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니 Mar 21. 2021

10명이 100명 되기 전, 창업자가 알면 좋을 것들

블리츠 스케일링-리드 호프만

리드 호프만은 페이팔과 링크드인의 창업자이며, 'Master of scale' 같은 팟캐스트를 진행하기도 하는 스타트업 멘토, 투자자다. 저서들 중 조직, 인사에 대한 저술이 많아 경영에 참고할만 하다.


'블리츠 스케일링'은 그의 가장 최근작으로, 스타트업이 급성장하는 단계마다 어떻게 조직을 관리해야하는지 알려준다. 책은 서두에서 '드롭박스'의 창업자인 드류 휴스턴의 명언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빠른 성장이요? 마치 고래를 작살로 잡는 것과 비슷합니다. 좋은 소식은 당신이 작살로 '고래'를 잡았다는 겁니다. 나쁜 소식은 뭘까요? 당신이 '작살'로 고래를 잡았다는 것입니다!


빠른 성장은 달콤하지만, 동시에 조직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혼란이 끊이지 않아 무섭기도 하다. 성공적인 블리츠 스케일링을 위해 어떤 관점이 필요한지, 그리고 조직을 어떤 단계로 나누어 관리해야하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블리츠 스케일링(Blitz-Scaling) 무엇인가?


블리츠 스케일링은 '전격전'을 의미하는 말로, 앞만 보고 돌진하는 독일군 전차나 징기스칸의 군대를 생각하면 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빠른 시장 점유를 목표로 투자금을 불태운다. 대기업들이 재무 효율성, 시장 상황에 기반해 연 10% 수준의 성장 목표를 잡는다면, 스타트업들은 5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위해 효율은 내다 버린다. 흔히 '절벽에서 떨어지며 동시에 날개를 조립하는 일'이라고 많이 비유한다.


리드 호프만은 이런 스타트업들의 성장 방법마저 패스트 스케일링, 블리츠 스케일링으로 다시 한 번 나누어 생각한다. 

패스트 스케일링 : 절벽에서 떨어지되, 날개를 충분히 조립할 수 있게 활강 속도를 조절한다. 시도의 성과를 충분히 기다리며 다음 단계를 생각한다.

블리츠 스케일링 : 절벽에서 떨어지며 동시에 엔진에 불까지 붙인다.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계속 다음 단계를 밟아나가며 미친듯한 성장을 하거나 죽는다.


텐센트는 QQ가 성숙기에 접어들자마자 위챗을 탄생시켜 다음 성장곡선을 만들었고, 페이스북은 세자리수의 성장률이 두 자리로 내려오자마자 모바일 전환, 셰릴 샌드버그를 영입을 통해 세자리수의 성장률을 회복했다. 이는 한 사업의 블리츠 스케일링이 끝난 시점에 바로 다음 블리츠 스케일링이 이루어지도록,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미리 준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이 블리츠 스케일링을 가능하게 하는가?


첫번째는 끊임없는 (기술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과 발견이다. 흔히 실리콘밸리를 생각하면 기술자들의 'Nerd'스러운 회사 운영을 떠올리는데, 비즈니스에서 오히려 그 'Nerd'스러움이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구글의 성공 역시, 뛰어난 검색 알고리즘 자체가 아닌 검색엔진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에서 기인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12가지 혁신을 쌓아올리며 비즈니스 해자를 구축한 스퀘어의 전략도 참고해 볼 수 있다.


두번째는 상식적 성장률을 위해 투자를 거듭하는 것이다. 이런 회사들은 연 20~30% 성장에 만족하지 않고 세자리 수 성장을 하기 위해 돈을 쏟아부으며 회사를 날려버릴 수도 있는 위험을 감당한다. 정반대의 사례로 노키아 있다. 노키아는 2007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휴대전화 제조업체였고,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판단을 해왔다. 애플과 삼성,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가 맹렬한 기세로 시장을 장악하는 동안에도 안정적인 성장 곡선을 그리며 2010년에는 역대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해 1위를 뺏기고 끊임없는 하락을 거듭해 지금은 어디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세번째는 속도를 위해서라면 불완전한 제품을 내놓거나 고객을 무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리드 호프만은 완벽한 제품으로 천천히 시작하는 것과 불완전한 제품으로 빨리 시작하는 옵션이 있다면 무조건 후자를 선택하라고 권한다. 우리가 배포 전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그 기능들은 막상 시장에 내놓았을때 절반도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객은 항상 옳다'란 통념에만 집중하면 고객 CS에 따라 필요 기능을 개발하기 위해 모든 인력을 쏟아부어도 모자르게 된다. 저자는 더 큰 불길을 잡아야하는 상황이라면 작은 불길은 타오르도록 내버려두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저기 불길이 타오르도록 두는 상황에서도 '조직 문화'만은 온 힘을 다해 구축해야한다. 넷플릭스는 숨가쁜 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에서도 그 유명한 넷플릭스 컬쳐덱을 만들었다.

