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중년게이머 김실장
모든 창조주는 세상을 만든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세상 창조자가 하나라고 생각진 않는다. 사바세계에 힘듦이 그득한데 전지전능한 창조자가 있다는 믿음은 비양심적이라고 여긴다. 자연 세계가 아닌 사회는 창조자가 유일하지 않다. 사회는 개인에 외재하며 행위를 강제하지만, 오로지 개인의 반복된 행위로만 재생산된다. 고로 사회 창조주는 구성원이며 책임자도 구성원이다.
굉장한 이야기를 하려고 거창한 서두를 쓴 것은 아니다. 첫 편과 마찬가지로 유튜버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 유튜버는 '중년게이머 김실장'이다. 한국 사회에서 중년과 게이머는 유쾌한 조합이 아니다. 중년도, 게이머도 '기피 대상'인데 게임을 하는 중년은 '말해 뭐해'겠다.
솔직히 김실장의 영상이 초면에 유쾌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웬 풍채 좋은 남성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게임을 주제로 강의한다. 현생의 어려움도 벅찬데 가상의 고생까지 사서 할 필요 없다는 믿음과 산이 거기 있기에 산을 오른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얄팍한 의지력 탓에 게이머가 아닌 나로선 볼 일이 없는 유튜버다.
그런데도, 시청하는 연유는 김실장이 게임사가 게임으로 구축한 세상의 구성원리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게임사가 인센티브와 디스인센티브로 이용자 행위를 일정 방향으로 꾀는 방식을 짚어낸다.
리니지와 같은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은 더 강해지는 것이 주목표다. 사용자는 어제의 나보다, 다른 사람보다 세길 바란다. 세지려면 함양할 능력치와 얻어야 할 무기가 있다.
강한 무기는 강한 괴물을 잡아야 얻는다. 강한 괴물은 당연히 천지삐까리지 않다. 그래서 세가 강한 집단이 다른 이들이 강한 괴물을 못 잡게 통제하기도 한다. 강해지려면 강해져야 하는 상황. 무기상인 게임사는 웃는다.
넷마블 게임 '제2의 나라'는 최근 주목받은 MMORPG이다. 리니지와 마찬가지로 강한 괴물이 강한 무기를 준다. 그러나 리니지처럼 '통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강한 괴물은 채널-일종의 전장-마다 출현하는데 접속자가 늘어야 채널이 많아진다.
강한 괴물의 체력회복 속도는 한 집단의 공격력을 훨씬 뛰어넘게 설정됐다. 모든 사냥 참여자에겐 기본소득이 주어진다. 누구든 괴물을 한 대라도 때리면, 보상받는다. 괴물을 물리치는 데 제일 기여한 이가 보상을 독식하지 않는다. 그가 가장 큰 보상을 받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 구조는 양보를 만든다. 보상을 받으려면 일단 괴물이 잡혀야 하기에 최고 강한 사용자도 다른 사용자를 사냥에서 배제하지 못한다. 약한 사용자는 기본소득이라도 얻고자 최강 사용자를 지원하게 된다. 그래서 사냥을 주도한 사용자는 영웅이 된다.
이상이 김실장의 분석이다. 천천히 자기 속도로 즐기는 게임. 그래서 '빡겜' 사용자가 아닌 '즐겜' 사용자를 노린다. 이것이 김실장이 정의한 제2의 나라다. 게임사가 돈을 얇고 넓게 걷는 전략을 쓴 것이다.
세상의 원리를 추적하는 의의는 다른 세상이 가능함을 보이는 데 있다. 무용해 보여도 다른 나라 일을 부지런히 전하는 까닭도 다른 원리로 돌아가는 세상이 있음을 확인하는 데 있다.
유튜버 김실장 영상을 보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원리가 세상을 구성하는 과정이 궁금하다면 시청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