라 메뉴도 다르게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현지의 맛을 최대한 이끌어내려고 노력해요. 메뉴 개발은 저 말고 동업 파트너로 계신 텍사스 출신의 요리사 친구가 맡고 있는데, 저희는 (손님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컨셉을 명확히 정하고 authenticity(진정성)을 추구하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한국스러워지는 부분은 있죠. 예를 들어 한국에는 멕시칸 칠리가 없으니 태양고추나 청양고추를 사용하거든요. 채소랑 허브의 맛과 향도 미국이랑 한국이랑 좀 다르고요. 다만 일부러 지역에 맞춰서 메뉴를 정하진 않는거죠.



지역에 오히려 새로운 영향을 주는 입장이군요?

네 맞아요. 그런 방향을 추구하려고 노력해요.



잠실, 역삼, 강남 같은 다른 지역에서도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계신데, 이태원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과 다른 지역 손님들 간의 차이가 있나요?

엄청 달라요. 매우 매우 달라요(웃음).


이태원에는 아주 한국적인 분위기의 분들은 안 오시는 것 같아요. 영어로는 'Korean Korean(코리안 코리안 - 매우 한국적인 사람을 표현)'이라고 말하곤 하는데요. 그보다는 자유분방한 느낌의 분들이 많이 오시죠. 외국인이나 교포 분들도 많이 오시고요. 그만큼 더치페이 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에요.


잠실은 '아 여기가 한국이구나'하는 느낌이 강해요. 잠실은 20대 초반 손님 분들이나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고요. 또 이태원에서는 손님들이 무조건 맥주 하나씩은 주문하는 분위기인데 잠실은 덜하죠. 이외에 역삼 지역은 외국계 기업 직장인 분들이 많이 오시고, 강남역 부근에는 선생님이나 어린 손님 분들이 많이 오세요.



지역에 따라 문화도 그렇고, 손님 분들이랑 소통하는 방식도 다를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지역에 따라 손님들의 반응도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 이태원 매니멀스모크하우스에는 'Rounds Up Beer' 라는 게 있어요. 손님이 2만원으로 저희 팀원들에게 맥주 한 잔씩을 사주는 문화인데요. 이태원에서 반응이 좋아서 잠실에서도 해봤는데 아무도 안 하시더라고요(웃음).


저는 결국엔 오시는 손님들이 식당의 문화를 완성시킨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예전보다 친근한 식당 문화 만들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태원에서도 여러 문화가 한곳에 섞이는 분위기가 예전보다 덜한 것 같고요. 같은 이태원 안에서도 외국인들만 가는 곳, 한국인들이 가는 곳 이렇게 나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태원 다음 목적지는 화성(Mars)


거주하시는 곳도 이태원이라고 들었어요.

그렇죠. 제가 워낙 일을 많이 하니까요. 매일 현장에서 하루종일 일하고, 사무실에서 새벽 1시 반, 2시 반 정도 까지 또 일하거든요. 사무실도 이태원이에요. 바토스에서 일하던 때부터, 일하는 곳이랑 가까이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식업계는 아무래도 일이 많고, 쉽게 말해 에너지를 '갈아 넣어야' 하니까요. 출퇴근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면 좋지 않더라고요.



운영하시는 가게나 사무실 말고, 이태원에서 자주 가는 장소가 있나요?

사실 가게 말고는 가는 곳이 거의 없어요(웃음). 주변 식당들에 있는 친구들 만나러 가는 것 빼고는 즐겨 가는 곳이 없어요. 그만큼 일을 좀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한 군데 꼽자면 여기(매니멀스모크하우스) 바로 옆에 있는 카페 YPotCoffee가 전부인 것 같아요 (웃음).



정말 일에 열정적이신 것 같아요.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크게 2가지인데요. 첫번째는 세계 300대 레스토랑 그룹이 되는 것이고, 두번째는 화성에 칼국수를 보내는 거에요. 'First Korean noodle in Mars". 멋지지 않나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화성에 칼국수를 보낸다는 발상이 정말 신선하네요. 왜 화성인가요?

이 세상에 솔직히 맛있는 음식 너무 많아요. 있을 건 이미 다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날 생각해봤죠. '지구에 이미 맛있는 음식이 넘치는데, 내가 한국인으로서 음식으로 더 해볼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엘론 머스크(Elon Musk, SpaceX CEO)가 7년 뒤에 화성 도시 계획을 완성할 거라는 뉴스를 봤어요. 미국에서 이미 화성 도시 계획을 하고 있다면, 저는 한국인으로서 화성에 칼국수를 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성이 미래에 대영님에게 제 2의 이태원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왜 많고 많은 음식 중 칼국수인가요?

칼국수는 밀가루 음식이니 서양인 입맛에도 잘 맞을 거고, 유통 기한이 상대적으로 긴 마른 멸치 같은 재료로 육수도 간단히 낼 수 있고요. 재료 조합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해봐야겠지만 해보고 싶어요. 화성의 첫 칼국수, 자부심 들 것 같아요(웃음).




'멋진 팀'을 꾸리겠다는 원동력



오랜 기간 요식업계에서 지금까지 달려오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첫번째로는 멋진 팀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뚜렷해서 흔들리지 않은 것 같아요. 외식업이 부가가치가 낮은 서비스 산업인 만큼 직원을 위한 복지가 좋지 않아요. 그 점을 개선해서 함께 오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팀을 꾸리고 싶었어요. 외식 산업에서 저희가 최초로 4일 근무제를 도입했어요. 도입한 지 이제 3년이 넘었죠.


두번째로는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외식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었어요. 예전까지는 외국의 음식이나 외식 트렌드를 우리나라에 들여왔다면 역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팀이 되고 싶었죠.



돈이나 매장 수가 아니라 멋진 팀을 꾸리겠다는 목표가 우선인 점이 참 멋있네요.

멋진 팀이 꾸려지면 돈은 어느 정도 따라오는 것 같아요.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멋진 팀이 꾸려지면 음식의 맛도 좋아지고 식당의 분위기도 좋아져서 손님들도 자연스럽게 더 많이 찾아오시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멋진 팀이 먼저 만들어졌을 때 상상도 하지 못한 멋진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아요.






김대영 대표처럼 오래 머물고 싶은 지역을 찾고 있다면, 동네를 방문해 주세요. 

https://www.dongn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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