문화가 취약하면 조직이 산만해집니다. 사람들은 각기 다르게 행동할 것이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조직의 정치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

 

그렇다면 모든 기업이 블리츠 스케일링이 가능한 것일까? 이 부분은 글의 가장 마지막에 다루려고 한다. 일단 빠르게 성장해야한다는 것 알았으니, 성장 단계마다 어떻게 조직을 관리할지 알아보려 한다.


스타트업의 스케일업 단계는 어떻게 나눠볼 수 있을까?


조직 규모를 나누는 척도 중 리드 호프만이 생각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직원수'다. 그는 아래 5단계로 스타트업의 스케일을 나눈다.

전에 가족, 부족 단계의 조직 운영을 고민했었고, 지금은 마을 단계의 고민을 시작하고 있는데, 이 분류에 따른 조직 차이가 개인적으로 잘 와닿았다. 리드 호프만은 이 단계들에 맞춰 창업자의 역할, 채용, 경영자-관리자의 분리, 데이터 활용, 조직 문화 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한다고 말한다.


창업자의 역할

가족 단계(1~9명)에서는 그냥 직접 일을 한다. 고객 응대 메일도 쓰고, 전환율 분석도 해가며 버튼 위치도 바꾼다.

부족 단계(10~99명)에 진입하면서는 이런 태도를 조금씩 버려야한다. 본인이 직접 하는 것보다 직원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고민을 하는게 더 낫다. 썼던 코드를 다시 볼 수 있지만, 더 이상 자기가 코드를 작성하지는 않는다.

마을 단계(100~999명)에서는 큰 그림을 그리고 조직을 설계하는데 시간을 써야지, 직접 사업과 제품 내용에 대한 지시를 하는 것은 스스로 병목을 자처하는 일이고, 직원들의 목표에 대한 책임감을 현저히 떨어트린다. 조직을 구상하는 일이 매력적이지 못하다면 외부에서 경영자를 영입하고 본인은 신사업을 책임지는 것도 좋다.

우버의 캘러닉은 항상 본인이 대표이자 최고 분쟁 중재자가 되길 원했다. 하지만, 문제의 세부 사항까지 개입하는 것은 형편 없이 시간을 사용하는 CEO일 뿐이다. 그는 조직에 필요한 일보다 그가 좋다고 판단한 일을 하다가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대표 자리에서 내려왔다.

도시, 국가 단계(10000명 전후)에서는 전체 목표와 전략을 고민한다. 여전히 전술은 직원의 몫이다. 예컨데 저커버그는 '2년 동안 페이스북의 신기능을 출시하지 말고 모바일 전환해라'라는 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초기 직원과 영입된 직원의 역할

가족 단계에는 모든 일에 관여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들이 필요하다. 특정 분야의 스패셜리스트를 뽑았는데 그 일을 하지 않게 될 경우도 많이 생긴다.

부족 단계에서는 서서히 각 분야의 스패셜리스트가 필요하며, 각 부서를 담당하는 관리자가 생겨난다.

마을 단계에서는 이제 관리자를 이끄는 경영자가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경영자는 관리자와 달리 직원 명명이 아닌 회사와 부문 차원의 비전과 전략에 중점을 두는 사람이다. 이 때 내부 직원을 바로 경영자로 승진시키는 것은 지양해야한다. 그 들은 대부분 필요한 경험이 없으며, 회사 내에 롤모델조차 없기 때문이다 (이를 '표준 스타트업 리더십 공백'이라 부른다) 이 때 롤모델이 되어줄 경영자 채용을 지체할수록 상황은 악화된다. 이미 회사는 급속한 성장으로 긴장과 불확실성이 높아져있으며 모든 리더는 처음 이런 상황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마을 단계 이상으로 회사가 커질 때, 초기 직원들은 어떻게 대해야할까. 디자인 팀을 이끌던 사람 위로 디자인 부서장이 영입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도록 해야할까? 먼저 이제 3-4명 팀 관리가 아닌 100명 팀을 감독하는 역할이 필요해지는 시점임을 충분히 인지시켜야 한다. 동시에 초기 직원인 그들은 여기저기 퍼져서 조직의 줄기 세포 역할을 해야할 사람임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당연히 새로 영입된 인재들과 일하는 과정에서 성장한 초기 직원들이, 더 상위 직책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열려있다.

