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은 - 프리랜스 에디터, 술 중심 문화공간 '라꾸쁘' 대표
손기은
프리랜스 에디터, 술 중심 문화공간 '라꾸쁘' 대표
서울 광진구 구의동 아파트 / 거실, 주방, 욕실, 방 3개
Editor's Note
GQ의 푸드&드링크 기사를 책임지는 피처 에디터로 시작해 지금은 프리랜스 에디터이자 술 중심의 문화공간 '라꾸쁘'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손기은님. 13년간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제안하는 에디터로 활동한 그녀가 9년째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구의동이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사람들에게 구의동을 추천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9년째 떠나고 싶지 않은 구의동
Q) 이곳에 사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A) 9년 정도 됐어요. 원래 바로 건너편에 있는 잠실에 살았는데, 이사할 집을 찾다가 여기가 한눈에 마음에 들어서 오게 됐죠. 저는 아직까지도 이 동네가 마음에 들어서 웬만하면 안 떠나고 싶어요.
Q) 9년 동안 한곳에 살았는데도 떠나고 싶지 않다니, 이곳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드세요?
A) 솔직히 말하자면 이 가격에, 이만한 입지가 없어서요(웃음). 진짜 서울 시내에 이 정도의 자금으로 갈 수 있는 이렇게 고요하고 평평한 동네가 없어요(웃음). 동네가 갖춰야 하는 중요한 인프라가 다 있기도 하고요. 테크노 마트, 수영장, 공원, 큰 시장 모두 있거든요. 또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이 서로 인사를 잘하시더라고요. 그만큼 이곳에 오래 사시기도 했고요. 그런 따뜻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가 좋아요.
오래된 아파트만의 매력
Q) 집에 요즘 드문 베란다가 있네요. 베란다를 일부러 트지 않으신 건가요?
A) 좀 낡은 아파트지만, 있는 그대로가 좋아서 베란다를 트지 않았어요. 베란다가 있기 때문에 집에서 야키토리를 해 먹은 적도 있어요. 베란다 바닥에 종이를 깔고, 캠핑할 때 쓰는 화구들을 이용해서 닭꼬치를 구워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진짜.
베란다에 나가서 캠핑체어 펴놓고 그냥 몇 시간씩 앉아 있기도 해요. 도심 속에서 캠핑하는 듯한 기분도 참 좋은 것 같아요.
Q) 오래된 아파트의 매력을 십분 즐기시는군요. 베란다 말고 오래된 아파트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가 있을까요?
A) 모든 게 다 세팅된 새 아파트에 들어가는 것보다, 낡은 만큼 내가 원하는 대로 고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는 점이 좋아요. 제가 만들고 싶은 공간을 오히려 더 잘 만들어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제가 원하는 구조대로 리모델링을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지금 집 구조는 다이닝룸, 리빙룸, 키친이 합쳐져 있는 스타일이에요. 처음에는 이게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살면서 익숙해지니 좋더라고요. 리모델링을 하면 오히려 지금 구조를 더 강조해보려고 해요. 키친 아일랜드를 리빙룸까지 빼는 방향으로요. 키친이 가운데에 있고, 리빙룸과 다이닝룸이 양쪽에 있는 재미있는 형태가 될 것 같아요. 지금 레퍼런스를 한 천 개 정도 찾아뒀어요(웃음).
혼술과 함께 집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Q) 최근에 출간하신 에세이 <힘들 땐 먹는 자가 일류>에서 혼술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어요. 본인만의 혼술 원칙이 있을까요?
A) 집에서 혼술을 자주 즐기는데, 저만의 원칙이라면 '진짜 예쁜 잔에 자기 전에 딱 한 잔 마신다'에요. 혼자 너무 많이 마시면 주변에서 많이 걱정하시기도 하고 좀 슬퍼지기도 하더라고요(웃음). 한 잔만 마시다 보니 와인처럼 한번 따면 맛이 변하는 술들보다 도수가 높고 상온에 오래 보관해도 되는 고도주 위주로 마시는 편이에요. 제일 자주 먹는 건 위스키죠. 자기 전에 집에 인센스를 피우는 기분으로 위스키 향을 퍼트리면 훨씬 잠도 잘 오는 편이어서 좋아해요. 하루를 차분하게 마무리할 수 있거든요.