하지만 직책에 계속해서 얽매여 불만을 품게 되는 경우, 솔직한 대화를 통해 이별하는게 나을 수도 있다. 회사를 위해 전문성과 정리된 경영 방침이 우선되어야하는 단계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직원과의 대화

가족 단계에서는 비공식적이고 개별적인 대화를 통해 충분히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으며 그게 공식적인 절차보다 훨씬 빠르다. 책상에서 일어나서 '누구 이거 아는 사람'하면 모두가 알텐데 어떤 공식 절차가 필요할까.

부족 단계라면 슬슬 주 단위 회의가 필요하지만, 여전히 즉각적인 소통이 유효한 단계다. 이런 정기 회의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리더들이 유의해야할 것은, 주요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구하면서도 책임을 회피하거나 어려운 결정을 합의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마을 단계부터는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개발하지 못하면 조직이 무너진다. 일단 물리적으로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으니 전체가 만나는 회의는 분기 단위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회의 방식도 원격으로 진행하는 것이 수월하다. 이 시기에는 창업자나 경영자가 의사를 어떤 식으로 전달할 것인지 경로 개발에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에이버엔비의 브라이언 체스키는 매주 일요일 저녁 모든 직원들에게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성과지표의 나열이 아닌, 회사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유했고, 이 진정성이 체스키가 누구이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직원들로 하여금 이해하게 해주었다.

언제나 신입직원까지 아우르는 경영진의 의사 전달은 중요하다. 주기적으로 신입사원들과의 식사 자리를 갖거나, 회사의 경영 방침에 대한 경영진의 영상을 공유하는 등의 노력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


데이터와 결정

가족, 부족 단계에서는 데이터보다는 영감에 의한 결정이 내려진다. 데이터 대시보드가 필요하지도 않고, 굳이 관심가질 필요가 없다.

마을 단계에서는 간단한 지표부터 하나씩 측정하기 시작해야한다. 마을 단계 이상의 기업은 연 단위의 계획을 세워가기 시작하며, 특정 기간에 대한 핵심 통계가 필요해진다. 그리고 이 때는 성장 전담팀이 필요해지는 시기다. 각 팀들은 현업에 바빠 실질적으로 제품을 성장시키는 업무는 가장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도시 단계 이상의 조직은 일점 집중 이상의 멀티 스레딩이 필요해진다. 원사업은 성숙기에 다다르며 새로운 사업들이 요긴해진다.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빨리 뛰어들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멀티 스레딩을 결정했다면 각각의 스레드를 다른 회사로 생각할 정도로 분리하고 작은 CEO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맡기는게 좋다.



위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의 경영구조는 일시적이라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부족을 운영하던 방식으로 마을을 운영할 수는 없고, 기존 경영 방식을 고수하려는 편한 선택은 기능 장애적 조직구조로 이어진다.


각 단계를 잘 넘어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초기 창업자들의 역할이다. 리드 호프만은 창업자들에게 아래 3가지 조언을 한다.

역할을 위임해라 : 당연히 쉽지 않다. 어떻게 내가 제일 잘 아는 사업을 쉽게 맡길 수 있겠는가? 리드 호프만이 추천하는 방법은 고용인을 역할로만 생각하는게 아니라 특정한 사람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품 부문 책임자를 고용한다면 에어비앤비의 '조 자데'라는 훌륭한 개인을 떠올려본다. '이런 사람이 우리 조직을 맡아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면 조금 더 위임하기가 쉬워진다.

영향력을 증폭시켜라 : 본인의 영향력을 키워줄 사람을 고용한다. 리드 호프만은 수석비서관 벤 카스노카를 고용했고, 그는 리드 호프만보다 오히려 더 그가 해야할 일과 우선순위를 잘 정리해서 리드 호프만이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자기 계발을 지속해라 : 창업자는 스스로 좋은 학습자여야만 한다. 더 먼저 비슷한 길을 간 기업가들에게 대화를 청하며 계속 배워나가는 것이 좋다.



모든 회사가 블리츠 스케일링을 적용할 수 있을까?


아니다. 아래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는 과점없는 크고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가? - 이는 꼭 미개척지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구글은 야후가 있을 때 등장해 새로운 시장을 정의하고 선점했다.

우리는 빠르게 적응하고 개선할 수 있는 조직인가?

우리는 당연히 해야할 것 같은 일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사실 위에서 말한 '하지 않는 것이 좋다'라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된다보다는 어쩔 수 없다에 가깝다. 노키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적당한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은 언제 시장을 뺏길지 알 수 없다.




* 블리츠 스케일링의 핵심 인자보다는 각 단계에 대한 경영진의 필요 관점을 중심으로 기술했다. 책에는 더 많은 블리츠 츠케일링 사례와 요소들이 담겨있으니, 꼭 한 번 정독하는 것을 추천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