추천하고 싶은 술은 부나하벤 12년 싱글 몰트위스키, 루스토 페드로 히메네즈 셰리 와인, 그라함 토니포트 20년이에요.
Q) 집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A) 밤에 집에 있는 램프들을 다 켜고 거실의 조그마한 1인용 소파에 앉아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며 술을 마시는 순간, 그런 뒤 아무 걱정 없이 큰 침대에 대자로 누워 잠드는 순간. 그때가 하루 중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나만의 취향이 드러나는 집
Q) 집 안 곳곳의 소품을 보니 통일된 취향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주로 어떤 디자인의 소품을 구입하시나요?
A) 저도 계속 사다 보니 알게 된 저의 취향인데요. 북유럽 인테리어처럼 차분한 나무 느낌이 나고, 기능적인 디자인을 갖춘 소품을 제가 좋아하더라고요. 또 색이 선명한 이탈리안 빈티지 스타일도 좋아하고요. 하나하나 제 취향의 소품을 늘려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중에 가장 좋아하는 소품이 거실에 있는 램프 2개인데, 모두 빈티지 제품이에요. 하나는 뉴욕 브루클린의 Home Union 이라는 빈티지 가게에서 사 왔고, 나머지 하나는 코펜하겐에 여행을 갔을 때 빈티지 조명 가게에서 사 왔어요. 둘 다 비행기에 직접 이고지고 실어 왔어요(웃음). 코펜하겐에서 사 온 램프는 비하인드스토리가 있는데, 가격이 꽤 비쌌어요. ATM에서 인출할 수 있는 액수를 넘는 가격이었거든요. 그래서 사장님께 안타깝지만 못 살 것 같다고 하니 한국에 돌아가서 돈을 보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를 뭘 믿고 그렇게 하시냐고 했는데 괜찮다고, 가져가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 돈을 보내드렸죠.
광진구 구의동, 왜 안 살아요?
Q) 동네에서 자주 가는 곳은 어디인가요?
A) 여기가 강변역 근처인데, 강변역 앞에 포장마차 거리가 있어요.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곳인데요(웃음). 거기서 혼자 술을 마실 때도 있고 친구가 놀러 오면 같이 걸어 나가서 한잔하고 들어올 때도 있고요. 그리고 바로 앞에 조그마한 공원이 하나 있는데 배드민턴장도 있어서, 친구들이랑 배드민턴 치기도 좋아요.
근처 아파트 단지 근처에 있는 '양촌리 화로구이'라는 24시간 삼겹살집이랑, '쉐프의 콜렉션'이라는 숙성회 전문 사시미바도 좋아하는 곳이에요.
Q) 어떤 분들에게 광진구 구의동을 추천하고 싶으세요?
A) 먼저 내가 사는 환경에 조금씩, 조용하게 핫플레이스가 생겨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시는 분들이요. 핫플레이스라고 할만한 곳들이 이제 서서히 이 동네로 오고 있거든요. 성수동에서부터 시작해서 이제 자양동까지 왔어요(웃음).
그리고 이곳이 거주 단지가 큰 데에 비해 북적이는 느낌이 없어요. 이런 고요한 분위기를 선호하시는 분들한테도 좋을 것 같네요. 한강도 바로 앞에 있어서, 한강 걷는 것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곳이고요. 또 여기가 강변북로를 한 30초면 탈 수 있을 정도로 교통 접근성이 굉장히 좋기 때문에, 직장이 강남에 있으신 분들에게도 좋아요. 되게 좋은 동네에요(웃음).
손기은 님처럼 오래 떠나고 싶지 않은 집을 찾고 있다면, 동네를 방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